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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현행 6구간(최대 누진율 11.7배수)으로 설계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3구간(최대 누진율 3배수)으로 조정하는 3가지 개편안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산자위)에 보고했다. 3가지 개편안은 전기를 많이 쓴 사람이 요금을 더 내는 기본 원리에 근접한 1안, 현 6구간인 누진체계 중 0~300kWh의 3구간을 그대로 유지한 2안, 두 안을 절충한 3안이다. 이들 개편안 가운데 채택될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은 3안이다.
11월 28일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방안 공청회’에서 관계자들은 산업부가 보고한 3가지 개편안 가운데 3안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3안의 누진 구간은 총 3개로 1구간 0~200kWh, 2구간 201~400kWh, 3구간 401kWh 이상 등이다. kWh당 전기요금은 1구간(이하 기본요금 910원) 93.3원, 2구간(1600원) 187.9원, 3구간(7300원) 280.6원으로 책정됐다.
산업부는 “3안으로 전기요금 누진제가 개편될 경우 가구당 평균 11.6%의 전기요금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소득분위가 낮은 가구는 실제 전기 사용량이 많지 않아 전기요금이 개편돼도 할인 혜택을 거의 보지 못한다. 게다가 한전 측 발표에 따르면 이번 개편으로 한전이 입을 손해액이 1조 원에 육박(3안 기준 9393억 원)하지만 이를 메울 대책은 전혀 없어 일각에서는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가 한시적 조치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 월평균 300kWh 사용, 할인 혜택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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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편안으로 오히려 전기요금이 늘어나는 기현상은 월 전기 사용량이 200kWh 이상이면 끝난다. 월 전기 사용량 200kWh의 전기요금은 현행 누진체계에서는 월 1만9570원. 개편안의 전기요금도 현행 요금제와 같다. 누진체계와 상관없이 같은 전기요금이 유지되는 것은 월 사용량 300kWh까지다(월 3만9050원). 이 구간에서 두 누진체계의 전기요금은 정확히 일치한다. 월 사용량이 300kWh가 넘어야 비로소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월 전기 사용량이 300kWh를 넘어가면 기존 누진체계에서는 kWh당 요금이 187.9원에서 280.6원으로 오르지만, 개편안은 월 전기 사용량 400kWh까지 kWh당 요금이 187.9원으로 일정하다.
개편안의 kWh당 전기요금 증가는 400kWh까지가 마지막이다. 401kWh 이후부터 kWh당 전기요금은 280.6원으로 고정돼 전기를 많이 쓰면 많이 쓸수록 할인 폭은 커진다. 단적인 예로 월 전기 사용량이 1000kWh를 넘으면 개편안의 월 전기요금(23만1900원)은 현행 누진체계(47만4970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한전이 발표한 2014년 가구당 평균 월 전기 사용량은 292~307kWh. 각 가정이 종래의 월 전기 사용량을 유지한다면 전기요금 할인 혜택은 적거나 없을 개연성이 높다.
적게 써도 싸지지 않는 이상한 누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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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황이 어려운 가구는 여름철보다 겨울철 전기 사용량이 더 많은 편이다. 선풍기보다 난방기에 전기가 더 많이 들어가는 까닭이다. 가스보일러나 석유보일러보다 상대적으로 사용료가 저렴한 전기 난방기구에 의존하는 가구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한전 자료에 따르면 겨울철 기초생활수급자의 월 평균 전기 사용량은 280kWh로 300kWh에 다다를 만큼 늘어난다. 차상위계층은 360kWh로 일반 2인 가구 겨울철 월 평균 전기사용량(374kWh)에 육박한다. 이렇듯 난방을 대부분 전기에 의존하지만 전기 사용량이 적어 개편안에 따른 전기요금 할인 혜택은 거의 없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월 평균 전기 사용량이 300kWh에 미치지 못하니 아예 효과가 없고, 차상위계층도 할인 폭이 크지 않다. 한 달 동안 전기를 360kWh 사용했을 때 현행 누진체계에선 전기요금이 5만8417원. 개편안으로 다시 계산하면 5만512원으로 기존 요금에 비해 8000원 정도 싸다.
저소득가구는 1년 열두 달 중 단 한 번도 월 전기 사용량이 300kWh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전의 ‘2014년 소득분위별 월평균 전력소비량 추이 통계’에 따르면 소득분위 하위 3분위(소득 수준 하위 30%)까지는 월 평균 전기 사용량이 1년 내내 300kWh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과 2013년 역시 겨울 한 달만 300kWh를 겨우 기록했다. 취약계층이 전기 사용량을 크게 늘리지 않는 이상 이번 개편안으로 전기요금을 할인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전기 사용량이 적은 저소득층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에도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되자 산업부가 조정에 나섰다. 산업부는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과 함께 취약계층 할인 혜택 확대안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의 전기요금 정액 할인 한도는 최대 8000원에서 1만6000원(하절기 2만 원)으로, 차상위계층은 최대 2000원에서 8000원(하절기 1만 원)으로 늘었다. 이 밖에도 출산가구는 월 1만5000원 한도에서 전기요금의 30%를 할인받을 수 있는 등 할인 요금이 적용되는 가구의 폭도 넓어졌다.
늘어날 전기 소비, 억제책 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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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도 전력수요 증가를 걱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산업부가 발표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에 대해 “500kWh 이상 전기를 사용하는 사람만 크게 이득을 보게 된다. 수요를 억제하려면 일반용(가게나 영업용으로 사용하는 전기) 전기요금이나 산업용 전기요금을 손볼 필요가 있으나, 이번 주택용 전기요금 조정으로 전력수요가 일방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가정의 전기 과소비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에는 낮은 구간에 대한 요금 할인을 비롯해 1000kWh 이상 슈퍼유저에게는 기존의 무거운 요금체계를 적용하는 등 전력수급 관리 방안도 담겨 있다. 징벌적 누진제로 국민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동시에 전력수급 관리도 신경 써 전력소비량이 급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업부의 전기 과소비대책에도 전기수요 증가에 대한 걱정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전기를 월 1000kWh 이상 사용하는 가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11월 24일 산자위에서 “1000kWh 이상 사용하는 가구가 전체의 0.03%에 불과해 산업부의 대책은 전력소비 억제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의원도 “이전 누진체계에서는 월 500kWh 이상만 써도 최고 요금이 적용됐는데, 이를 1000kWh 이상 사용하는 슈퍼유저에게만 적용한다는 것은 전력 과소비의 기준을 너무 넓게 잡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우려에 대해 주 장관은 “1000kWh라는 기준은 산업부의 자의적 판단이 아니다. 최고 요금제 기준을 600kWh, 800kWh, 1000kWh, 1200kWh 등 여러 가지로 시뮬레이션해본 뒤 국민의 생활 패턴이나 기본적으로 전기 사용량이 많이 늘어난 부분까지 감안해 기준을 설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심야전기, 겨울철에는 여전히 요금 핵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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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전기는 오후 11시부터 그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전기를 공급받아 냉난방에 이용하는 방식으로,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는 전력수요를 분산하고자 1985년 도입됐다. 시행 초기에는 요금이 일반 주택용보다 훨씬 저렴하고 정부 차원에서 설치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등 혜택이 많아 다가구·단독주택을 중심으로 보급률이 크게 늘었다. 9월 25일 한국전력공사(한전)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심야전기 이용 가구는 총 86만6259호로 2002년 62만7343호에 비해 40%가량 증가했다. 2010년부터 심야전기 설치 기준이 저소득층 일부로 제한된 것을 감안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심야전기는 주택용 전기요금보다 저렴한 일종의 특혜다. 그러나 심야전기를 쓰는 가구들은 겨울철마다 불만을 토로한다. 일단 예전보다 요금이 크게 올라 주택용 전기요금과 큰 차이가 없다. 심야전기요금은 2004년 kWh당 29.8원에서 2013년 76.8원으로 2배 이상 올랐다. 게다가 심야전력의 난방기구인 축열식 전기보일러의 에너지 낭비가 심각하다. 기기 특성상 난방을 하지 않고 온수만 사용한다 해도 축열조에 물을 가득 채워 심야시간에 데워야 하기 때문이다. 심야전기의 겨울철 에너지 낭비는 여름과 겨울의 심야전기 판매 수입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한전의 심야전기 판매 수입은 270억4900만 원이지만 올해 1월에는 1863억6663만 원으로 7배 가까이 증가했다.
심야전기를 쓰는 가구들의 불만은 계속 커지고 있지만 한전에서는 이를 조정할 생각이 없다. 한전 관계자는 “심야전기요금이 최근 10년간 많이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주택용 전기요금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간혹 요금이 많이 나오는 경우는 그만큼 전기를 썼기 때문이다. 심야전기는 원가회수율이 낮아 한전의 손실액도 크기 때문에 요금 인하 등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알기 쉬운 전기요금 계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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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주택용 전기요금은 일반 계산기로도 쉽게 계산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주택용 전기요금을 제대로 계산하려면 먼저 누진제와 누진세의 차이점을 이해해야 한다. 누진세는 과세 대상의 최종 액수에 따라 과세 비율이 결정된다. 하지만 전기요금 누진제는 전기 사용량에 따라 구간별 요금이 달라질 뿐이다.
예를 들어 현행 주택용 전기요금의 누진체계 구간을 기준으로, 월 전기 사용량 500kWh인 가구의 전기요금을 누진세 계산 방식으로 잘못 계산하면 구간 금액인 709.5원에 사용량인 500kWh를 곱해 총 35만4750원이 나온다. 하지만 이를 전기요금 계산법에 맞춰 구간별로 계산하면 0~100kWh 구간 요금인 60.7원에 전체 사용량 500kWh 중 100kWh를 곱하고 그 값을 100~200kWh 구간 요금인 125.9원에 사용량 100kWh를 곱한 값에 더하는 식으로 계속 합산하면 10만7280원이 나와 누진세 계산 방식과 차이가 크다.
이 방식으로 전기요금을 계산한 뒤 구간별로 다르게 책정된 기본요금을 더해야 한다. 400~500kWh 구간의 기본요금은 7300원. 이를 모두 더하면 11만4580원이 된다. 이 금액에 10%의 부가가치세와 3.7%의 전력산업발전기금을 합산하면 다음 달 내야 할 최종 전기요금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