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13일 부산대학교 점필재연구소(소장 정출헌) 대회의실에서는 ‘한겨레역사인물평전 100’ 제1차 콜로키움이 열렸다. 평전 집필자, 외부 발표자, 논평자 등 50여 명이 참가한 이날 행사에는 강명관, 고미숙 등 연구자를 비롯, 평전 집필에 헌신하고 있는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평전 전문번역가 안인희 등이 참가해 점필재연구소가 3년 동안이나 가다듬어온 기획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실증주의적 방법론이 주류인 우리 학계의 학자들이 실증과 사실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상상력을 발휘해 인간적 체취와 삶의 굴곡이 녹아든 평전을 집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날 행사는 집필자에게 정형성에 벗어난 인물을 그려낼 수 있는 방법론을 제공하기 위해 열렸다.
이날 콜로키움에서는 △평전의 정의, △평전을 기획하고 출판하는 의도, △평전에서 객관(실증)과 주관(평가)의 거리를 조율하는 방법, △평전 집필 경험자들이 집필 과정에서 느낀 문제점,
△인문학 독서시장에서 역사인물에 대한 관심 증대의 의미, △독자가 읽고 싶어 하는 평전 등에 대한 발표와 논평, 광범위한 토론이 전개됐다. 이와 같은 토론은 이후에도 간헐적으로 열렸다. 또 발표문은 추후 정리돼 ‘연보와 평전’이라는 부정기 잡지에 실렸다.
그로부터 약 3년이 지난 올해 5월 말에 ‘이완용 평전’(김윤희), ‘안중근 평전’(황재문), ‘최남선 평전’(류시헌) 등 세 권이 출간됨으로써 시리즈가 본궤도에 올랐다. 이 시리즈에는 앞으로 신채호·고종·명성황후·정인보·유길준·김옥균 등 근대 인물, 윤선도·조광조·남효온·서거정·김인후·남곤·유자광·박팽년·김종직·김택영 등 조선 인물, 지소태후·이매창·황진이·신소당·최송설당 등 여성 인물에 대한 평전이 이어질 예정이다. 아마도 한국 출판 역사상 학자들이 주도해 만든, 또한 이만한 공력을 들인 출판 기획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이런 점에서, 이 시리즈가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는지에 따라 우리 인물 평전은 중요한 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최근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란 부제가 달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권을 펴낸 유홍준 교수(명지대)는 책에서 “전기문학(biography)의 상실은 우리 인문학이 대중으로부터 멀어지게 된 중요한 원인의 하나이다. 사실 인간의 관심 중 가장 큰 것은 인간일 수밖에 없다. 그 인간을 탐구하는 학문은 삶의 여러 모습에서 구하게 되니 전기문학은 인문학의 유효한 전달방식이 되는 것”이라고 전기문학의 의의를 높이 평가했다.
유 교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출판 강국에서는 여행서와 평전·전기가 가장 인기 있는 장르 중 하나다. 하지만 출판 매출 세계 8위의 한국에서는 평전·전기가 가장 뒤처진 분야 중 하나다. 문화유산의 남다른 가치를 서술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명불허전(名不虛傳)’인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이 무수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데 있을 것이다. 한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온 필부필부(匹夫匹婦)들이 털어놓는 촌철살인의 경험담은 우리가 쉽게 얻기 어려운 삶의 지혜를 전달한다. 그러니 사람에 대한 이야기야말로 인문정신의 요체라 할 것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자서전, 회고록, 평전에 대한 관심과 출간이 크게 증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와 ‘김대중 자서전’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중량감 있는 인물의 평전과 자서전도 꽤 출간됐다. 장기 군사독재정권 시절, 개인의 기록까지도 탄압의 빌미가 돼 자서전이나 평전을 쓰는 것 자체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상황은 그래도 언감생심인 셈이다.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등 다수.
실증주의적 방법론이 주류인 우리 학계의 학자들이 실증과 사실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상상력을 발휘해 인간적 체취와 삶의 굴곡이 녹아든 평전을 집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날 행사는 집필자에게 정형성에 벗어난 인물을 그려낼 수 있는 방법론을 제공하기 위해 열렸다.
이날 콜로키움에서는 △평전의 정의, △평전을 기획하고 출판하는 의도, △평전에서 객관(실증)과 주관(평가)의 거리를 조율하는 방법, △평전 집필 경험자들이 집필 과정에서 느낀 문제점,
△인문학 독서시장에서 역사인물에 대한 관심 증대의 의미, △독자가 읽고 싶어 하는 평전 등에 대한 발표와 논평, 광범위한 토론이 전개됐다. 이와 같은 토론은 이후에도 간헐적으로 열렸다. 또 발표문은 추후 정리돼 ‘연보와 평전’이라는 부정기 잡지에 실렸다.
그로부터 약 3년이 지난 올해 5월 말에 ‘이완용 평전’(김윤희), ‘안중근 평전’(황재문), ‘최남선 평전’(류시헌) 등 세 권이 출간됨으로써 시리즈가 본궤도에 올랐다. 이 시리즈에는 앞으로 신채호·고종·명성황후·정인보·유길준·김옥균 등 근대 인물, 윤선도·조광조·남효온·서거정·김인후·남곤·유자광·박팽년·김종직·김택영 등 조선 인물, 지소태후·이매창·황진이·신소당·최송설당 등 여성 인물에 대한 평전이 이어질 예정이다. 아마도 한국 출판 역사상 학자들이 주도해 만든, 또한 이만한 공력을 들인 출판 기획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이런 점에서, 이 시리즈가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는지에 따라 우리 인물 평전은 중요한 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최근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란 부제가 달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권을 펴낸 유홍준 교수(명지대)는 책에서 “전기문학(biography)의 상실은 우리 인문학이 대중으로부터 멀어지게 된 중요한 원인의 하나이다. 사실 인간의 관심 중 가장 큰 것은 인간일 수밖에 없다. 그 인간을 탐구하는 학문은 삶의 여러 모습에서 구하게 되니 전기문학은 인문학의 유효한 전달방식이 되는 것”이라고 전기문학의 의의를 높이 평가했다.
유 교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출판 강국에서는 여행서와 평전·전기가 가장 인기 있는 장르 중 하나다. 하지만 출판 매출 세계 8위의 한국에서는 평전·전기가 가장 뒤처진 분야 중 하나다. 문화유산의 남다른 가치를 서술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명불허전(名不虛傳)’인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이 무수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데 있을 것이다. 한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온 필부필부(匹夫匹婦)들이 털어놓는 촌철살인의 경험담은 우리가 쉽게 얻기 어려운 삶의 지혜를 전달한다. 그러니 사람에 대한 이야기야말로 인문정신의 요체라 할 것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자서전, 회고록, 평전에 대한 관심과 출간이 크게 증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와 ‘김대중 자서전’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중량감 있는 인물의 평전과 자서전도 꽤 출간됐다. 장기 군사독재정권 시절, 개인의 기록까지도 탄압의 빌미가 돼 자서전이나 평전을 쓰는 것 자체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상황은 그래도 언감생심인 셈이다.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