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면 징계를 통해 파면할 수 있다. 그런데 최고위 공무원이나 특수직에 있는 공무원은 보통의 징계절차로는 처벌하기 어려운 게 현실. 그래서 우리 헌법은 별도의 파면절차를 뒀다.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가 징계절차에 회부하고, 헌법을 수호해야 할 헌법재판소가 징계위원회 구실을 해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탄핵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탄핵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피청구인의 파면을 결정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불행하게도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준비 중이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탄핵제도를 두고 있긴 하지만 관련 법규정이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저 헌법에 탄핵제도를 규정했을 뿐이고, 탄핵심판을 담당하는 헌법재판소법에 탄핵절차에 관한 규정이 몇 개 있을 뿐이다. 헌법을 보면 탄핵 대상자를 규정해놓고 있는데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행정 각부의 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감사원장과 감사위원 및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대상자다.
그런데 관련 법률인 탄핵법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과정에서 위헌 결정을 받아 폐기된 후 지금까지 새로 제정되지 않고 있다. 헌법에서 언급한 탄핵 대상자 가운데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사라져버린 것. 탄핵 사유에 대해서도 헌법에 언급된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는 추상적인 문구가 전부다.
할 수 없이 탄핵절차를 형사절차에 빗대어 보면, 검찰에 해당하는 소추기관이 국회고 법원에 해당하는 재판기관이 헌법재판소가 되는 것이다. 재적 국회의원 3분의 1의 찬성으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국회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탄핵소추가 결정되는데, 대통령에 대한 소추만은 재적 국회의원 3분의 2의 찬성이 있어야 결정된다. 현 국회의원 구성으로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가결되려면 국회의원 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막상 탄핵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기저에는 바로 그 근거법인 탄핵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자리한다. 먼저 헌법재판소법을 보면 ‘탄핵심판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때에는 재판부는 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돼 있어, 이번 탄핵 건이 관련자들의 형사재판 건으로 정지될 수 있는지가 논란이며,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받아 그 과정에 있으면 하야를 할 수 없는지도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통령을 제외한 탄핵 대상 공무원의 경우 탄핵 과정 중에는 임명권자가 사직서를 수리할 수 없도록 국회법에 규정돼 있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하야할 수 없다’는 해석과 대통령은 사직할 수 없는 대상에서 제외시켜놓았기 때문에 ‘하야할 수 있다’는 해석이 모두 가능하다. 만일 탄핵 과정에서 대통령이 스스로 하야한다면 탄핵심판은 심판의 이익이 없어 각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논란을 빠르게 정리하기 위해서는 일단 국회가 탄핵소추를 결정하면 그 즉시 탄핵 관련 법률을 제정해 세부사항을 정해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 판단은 법률적 고려만으로는 안 되는 정치적 영역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정치적 고려는 결국 국민의 뜻을 헤아리는 일이 될 것이다. 정치권이 국민의 뜻을 정확히 헤아려 하루속히 국민이 바라는 대로 정국의 안정을 가져와주길 바랄 뿐이다. 이래저래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