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포토(G-Photo)는 시작일 뿐입니다. 제 꿈은 지금 회사를 지니그룹으로 키우는 겁니다.”
지니모비 정승희(38) 대표는 비록 지금은 작은 모바일 업체지만 향후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서게 만들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그는 모바일 혁명이 진행 중이던 2010년 초 지니모비라는 회사를 창업하고 벤처에 뛰어들었다. 지니모비는 올 3월 ‘한 번의 클릭으로 휴대전화에 저장한 사진을 직접 인화해 집까지 배달하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지포토’를 처음 선보였다.
“2009년 11월 아이폰을 국내에 도입하면 모바일 시장에 많은 변화가 있으리라 예상했습니다. 분명히 기회가 많을 텐데, 그 변혁의 시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끊임없이 고민했죠.”
당시 그는 외국계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자신만의 회사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지만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다행히 모바일 혁명으로 주변 여건이 좋아졌다. 문제는 아이템이었다. 좋은 아이템만 있으면 바로 창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계속 고민하던 그에게 기회는 우연처럼 찾아왔다.
휴대전화 카메라의 화소가 높아지면서 디지털카메라나 필름카메라를 사용하지 않고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아졌다. 하지만 휴대전화에 저장한 사진을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정 대표는 이 사진을 그냥 썩히는 것을 아까워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아이디어 하나로 앱 시장에 도전장
아이디어가 떠오르자 즉각 시장조사에 들어갔다. 컴퓨터에 저장한 사진 파일을 오프라인으로 출력해주는 인터넷 업체는 많았다. 레드오션이라고 할 만큼 이미 시장은 포화상태였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관련해서는 무주공산이었다. 시장을 선점하기만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으리라 판단했다.
엔지니어 출신이 아닌 그가 직접 앱을 만들 수는 없었다. 그는 앱의 구체적인 콘텐츠를 구상하면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해줄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솔루션업체는 물론, 실제 인화한 사진의 유통을 맡고 있는 업체와도 제휴를 맺었다. 남은 문제는 투자자금. 앱 개발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직접 SK텔레콤을 찾아가 아이디어를 설명했고, 일정 심사를 거친 뒤 3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물론 자기 돈을 들여서 개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벤처를 만들고 사업에 뛰어들었다면 투자자로부터 적당히 투자받아 일을 추진하는 것이 오히려 책임감을 높이는 구실을 합니다.”
그가 야심차게 선보인 지포토는 소비자 사이에서 호평을 받았다. 휴대전화에 저장한 소중한 추억을 오프라인에서도 두고두고 볼 수 있어, 특히 젊은 커플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앱 출시 한 달여 만에 1000여 명이 지포토를 다운받아 이용했다. 현재 그는 다른 아이템으로 새 사업을 구상 중이다. 곧 지포토의 후속 사업도 선보일 예정이다.
“아이템에 실체가 있다면 모바일 시장에서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는 기술이 뛰어난 엔지니어가 많은 만큼, 아이디어를 충분히 구현해낼 수 있죠. 아이템이 얼마나 독창적이며 창업자가 어느 정도 열정이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벤처(venture)’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단어다. 사업상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한다는 의미에서 알 수 있듯, 역동성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벤처는 결코 좋은 기억으로만 남아 있지 않다. 벤처의 처참한 몰락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 탓이다.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벤처붐이 일면서 수많은 닷컴 기업이 출현했다. 회사 이름에 ‘com, net’이 붙기만 하면 투자자는 ‘묻지마 투자’로 거액을 안겨줬다.
실체는 없지만 그럴싸한 겉포장으로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선수’들이 대단한 ‘벤처사업가’인 양 행세하며 시장을 흐려놓았다. 이들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기업 가치를 뻥튀기한 다음 자신의 지분을 팔고 미련 없이 떠나버렸다. 이른바 ‘먹튀족’이다. 대중은 벤처붐을 ‘대박’이라 불렀고, 대박을 노리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벤처 거품은 점점 커져갔다. 그 실체가 밝혀졌을 때 남은 건 ‘닷컴’ 껍데기뿐이었다.
1차 벤처붐이 꺼지면서 한국에서 벤처가 설 자리는 없어졌다. 벤처는 도전정신을 상징하기보다 ‘회계 분식’ ‘횡령 배임’이라는 부정적 인상을 더 강하게 풍겼다. 젊은이도 더는 벤처에 뛰어들지 않았다. 안정이 최고라고 여기며 의사, 판검사 등 전문직에 도전하거나 공무원 시험에 올인한다.
스마트폰 통신업계 생태계 완전 뒤집어
“아, 정말 감동적이야.”
격정적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 탤런트 이나영 씨가 오페라를 보며 눈물짓는다. 그러자 어머니가 거실로 뛰어나오며 “안 자니?”라고 역정을 낸다. ‘보고 싶은 것은 비싸다’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세상을 즐기는 반값 아이디어 ‘쿠팡’을 소개한다. 요즘 텔레비전을 틀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광고다. 국내 소셜커머스 업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티켓몬스터와 쿠팡이 경쟁적으로 공중파에 방송광고를 내면서 본격적인 마케팅 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이들 업체는 창업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신생 벤처다. 하지만 스마트폰 열풍에 힘입어 빠른 시간에 자리 잡았다. 30대의 젊은 창업자를 두고 언론에선 한국판 ‘마크 주커버그’라는 별명도 붙였다. 아이디어와 열정 하나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페이스북을 창업해 청년 부호 1위에 오른 주커버그를 꿈꾸는 젊은이가 늘면서 바야흐로 ‘제2 벤처붐’이 거세게 인다.
이는 벤처투자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2000년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신규 벤처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가 10년 만인 지난해 1조 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1조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표 참조). 지난해에만 5800여 개의 벤처기업이 새로 생겼다. 1997년 벤처확인제도가 생긴 이래 연간 증가로는 최대 수치다. 2010년 기준 연매출 1000억 원을 넘어선 벤처기업은 242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보다 19.8% 증가한 수치다. 벤처캐피탈협회 이종갑 회장은 “모바일 벤처업체가 생기면서 벤처캐피털 투자도 증가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30쪽 참조).
2000년대 벤처붐이 인터넷에서 비롯했다면 제2 벤처붐의 진원지는 모바일이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혁명이 일면서 통신업계의 생태계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아이폰을 만든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모바일 콘텐츠 개발업체와 개인 개발자가 성공할 수 있는 판을 만든 것이다. 정 대표의 사례에서 보듯, 기발한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창업해 돈을 벌 수 있는 생태계를 모바일 시장이 마련했다.
시대가 변하자 대기업 이동통신업체들도 변하기 시작했다. 모바일 벤처기업과의 상생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자신에게도 득이 된다고 인지한 것. 이동통신사로는 유례없이 T-스토어라는 앱 마켓을 만든 SK텔레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1인 창조기업을 육성하는 ‘오픈이노베이션센터’와 스마트폰용 앱 개발자를 양성하는 ‘T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콘텐츠 개발자에게 많은 공을 들이는 까닭은 이동통신 서비스가 휴대전화 통화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각종 콘텐츠에 부가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융합형 통신시대가 다가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묻지마 벤처 거품 반면교사 삼아야
젊은이 사이에서도 벤처정신을 갖고 도전해보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많은 대학 내 벤처동아리에는 미래의 ‘마크 주커버그’를 꿈꾸며 열정을 불사르는 젊은이가 넘쳐난다. 30여 명의 재학생이 참여하는 숭실대 벤처 창업동아리 ‘시너지’에는 최근 인터넷과 소셜커머스, 모바일 관련 사업을 하려는 학생이 크게 증가했다. 시너지 조민정 회장(경영학과 4학년)은 “소자본으로 쉽게 창업할 수 있어 모바일 쪽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현 상황을 두고 경계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2000년대 초 벤처기업 상당수가 안정된 수익모델을 제시하지 못한 채 실체 없는 아이템을 포장하는 데 급급하다가 거품이 꺼지면서 소리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단순히 분위기에 편승해 대박을 노리는 한탕주의가 더는 통하지 않는다. 정 대표는 “막연한 아이디어가 아닌, 구체적인 사업으로 연결해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아이템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모바일 시장이라는 새로운 판이 마련됐지만, 그곳은 인터넷 시장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하다. 오히려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살아남는 것이 더 힘들지도 모른다. 실제 앱 개발 초기에 거액을 벌었던 개발자들이 화제가 되면서 언론에 오르내리기도 했지만, 최근 앱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사람이 더는 나오지 않는다. 한 앱 개발자는 “한 업체가 독특한 아이템으로 창업한다고 해도 곧 수많은 경쟁 업체가 나타나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한다”고 털어놨다.
벤처기업 간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이 점차 혼탁해지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예를 들어, 티켓몬스터와 쿠팡의 공중파 광고전을 두고 1999년 말 인터넷 경매업체인 ‘옥션’과 ‘와와’가 벌인 광고 판촉전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벤처기업에 대한 엔젤투자도 턱없이 부족하다(26쪽 참조). IPO가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긴 하지만 벤처캐피털 업체는 IPO 외에 투자액을 회수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토로한다.
그럼에도 제2 벤처붐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모바일 혁명이라는 기회를 살려 벤처를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볼 시기다. 자금 조달, 인력 확보 등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책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벤처 창업가의 기업가 정신이다. 2011년 또다시 시험대에 오른 한국 벤처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지니모비 정승희(38) 대표는 비록 지금은 작은 모바일 업체지만 향후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서게 만들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그는 모바일 혁명이 진행 중이던 2010년 초 지니모비라는 회사를 창업하고 벤처에 뛰어들었다. 지니모비는 올 3월 ‘한 번의 클릭으로 휴대전화에 저장한 사진을 직접 인화해 집까지 배달하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지포토’를 처음 선보였다.
“2009년 11월 아이폰을 국내에 도입하면 모바일 시장에 많은 변화가 있으리라 예상했습니다. 분명히 기회가 많을 텐데, 그 변혁의 시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끊임없이 고민했죠.”
당시 그는 외국계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자신만의 회사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지만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다행히 모바일 혁명으로 주변 여건이 좋아졌다. 문제는 아이템이었다. 좋은 아이템만 있으면 바로 창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계속 고민하던 그에게 기회는 우연처럼 찾아왔다.
휴대전화 카메라의 화소가 높아지면서 디지털카메라나 필름카메라를 사용하지 않고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아졌다. 하지만 휴대전화에 저장한 사진을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정 대표는 이 사진을 그냥 썩히는 것을 아까워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아이디어 하나로 앱 시장에 도전장
아이디어가 떠오르자 즉각 시장조사에 들어갔다. 컴퓨터에 저장한 사진 파일을 오프라인으로 출력해주는 인터넷 업체는 많았다. 레드오션이라고 할 만큼 이미 시장은 포화상태였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관련해서는 무주공산이었다. 시장을 선점하기만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으리라 판단했다.
엔지니어 출신이 아닌 그가 직접 앱을 만들 수는 없었다. 그는 앱의 구체적인 콘텐츠를 구상하면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해줄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솔루션업체는 물론, 실제 인화한 사진의 유통을 맡고 있는 업체와도 제휴를 맺었다. 남은 문제는 투자자금. 앱 개발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직접 SK텔레콤을 찾아가 아이디어를 설명했고, 일정 심사를 거친 뒤 3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물론 자기 돈을 들여서 개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벤처를 만들고 사업에 뛰어들었다면 투자자로부터 적당히 투자받아 일을 추진하는 것이 오히려 책임감을 높이는 구실을 합니다.”
그가 야심차게 선보인 지포토는 소비자 사이에서 호평을 받았다. 휴대전화에 저장한 소중한 추억을 오프라인에서도 두고두고 볼 수 있어, 특히 젊은 커플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앱 출시 한 달여 만에 1000여 명이 지포토를 다운받아 이용했다. 현재 그는 다른 아이템으로 새 사업을 구상 중이다. 곧 지포토의 후속 사업도 선보일 예정이다.
“아이템에 실체가 있다면 모바일 시장에서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는 기술이 뛰어난 엔지니어가 많은 만큼, 아이디어를 충분히 구현해낼 수 있죠. 아이템이 얼마나 독창적이며 창업자가 어느 정도 열정이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벤처(venture)’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단어다. 사업상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한다는 의미에서 알 수 있듯, 역동성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벤처는 결코 좋은 기억으로만 남아 있지 않다. 벤처의 처참한 몰락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 탓이다.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벤처붐이 일면서 수많은 닷컴 기업이 출현했다. 회사 이름에 ‘com, net’이 붙기만 하면 투자자는 ‘묻지마 투자’로 거액을 안겨줬다.
실체는 없지만 그럴싸한 겉포장으로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선수’들이 대단한 ‘벤처사업가’인 양 행세하며 시장을 흐려놓았다. 이들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기업 가치를 뻥튀기한 다음 자신의 지분을 팔고 미련 없이 떠나버렸다. 이른바 ‘먹튀족’이다. 대중은 벤처붐을 ‘대박’이라 불렀고, 대박을 노리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벤처 거품은 점점 커져갔다. 그 실체가 밝혀졌을 때 남은 건 ‘닷컴’ 껍데기뿐이었다.
1차 벤처붐이 꺼지면서 한국에서 벤처가 설 자리는 없어졌다. 벤처는 도전정신을 상징하기보다 ‘회계 분식’ ‘횡령 배임’이라는 부정적 인상을 더 강하게 풍겼다. 젊은이도 더는 벤처에 뛰어들지 않았다. 안정이 최고라고 여기며 의사, 판검사 등 전문직에 도전하거나 공무원 시험에 올인한다.
스마트폰 통신업계 생태계 완전 뒤집어
SK텔레콤은 T아카데미를 통해 스마트폰용 앱 개발자를 4000명 넘게 양성했다.
격정적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 탤런트 이나영 씨가 오페라를 보며 눈물짓는다. 그러자 어머니가 거실로 뛰어나오며 “안 자니?”라고 역정을 낸다. ‘보고 싶은 것은 비싸다’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세상을 즐기는 반값 아이디어 ‘쿠팡’을 소개한다. 요즘 텔레비전을 틀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광고다. 국내 소셜커머스 업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티켓몬스터와 쿠팡이 경쟁적으로 공중파에 방송광고를 내면서 본격적인 마케팅 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이들 업체는 창업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신생 벤처다. 하지만 스마트폰 열풍에 힘입어 빠른 시간에 자리 잡았다. 30대의 젊은 창업자를 두고 언론에선 한국판 ‘마크 주커버그’라는 별명도 붙였다. 아이디어와 열정 하나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페이스북을 창업해 청년 부호 1위에 오른 주커버그를 꿈꾸는 젊은이가 늘면서 바야흐로 ‘제2 벤처붐’이 거세게 인다.
이는 벤처투자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2000년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신규 벤처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가 10년 만인 지난해 1조 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1조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표 참조). 지난해에만 5800여 개의 벤처기업이 새로 생겼다. 1997년 벤처확인제도가 생긴 이래 연간 증가로는 최대 수치다. 2010년 기준 연매출 1000억 원을 넘어선 벤처기업은 242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보다 19.8% 증가한 수치다. 벤처캐피탈협회 이종갑 회장은 “모바일 벤처업체가 생기면서 벤처캐피털 투자도 증가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30쪽 참조).
2000년대 벤처붐이 인터넷에서 비롯했다면 제2 벤처붐의 진원지는 모바일이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혁명이 일면서 통신업계의 생태계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아이폰을 만든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모바일 콘텐츠 개발업체와 개인 개발자가 성공할 수 있는 판을 만든 것이다. 정 대표의 사례에서 보듯, 기발한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창업해 돈을 벌 수 있는 생태계를 모바일 시장이 마련했다.
시대가 변하자 대기업 이동통신업체들도 변하기 시작했다. 모바일 벤처기업과의 상생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자신에게도 득이 된다고 인지한 것. 이동통신사로는 유례없이 T-스토어라는 앱 마켓을 만든 SK텔레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1인 창조기업을 육성하는 ‘오픈이노베이션센터’와 스마트폰용 앱 개발자를 양성하는 ‘T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콘텐츠 개발자에게 많은 공을 들이는 까닭은 이동통신 서비스가 휴대전화 통화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각종 콘텐츠에 부가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융합형 통신시대가 다가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묻지마 벤처 거품 반면교사 삼아야
젊은이 사이에서도 벤처정신을 갖고 도전해보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많은 대학 내 벤처동아리에는 미래의 ‘마크 주커버그’를 꿈꾸며 열정을 불사르는 젊은이가 넘쳐난다. 30여 명의 재학생이 참여하는 숭실대 벤처 창업동아리 ‘시너지’에는 최근 인터넷과 소셜커머스, 모바일 관련 사업을 하려는 학생이 크게 증가했다. 시너지 조민정 회장(경영학과 4학년)은 “소자본으로 쉽게 창업할 수 있어 모바일 쪽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현 상황을 두고 경계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2000년대 초 벤처기업 상당수가 안정된 수익모델을 제시하지 못한 채 실체 없는 아이템을 포장하는 데 급급하다가 거품이 꺼지면서 소리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단순히 분위기에 편승해 대박을 노리는 한탕주의가 더는 통하지 않는다. 정 대표는 “막연한 아이디어가 아닌, 구체적인 사업으로 연결해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아이템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모바일 시장이라는 새로운 판이 마련됐지만, 그곳은 인터넷 시장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하다. 오히려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살아남는 것이 더 힘들지도 모른다. 실제 앱 개발 초기에 거액을 벌었던 개발자들이 화제가 되면서 언론에 오르내리기도 했지만, 최근 앱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사람이 더는 나오지 않는다. 한 앱 개발자는 “한 업체가 독특한 아이템으로 창업한다고 해도 곧 수많은 경쟁 업체가 나타나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한다”고 털어놨다.
벤처기업 간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이 점차 혼탁해지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예를 들어, 티켓몬스터와 쿠팡의 공중파 광고전을 두고 1999년 말 인터넷 경매업체인 ‘옥션’과 ‘와와’가 벌인 광고 판촉전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벤처기업에 대한 엔젤투자도 턱없이 부족하다(26쪽 참조). IPO가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긴 하지만 벤처캐피털 업체는 IPO 외에 투자액을 회수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토로한다.
그럼에도 제2 벤처붐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모바일 혁명이라는 기회를 살려 벤처를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볼 시기다. 자금 조달, 인력 확보 등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책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벤처 창업가의 기업가 정신이다. 2011년 또다시 시험대에 오른 한국 벤처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