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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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약사의 ‘똑똑한 약 이야기’

마늘주사엔 마늘이 없다

주사제 남용의 폐해

  • 동국대 약대 외래교수 pharmdschool@gmail.com

    입력2016-12-12 1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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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흔히 수액주사를 몸이 좋지 않을 때 꼭 맞아야 하는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한다. 세끼 밥을 잘 먹어 포도당이 부족할 리 없는 사람도 포도당을 혈액에 넣어주는 주사가 필요하다고 여긴다. 백옥주사, 마늘주사 등 다양한 이름의 주사제도 유행한다. 과연 이런 주사에 어떤 효과가 있기에 유행처럼 번지는 것일까.

    먼저 ‘마늘주사’부터 살펴보자. 이름 때문에 마치 마늘 성분을 몸에 넣어 면역력을 높여주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 주사는 활성형 비타민B1인 ‘푸르설타민’ 함유제다. 이 약을 정맥에 주사하면 체내 곳곳에 비타민B1이 전달된다. 이때 코나 입에서 약하게 마늘 냄새가 나 마늘주사라 이름 붙은 것인데, 일시적으로는 비타민B1의 작용으로 피로 해소, 대사증진 효과를 볼 수 있긴 하나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건 아니다.

    마늘주사와 함께 피로 해소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영양주사로는 ‘감초주사’가 있다. 마늘주사와 달리 감초주사에는 실제 감초의 주성분인 ‘글리시리진’이 함유돼 있다. 이 성분이 디톡스 작용을 해 체내 각종 독성물질을 해독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피로 해소, 미용, 다이어트 등에 활용된다. 하지만 이 성분은 위궤양 치료제로 쓰이던 중 부작용으로 사용이 중단된 바 있다. 또 콜레스테롤 개선 및 간 보호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부 환자에게는 고혈압과 부종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됐다. 부작용으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감소해 성기능 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으므로 신중히 투여해야 한다.

    이번엔 여성에게 미용 목적으로 많이 추천되는 소위 ‘신데렐라주사’에 대해 알아보자. 이 주사제의 주성분은 항산화제 일종인 ‘알파리포산’이다. 이 성분은 그동안 당뇨병으로 인한 신경증을 치료하는 약에 사용됐는데 최근 알파리포산이 체내에서 식욕을 억제하고, 에너지 소비를 촉진한다고 알려져 다이어트나 체중 감소 목적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비만치료제로 널리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건 아니므로 주의를 요한다.

    이 밖에도 미용 목적으로 활용하는 주사로는 피부톤을 밝게 만들어주고 노화를 방지한다고 해서 인기를 끄는 ‘백옥주사’가 있다. 백옥주사의 주성분은 ‘글루타티온’인데 이는 체내에서 합성되며 해독작용 및 면역기능을 담당한다. 이 성분은 항암제 투약 시 약물 독성으로 인한 신경계통 부작용을 예방하고자 사용하기도 한다. 또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장애 치료에도 활용된다. 일부 남성의 불임, 빈혈, 동맥경화 치료 등에 보조적으로 사용되기도 하나 최근 알려진 바와 같이 피부색을 밝게 하려는 목적으로 글루타티온 정맥주사를 사용하도록 승인되지는 않았다.



    이와 같은 여러 정맥주사의 원래 목적은 특정 영양소의 결핍 증상이나 질병이 발생한 경우 해당 성분을 보충하는 것이다. 약물을 복용해 결핍을 바로잡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일시적으로 많은 양을 혈액에 직접 전달하려고 정맥주사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주사요법을 영양소 결핍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많은 병원이 미용 또는 피로 해소 목적으로 정맥주사를 놓으면서 결핍 환자에게 사용하는 용량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쓰는 것도 문제다. 부작용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비타민주사는 소변으로 배출돼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 주사제 주성분이나 첨가제로 인한 급성 알레르기 반응으로 쇼크가 발생할 수 있고, 고용량 투여 시 약물대사 기관인 간이나 신장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요즘 토양의 질 악화와 현대인의 생활환경 문제로 ‘밥만 잘 먹으면 되는’ 시대는 분명 지났다. 여러 가지 비타민과 미네랄을 균형 있게 섭취하려면 비타민제 하나쯤은 필수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씹고 먹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사람이 정맥 영양주사 요법을 애용해야 할 이유는 없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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