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페라를 자신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서구인들의 무대에 동양인이 서는 것은, 특히 주역 가수로 성공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타석에 들어선 배리 본즈의 미소를 쳐다보는 박찬호의 긴장감이며, 웨인 루니의 월 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일대일이 된 박지성의 부담감과 유사한 것이다. 어느 성악가는 “유럽에서 특히 동양인 가수는 단어 하나 발음만 이상해도 당장 트집을 잡힌다.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이런 편견 속에서 실력을 갈고닦으며 유럽과 미국 오페라 무대의 주역 가수로 우뚝 선 한국인 성악가들이 한자리에 선다.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객원 지휘자인 윤호근이 코리안 심포니를 지휘하며 성악가들과 호흡을 맞출 이번 연주회에는 세계 3대 오페라단의 하나로 손꼽히는 베를린 도이치 오퍼 전속 솔리스트인 테너 요셉 강, 조선족 출신으로 벨리니 국제성악콩쿠르 우승을 차지한 바 있으며 카라얀 장학재단의 수혜자인 테너 허창, 미주 지역을 무대로 활발한 연주활동을 벌이는 소프라노 이숙형, 베로나 페스티벌에서 기량을 인정받은 바리톤 강형규, 유럽 무대의 주요 콩쿠르에서 눈부신 성적을 거두고 주역 가수로 인정받는 소프라노 이현숙 등이 무대에 오른다.
2부로 나뉘어 진행되는 공연에서 테너 요셉 강은 모차르트 ‘마술피리’ 가운데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소프라노 이숙형은 ‘마술피리’ 가운데 ‘밤의 여왕의 아리아’, 테너 허창은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 가운데 ‘저 타오르는 불꽃을 보라’를 열창할 예정. 본고장 오페라 갈라 콘서트의 묘미를 흠뻑 맛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주간동아 549호 (p75~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