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축구가 승부조작 사건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옛 전북 현대 소속이었던 챌린저스리그 서울 유나이티드 정종관(30) 선수가 “승부조작이 부끄럽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전 시티즌과 광주FC 소속 선수 몇 명은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 외에도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선수들이 추가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16개 구단 중 1~2개를 제외하고 구단 선수 대부분이 승부조작이나 스포츠 토토 사이트와 연관돼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프로축구계는 쑥대밭이 됐다.
지난해부터 떠돌던 루머가 사실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긴급 단장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승부조작이나 스포츠 토토 베팅 등 이번 사안은 연맹 차원에서 조사해 밝혀내기 힘든 탓에 사법기관의 수사 결과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 프로축구계는 지난해부터 흉흉한 소문으로 시끄러웠다.‘선수들이 스포츠토토에 직접 베팅하며 경기 결과를 조작하고 있다’‘어떤 선수는 토토와 관련돼 조직폭력배들에게 시달리고 있다’‘다른 한 선수는 스포츠 토토에 가담했다가 큰돈을 잃어 빚 독촉 전화가 구단사무실로 걸려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급기야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사이에 떠돌던 소문은 대부분의 관계자들 귀에 들어갔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10월 소문이 너무 크게 퍼지자 구단에 공문을 보내 자체 조사와 선수 교육을 지시했다. 일부 구단은 선수들의 노트북을 모두 수거해 인터넷 사이트 접속 기록을 뒤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선수들이 스포츠토토 사이트에 접속한 기록이 발견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11 시즌 개막을 앞두고 국내 유일의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자인 스포츠토토 측과 연계해 선수들에게 관련 교육을 실시했다. 또한 구단들을 통해 선수들에게서 서약서를 받았다. ‘토토에 불법적으로 가담한 정황이 발견된 경우 구단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간 서약서에 선수 전원이 직접 서명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이미 승부조작과 불법 스포츠토토에 발을 담그고 있던 선수들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검찰조사에 따르면, 올해 4월 열린 러시앤캐시컵 대회 경기에서 선수들은 조직적으로 승부조작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유형도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직 폭력배와 사채업자가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들은 공식 스포츠토토를 사용했다. 배당률이 정해진 경기에 거액을 베팅하는 방법을 썼던 것. 스포츠토토를 발매하는 복권방 등의 업주들도 1인당 10만 원으로 제한된 베팅 금액을 초과하는 것에 대해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일정 대가를 받았다. 그런 뒤 브로커가 나서 승부조작을 위해 선수들을 매수했다. 선수들은 승부 조작 대가로 1억 원 이상의 돈을 받았다.
이번에 구속된 A선수의 경우는 브로커 구실까지 했다. 승부조작을 제의한 측으로부터 돈을 넘겨받아 동료들을 매수했고, 그 대가로 일정 금액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B선수는 자신이 직접 베팅한 뒤 동료들에게 승부조작을 제의해 거액을 챙기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프로축구 한 관계자는 “프로나 아마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선배들이 승부조작 제의를 위해 현역 선수들에게 직접 연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그래서 선수들이 대부분 거절하지 못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브로커들이 주전급 선수 이름을 거론하면서 ‘괜찮으니까 딱 한 번만 도와달라’며 접근하면 선수들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대가로 엄청난 액수의 돈을 받으면 그 달콤함에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드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승부조작은 아니지만 선수들의 스포츠토토 직접 베팅도 문제다. 이 문제는 비단 프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학 선수들은 스포츠토토에 직접 베팅하는 데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일부 대학 선수들은 용돈벌이로 스포츠토토를 직접 구매한다. 축구에 대해 잘 알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렇게 번 돈은 대부분 유흥비로 사용한다.
이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승부조작 사태까지 벌어지자 긴급 단장회의를 통해 몇 가지 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스포츠토토 발매를 관장하는 기관인 국민체육진흥공단에 K리그 경기를 대상으로 한 스포츠토토 발매 일시 중단을 요청했다. 스포츠토토 발매 중지로 연맹과 구단 수익이 줄어들지만 반성하는 의미로 손해를 감수하기로 했다.
스포츠토토 베팅 도덕적 해이
또한 대한축구협회와 공동으로 비리근절대책위원회(가칭)를 신설해 지속적으로 관리, 감독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클린 캠페인 진행, 선수 전원을 포함한 K리그 관련자 전체가 참석하는 워크숍 진행, 선수단에 스포츠토토 관련 교육 확대 등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연맹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발본색원하겠다”고 밝혔지만, 과연 그럴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프로축구연맹 측도 지난해부터 떠돌던 갖가지 소문을 들어 알고 있다. 이런 소문들을 확실하게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제대로 ‘발본색원’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사건이 터진 지 하루 만에 단장 회의를 소집해 임시방편을 만들기 급급했다.
구단들도 문제다. 지난해 연말 스포츠토토와 관련해 문제가 된 선수들이 있었지만 그들을 자격 정지시키는 등 중징계를 내린 구단이 많지 않다. 이러한 사실을 숨기고 선수를 다른 팀으로 이적시킨 탓에 ‘걸릴 경우 팀을 옮기면 그만’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일부 감독들 사이에는 스포츠토토 관련 선수들의 블랙리스트까지 존재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지만 구단들이 쉬쉬하며 일을 키웠다.
문제를 인식하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구단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가 불거지자 대부분의 K리그 관계자들은 “K리그가 이번 일을 계기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썩은 부분을 과감히 도려내기 위한 노력을 통해 전체가 바뀌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하나도 틀린 말은 없다.
그러나 선수들만 변해서는 K리그가 환골탈태할 수 없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을 필두로 구단, 코칭스태프, 선수 등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구단들은 소문과 문제가 있는 선수를 발견하면 사법기관에 강력한 처벌을 요청해야 한다. 억울하게 소문에 시달리고 있는 선수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래야 한다.
최악의 경우 K리그 존재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K리그가 다시 팬들의 사랑을 받으려면 고통을 참고 이겨내야 한다. 모든 의혹을 해소하고 새롭게 거듭나야 이번 사건으로 무너진 선수 간 신뢰,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믿음, 구단과 선수단 간 화합이 가능하며, 건전한 K리그로 발돋움할 수 있다.
대전 시티즌과 광주FC 소속 선수 몇 명은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 외에도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선수들이 추가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16개 구단 중 1~2개를 제외하고 구단 선수 대부분이 승부조작이나 스포츠 토토 사이트와 연관돼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프로축구계는 쑥대밭이 됐다.
지난해부터 떠돌던 루머가 사실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긴급 단장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승부조작이나 스포츠 토토 베팅 등 이번 사안은 연맹 차원에서 조사해 밝혀내기 힘든 탓에 사법기관의 수사 결과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 프로축구계는 지난해부터 흉흉한 소문으로 시끄러웠다.‘선수들이 스포츠토토에 직접 베팅하며 경기 결과를 조작하고 있다’‘어떤 선수는 토토와 관련돼 조직폭력배들에게 시달리고 있다’‘다른 한 선수는 스포츠 토토에 가담했다가 큰돈을 잃어 빚 독촉 전화가 구단사무실로 걸려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급기야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사이에 떠돌던 소문은 대부분의 관계자들 귀에 들어갔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10월 소문이 너무 크게 퍼지자 구단에 공문을 보내 자체 조사와 선수 교육을 지시했다. 일부 구단은 선수들의 노트북을 모두 수거해 인터넷 사이트 접속 기록을 뒤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선수들이 스포츠토토 사이트에 접속한 기록이 발견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11 시즌 개막을 앞두고 국내 유일의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자인 스포츠토토 측과 연계해 선수들에게 관련 교육을 실시했다. 또한 구단들을 통해 선수들에게서 서약서를 받았다. ‘토토에 불법적으로 가담한 정황이 발견된 경우 구단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간 서약서에 선수 전원이 직접 서명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이미 승부조작과 불법 스포츠토토에 발을 담그고 있던 선수들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검찰조사에 따르면, 올해 4월 열린 러시앤캐시컵 대회 경기에서 선수들은 조직적으로 승부조작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유형도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직 폭력배와 사채업자가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들은 공식 스포츠토토를 사용했다. 배당률이 정해진 경기에 거액을 베팅하는 방법을 썼던 것. 스포츠토토를 발매하는 복권방 등의 업주들도 1인당 10만 원으로 제한된 베팅 금액을 초과하는 것에 대해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일정 대가를 받았다. 그런 뒤 브로커가 나서 승부조작을 위해 선수들을 매수했다. 선수들은 승부 조작 대가로 1억 원 이상의 돈을 받았다.
이번에 구속된 A선수의 경우는 브로커 구실까지 했다. 승부조작을 제의한 측으로부터 돈을 넘겨받아 동료들을 매수했고, 그 대가로 일정 금액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B선수는 자신이 직접 베팅한 뒤 동료들에게 승부조작을 제의해 거액을 챙기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프로축구 한 관계자는 “프로나 아마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선배들이 승부조작 제의를 위해 현역 선수들에게 직접 연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그래서 선수들이 대부분 거절하지 못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브로커들이 주전급 선수 이름을 거론하면서 ‘괜찮으니까 딱 한 번만 도와달라’며 접근하면 선수들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대가로 엄청난 액수의 돈을 받으면 그 달콤함에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드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승부조작은 아니지만 선수들의 스포츠토토 직접 베팅도 문제다. 이 문제는 비단 프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학 선수들은 스포츠토토에 직접 베팅하는 데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일부 대학 선수들은 용돈벌이로 스포츠토토를 직접 구매한다. 축구에 대해 잘 알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렇게 번 돈은 대부분 유흥비로 사용한다.
이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승부조작 사태까지 벌어지자 긴급 단장회의를 통해 몇 가지 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스포츠토토 발매를 관장하는 기관인 국민체육진흥공단에 K리그 경기를 대상으로 한 스포츠토토 발매 일시 중단을 요청했다. 스포츠토토 발매 중지로 연맹과 구단 수익이 줄어들지만 반성하는 의미로 손해를 감수하기로 했다.
스포츠토토 베팅 도덕적 해이
5월 26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축구회관에서 긴급 단장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프로축구연맹 측도 지난해부터 떠돌던 갖가지 소문을 들어 알고 있다. 이런 소문들을 확실하게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제대로 ‘발본색원’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사건이 터진 지 하루 만에 단장 회의를 소집해 임시방편을 만들기 급급했다.
구단들도 문제다. 지난해 연말 스포츠토토와 관련해 문제가 된 선수들이 있었지만 그들을 자격 정지시키는 등 중징계를 내린 구단이 많지 않다. 이러한 사실을 숨기고 선수를 다른 팀으로 이적시킨 탓에 ‘걸릴 경우 팀을 옮기면 그만’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일부 감독들 사이에는 스포츠토토 관련 선수들의 블랙리스트까지 존재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지만 구단들이 쉬쉬하며 일을 키웠다.
문제를 인식하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구단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가 불거지자 대부분의 K리그 관계자들은 “K리그가 이번 일을 계기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썩은 부분을 과감히 도려내기 위한 노력을 통해 전체가 바뀌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하나도 틀린 말은 없다.
그러나 선수들만 변해서는 K리그가 환골탈태할 수 없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을 필두로 구단, 코칭스태프, 선수 등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구단들은 소문과 문제가 있는 선수를 발견하면 사법기관에 강력한 처벌을 요청해야 한다. 억울하게 소문에 시달리고 있는 선수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래야 한다.
최악의 경우 K리그 존재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K리그가 다시 팬들의 사랑을 받으려면 고통을 참고 이겨내야 한다. 모든 의혹을 해소하고 새롭게 거듭나야 이번 사건으로 무너진 선수 간 신뢰,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믿음, 구단과 선수단 간 화합이 가능하며, 건전한 K리그로 발돋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