
이박사는 ‘방대한 기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일’과 ‘기록물 내용에 실체적 진실이 많이 담기도록 하는 일’이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번역한 ‘현대기록학개론’은 이러한 현대적 기록 보존의 특성을 설명하는 국내 유일의 입문서. 이박사는 지난 97년 정신문화연구원에서 현대사 자료 수집 및 편찬 연구를 하면서 기록학과 인연 맺었다. 99년 명지대 한국기록관리학 교육원에서 1년간 수학한 그는 2000년 국회로 자리를 옮긴 뒤 국내에서 몇 안 되는 기록학 연구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박사는 “국회와 의원사무실에서 제작되는 모든 서류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임기 동안 의회 밖으로 갖고 나갈 수 없으며 임기 후 원본을 제출해야 하는 미국 의회의 기록보존 방식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으로 보존된 미국 의회 기록은 일반인에게 공개돼 ‘정치 투명성’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
이박사는 “문서 공개 대상 확대가 의원들이 소신 있는 의정활동을 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는 문서별로 공개시점을 지정하는 방안을 마련하면 쉽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사당 본회의장뿐만 아니라 의원들의 개별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의원회관까지 기록보존 대상 지역으로 확대하자는 기록학 전문가의 이색 제안은 유권자나 역사학자 입장에선 거절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