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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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주노초 ‘무지개 빛’ 조화가 성공 요인

색으로 본 한국 대표팀… 만능 플레이어 유상철 ‘노란색’, 파워 리더 설기현은 ‘초록색’

  • < 신완선/ 성균관대 교수·시스템경영공학부 > wsshin@yurim.skku.ac.kr

    입력2004-10-13 15: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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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주노초 ‘무지개 빛’ 조화가 성공 요인
    ”기적 같다!” “달라졌다.” 요즘 한국 축구대표팀이 듣는 찬사다. 한국 스포츠 사상 가장 현란한 수식어로 칭찬받고 있는 축구대표팀. 그들의 도전과 인내를 결실로 이어지게 만든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대표팀의 성공 비결을 ‘컬러 리더십’ 개념으로 분석하면 조화로운 무지개 빛깔이 나온다. 그것이 16강을 노리는 한국 대표팀의 성공 비결이다.

    뒷심이 부족하다던 과거 한국 축구팀이 지금은 오히려 강인한 체력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약점이 강점으로 바뀐 데는 분명히 히딩크의 변혁적 리더십이 작용했다. 그의 리더십 특징은 “스타플레이어의 명성은 중요하지 않다”며 자만보다는 변화에 도전하려는 겸손한 전사(worrier)를 선택했다는 데 있다. 변혁적 리더란 기적과 같은 일에 신념을 갖고 도전하는 사람이다.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을 대표하는 색상은 보라색. 변혁적 리더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약점을 커버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것인데, 히딩크 감독은 실제 감독으로 부임하자마자 한국 대표팀의 장단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월드컵 16강이라는 단기 목표에 가장 적합한 훈련법을 시도했다. 그리고 월드컵에서 “한국팀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또 한 가지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이 돋보이는 대목은 선수 개개인의 독특한 리더십 컬러를 찾아내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다. 현재 보라색의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 축구팀은 일곱 가지 리더십 컬러를 가진 셀프 리더들로 구성된 드림팀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빨주노초 ‘무지개 빛’ 조화가 성공 요인
    서른 살에 처음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 선수 소개 때마다 맨 나중에 이름이 나오는 선수, 늘 아름다운 조연으로 남아 있는 골키퍼 최은성의 존재를 우리는 어떤 컬러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을까. “병지 형이나 운재를 보좌해 월드컵에서 잘 뛰도록 많이 도와주고 싶다.” 늦은 나이에 대표팀에 뽑힌 것도 영광이라며 최은성은 스스로 낮은 자리에 머문다. 자신보다 먼저 팀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훈련에 임하면서 선수들이 지쳐 있을 때 “나이스 슛”을 외치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한다.



    눈에 띄는 존재는 아니지만 또 없어서는 안 될 소금 같은 존재가 바로 빨간색 서번트 리더의 특징이다. “리더십이란 하인 노릇 하기”라고 했던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켈러허 회장이 서번트 리더의 대표적인 케이스.

    주황색 브랜드 리더

    빨주노초 ‘무지개 빛’ 조화가 성공 요인
    튀는 이미지로 경쟁하는 대표팀 브랜드 리더로는 단연 ‘꽁지머리’ 김병지와 ‘테리우스’ 안정환을 꼽을 수 있다. 꽁지머리를 하고도 모자라 꽁지머리에 염색까지 하고 운동장을 누비는 김병지. 필요하다면 중앙선 부근까지 뛰어나오는 등 튀는 행동도 꺼리지 않는다. “모델로 전업해도 성공할 것 같은 스포츠선수” 안정환은 또 어떠한가.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그의 화려한 골 세레머니를 보며 어떤 팬은 “왜 그 순간, 결혼반지가 진짜 금인지를 확인했을까?”라며 익살스럽게 비유했을 정도로 그의 행동은 튀었다.

    주황색 리더는 ‘중간에 서면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관념을 철저히 부정하고, 늘 복사할 수 없는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한다.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차별화된 경쟁력’이 그들의 강점.

    노란색 사이드 리더

    빨주노초 ‘무지개 빛’ 조화가 성공 요인
    히딩크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인 유상철은 중거리슛이 뛰어난 수비형 미드필더다. 하지만 수비·공격형 스트라이커 등 어느 포지션에 갖다 놓아도 능력을 발휘해 온 ‘만능 플레이어’. 탄탄한 체격을 바탕으로 큰 부상 없이 순탄한 길을 걸어왔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과 호흡을 함께할 수 있는 스타일을 우리는 사이드 리더라고 부른다. 사이드 리더의 특징은 ‘노심초사’와 ‘유비무환’. 늘 문제의식을 갖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 때문에 실수가 없으며 자신이 스타로 부각되는 것보다 시스템으로 경영하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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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선수들은 언제라도 뛸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있는데 한국팀의 경우 그 본보기가 설기현이다.” 히딩크의 칭찬이 아깝지 않은 설기현은 파워 리더의 본보기다. “너무 많이 뛰는 것이 자신의 단점”이라고 말할 정도로 밀어붙이는 스타일.

    파워 리더로 뽑아주지 않으면 섭섭해할 또 한 선수가 바로 ‘인간 수류탄’ 차두리. 연습에서 차두리 수류탄에 맞아 부상한 이영표의 오빠부대가 인터넷 사이트에 차두리를 원망하는 글을 올린 것만 보더라도 그의 파워는 설명이 필요 없다. 파워 리더의 특징은 추진력. 한번 목표를 설정하면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스타일이다. 설기현과 차두리의 지칠 줄 모르는 파워는 한국 축구에서 젊은 힘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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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색 슈퍼 리더

    풍부한 경험과 안목으로 선수들을 격려하는 ‘황새’ 황선홍은 지식형 슈퍼 리더다. 슈퍼 리더는 지식 리더라고 불릴 만큼 박식하고 선견지명이 있어 늘 동료들의 역할 모델이 된다. 황선홍은 10년 넘는 대표팀 경력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데다 뛰어난 위치선정 능력과 발군의 헤딩력, 슈팅력을 골고루 갖춰 단연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폴란드전에서 첫 골을 터뜨려 월드컵 첫 승의 물꼬를 튼 그는, 맏형이면서도 후배들이 스스로 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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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색 비전 리더

    “홍명보 선수가 그라운드에 나와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는다”는 말이 나올 만큼 카리스마가 있는 대표팀 주장 홍명보는 전형적인 비전 리더다. 월드컵 4회 연속 출전 이외에도 세계적인 리베로로 확고한 위치를 굳힌 그는, 이미 축구계의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고 있다. 비전 리더는 마술과도 같은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구성원들과 공유함으로써 함께 목표로 향해 달려가는 특징이 있다. 홍명보는 축구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에게 우상이요 희망이다.



    보라색 변혁적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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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약점을 필사적으로 극복하고 대표팀에 합류한 윤정환 선수는 변화의 귀재다. “근력이 붙으면 스피드가 떨어진다”며 한때 웨이트트레이닝을 피했던 그가 이제는 힘과 스피드를 모두 지닌 선수로 탈바꿈했다. 수비 가담이 적고 많이 뛰지 않는다는 감독의 지적에 따라 체력 강화에 온 힘을 쏟아부은 결과다. 히딩크 감독은 한때 윤정환을 “수준이 떨어지는 2부리그에서 뛰고 있는 탓에 부족한 점이 많다”며 ‘반쪽 선수’로 취급했지만 이제 그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 그러한 비판을 극복하고 대표팀에 막판 합류한 그는 “변해야 살아남는다”는 교훈을 동료들에게 몸으로 보여준 변혁적 리더다.

    이처럼 한국 축구대표팀은 일곱 가지 리더십 컬러를 골고루 갖춘 드림팀이다. 물론 그들이 녹색 그라운드에서 아름다운 무지개 빛깔을 구현하도록 만든 것은 히딩크 감독이다. 그의 변혁적 리더십이 지금 기적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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