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이 쏟아지는 본신리 금강소나무 생태경영림 야영장.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나무인 소나무는 크게 해송(海松)과 육송(陸松)으로 나뉜다. 해송은 수피가 검어서 ‘흑송’ 또는 ‘곰솔’로도 불린다. 반면에 수피가 붉은 육송은 ‘적송’이라 일컫는다. 육송 중에서도 목질이 단단한 재목용 소나무는 특별히 ‘금강소나무’(강송), 또는 ‘춘양목’이라 부른다. 금강소나무란 금강석(다이아몬드)처럼 속이 단단하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반적으로 소나무는 단단한 속 부분인 심재(心材)가 50% 내외지만, 금강소나무는 무려 70~80%에 이른다. 그리고 ‘춘양목’이라는 이름은 원래 경북 봉화의 춘양역을 통해 외부로 반출된 금강소나무를 지칭했으나, 지금은 좋은 소나무의 대명사가 되었다.
대체로 금강소나무는 수형이 곧고 밑동이 굵으며, 껍질은 얇고 붉은색을 띤다. 나무 속은 붉거나 누렇고 나이테는 가지런하면서도 촘촘하다. 목재로서의 가치가 높고 재질이 뛰어나기 때문에 옛날에는 궁궐을 짓거나 왕실의 관을 짜는 데 사용되었다. 그래서 왕실에서는 금강소나무가 자라는 산을 ‘황장봉산(黃腸封山)’으로 정해 백성들이 함부로 들어가거나 나무를 베지 못하게 했다.
경북 동북부 지역인 영양 울진 봉화 영덕 등지에는 총 6만1257㏊(1억8530만평)의 산림에 2938만 그루의 금강소나무가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영양군 수비면 본신리, 봉화군 소천면 고선리, 울진군 서면 소광리 세 곳에는 금강소나무 생태경영림이 조성되었다. 그중 본신리의 생태경영림은 금강소나무의 후계림을 조성하고, 계곡 중심의 먹이사슬을 복원하며, 생태학습 여행인 에코투어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취지로 2007년 7월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되었다.
본신리의 금강소나무 생태경영림은 영양군과 울진군 백암온천 사이를 잇는 88번 국도변에 자리잡고 있어서 찾아가기 쉽다. 이 숲에는 길이가 각각 1~2km 되는 5개의 생태탐방로가 개설돼 있다. 코스마다 나름의 장점과 특징을 갖고 있지만, 초보자들에게는 1km의 거리에 한 시간쯤 걸리는 제4코스와 1.2km를 돌아보는 데 1시간30분쯤이 소요되는 제5코스가 권할 만하다.
우람한 금강소나무를 안아보는 탐방객들.
제4코스는 거대한 사암 위에 뿌리를 내린 금강소나무 군락을 감상하는 코스다. 관리사 앞쪽의 계곡에 놓인 현수교를 먼저 건너야 한다. 다리를 건너면 곧장 참나무숲을 가로지르다가 금세 가파른 비탈길에 접어든다. 경사가 급해 겨울철에 눈이 쌓여 있을 때는 적잖이 고생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발고도가 금세 높아지기 때문에 탁월한 조망과 함께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탐방로 주변에는 장정 두 사람이 팔을 벌려도 닿지 않을 정도로 우람한 금강소나무가 지천이다. 실낱같은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후각을 자극하는 솔향기가 아주 상쾌하다. 솔숲 사이로 하염없이 걸어도 좋고, 노송처럼 한자리에 서서 금강소나무의 늠름한 자태와 푸른 기상을 눈으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제5코스는 관리사에서 능선으로 거슬러 오른 다음, 다시 비탈길을 가로질러 내려오는 순환형 코스다. 이 코스에서는 높이 20m 이상의 아름드리 금강송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능선길의 조망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계곡의 물속과 물 밖에는 물고기집, 현수교, 10여 개의 야영 데크 등이 설치돼 있어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본신리의 금강소나무 생태경영림에서 7.5km쯤 떨어진 국립검마산자연휴양림(054-682-9009)도 숲길이 매우 아름답다. 이 휴양림과 본신계곡을 포함한 검마산 일대의 금강소나무 군락지는 미림(美林), 즉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휴양림 곳곳에도 곧고 미끈한 몸매를 하늘 높이 치솟아 올린 금강송이 자라고 있어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는다. 숲과 나무에 대한 숲 해설가의 자세한 설명도 무료로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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