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수험생활의 결과가 발표됐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를 받고 나면 수험생이나 학부모는 대부분 실망 또는 절망을 느낄 것이다. 평소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왜 하필 수능에서 이런 성적표를 받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푸념이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수험생의 잘못이 아니라, 고3 수험생활을 하면서 거의 매월 치른 모의평가와 수능의 응시집단이 다르기 때문이다. 과정이야 어떻든 이제 확정된 결과를 가지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 수능 전에는 하고 싶었던 일이 산더미처럼 많았는데, 정신없이 질주하던 수험생활이 끝나고 나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시간만 낭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호흡을 가다듬고 정시모집 전략을 세워보자.
△달라진 변수를 고려하라 최근 몇 년간 표준점수 몇 점이 어느 학과에 합격했다는 정보는 올해 지원자에게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그런데 수능 난이도 외 전년 대비 달라진 외부 요소가 있다. 수시 모집정원이 매년 늘어나면서 정시 모집정원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과 모집단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지원자 수가 아닌 단순 경쟁률은 약간 상승한다는 의미다. 국어 A/B형이 하나로 통합된 것도 변수다. 국어에서 인문계열 학생의 점수가 높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상위권에는 오히려 자연계열 학생이 많다.
△중위권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 탐구영역 변환표준점수를 기준으로, 표준점수 최고점은 인문계열이 지난해 542점에서 2017학년도 548점으로 6점 정도 높아졌다. 자연계열은 지난해 534점에서 2017학년도 548점으로 14점이나 높아졌다. 표준점수를 반영하는 (최)상위권 대학이나 학과는 지난해에 비해 지원자 점수 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어느 학과에 지난해와 동일한 전국 누적석차 100명이 지원했다면 1등과 100등의 표준점수 차는 지난해보다 크다는 의미이며, 자연계열이 더 크게 나타난다. 상위권에서도 지난해보다 수시 모집정원이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점수 폭이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나 표준점수 500점 안팎부터 그 이하 점수대인 2~4등급 구간에서는 지난해보다 동일 점수대 수험생이 많아 경쟁이 치열하고 1점 차로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이 구간의 수험생은 영역별 반영 방법에 따른 대학별 환산점이 자신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 검토해야 한다.
△정시 지원 배치표를 잘 활용하자 배치표는 입시기관마다 차이가 나고 편차도 있다. 또한 대학마다 영역별 반영 비율이 달라 반영 비율을 동일하게 한 배치표가 정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수험생이 어느 하나의 배치표만 활용하지 않는다. 학교에 배포되는 여러 개의 배치표를 참고해 본인이 지원하려는 학과의 예상 점수가 가장 높은 곳과 가장 낮은 곳을 비교해보면 상향, 안정, 소신지원이 나온다.
△대학별 특성과 지원자 추이를 확인하라 지원 대학을 정하면 그 대학의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학과 신설이나 통폐합을 한 첫해에는 그만큼 홍보를 많이 해 경쟁률이 높고, 다음 해에는 주춤하는 경향이 있다. 또 지원자의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원서접수 첫날부터 매일 공개되는 경쟁률을 잘 확인하면 지원자 특성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경쟁률이 계속 일정하게 상승하는 경우가 있고, 마지막에 급격히 상승하는 경우도 있다. 매일 일정하게 경쟁률이 상승한다면 소신지원자가 많다는 의미다.
확정된 점수를 가지고 정시모집에 지원할 때 반드시 합리적인 선택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정시 지원 전략을 잘 세우는 일은 수능 점수를 조금이라도 올리려고 노력했던 것 이상으로 중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