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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심이 부족하다던 과거 한국 축구팀이 지금은 오히려 강인한 체력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약점이 강점으로 바뀐 데는 분명히 히딩크의 변혁적 리더십이 작용했다. 그의 리더십 특징은 “스타플레이어의 명성은 중요하지 않다”며 자만보다는 변화에 도전하려는 겸손한 전사(worrier)를 선택했다는 데 있다. 변혁적 리더란 기적과 같은 일에 신념을 갖고 도전하는 사람이다.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을 대표하는 색상은 보라색. 변혁적 리더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약점을 커버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것인데, 히딩크 감독은 실제 감독으로 부임하자마자 한국 대표팀의 장단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월드컵 16강이라는 단기 목표에 가장 적합한 훈련법을 시도했다. 그리고 월드컵에서 “한국팀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또 한 가지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이 돋보이는 대목은 선수 개개인의 독특한 리더십 컬러를 찾아내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다. 현재 보라색의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 축구팀은 일곱 가지 리더십 컬러를 가진 셀프 리더들로 구성된 드림팀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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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존재는 아니지만 또 없어서는 안 될 소금 같은 존재가 바로 빨간색 서번트 리더의 특징이다. “리더십이란 하인 노릇 하기”라고 했던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켈러허 회장이 서번트 리더의 대표적인 케이스.
주황색 브랜드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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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색 리더는 ‘중간에 서면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관념을 철저히 부정하고, 늘 복사할 수 없는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한다.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차별화된 경쟁력’이 그들의 강점.
노란색 사이드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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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리더로 뽑아주지 않으면 섭섭해할 또 한 선수가 바로 ‘인간 수류탄’ 차두리. 연습에서 차두리 수류탄에 맞아 부상한 이영표의 오빠부대가 인터넷 사이트에 차두리를 원망하는 글을 올린 것만 보더라도 그의 파워는 설명이 필요 없다. 파워 리더의 특징은 추진력. 한번 목표를 설정하면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스타일이다. 설기현과 차두리의 지칠 줄 모르는 파워는 한국 축구에서 젊은 힘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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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경험과 안목으로 선수들을 격려하는 ‘황새’ 황선홍은 지식형 슈퍼 리더다. 슈퍼 리더는 지식 리더라고 불릴 만큼 박식하고 선견지명이 있어 늘 동료들의 역할 모델이 된다. 황선홍은 10년 넘는 대표팀 경력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데다 뛰어난 위치선정 능력과 발군의 헤딩력, 슈팅력을 골고루 갖춰 단연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폴란드전에서 첫 골을 터뜨려 월드컵 첫 승의 물꼬를 튼 그는, 맏형이면서도 후배들이 스스로 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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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선수가 그라운드에 나와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는다”는 말이 나올 만큼 카리스마가 있는 대표팀 주장 홍명보는 전형적인 비전 리더다. 월드컵 4회 연속 출전 이외에도 세계적인 리베로로 확고한 위치를 굳힌 그는, 이미 축구계의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고 있다. 비전 리더는 마술과도 같은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구성원들과 공유함으로써 함께 목표로 향해 달려가는 특징이 있다. 홍명보는 축구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에게 우상이요 희망이다.
보라색 변혁적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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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한국 축구대표팀은 일곱 가지 리더십 컬러를 골고루 갖춘 드림팀이다. 물론 그들이 녹색 그라운드에서 아름다운 무지개 빛깔을 구현하도록 만든 것은 히딩크 감독이다. 그의 변혁적 리더십이 지금 기적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