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케’가 한국의 주류(酒類) 문화 속에 서서히 파고들고 있다. 이제는 사케 하면 일본을 대표하는 술, 청주라는 사실은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사케’의 유래와 종류, 등급 구분을 잘 알고 마시는 이들은 많지 않은 듯하다. 원래 사케는 일본어로 ‘술’이라는 뜻이지만, 일반적으로 일본 청주라는 뜻으로 쓰이니 이 글에서도 청주라는 말 대신 ‘사케’를 쓰도록 하겠다.
사케는 인류가 쌀농사를 짓기 시작한 때와 그 역사를 같이한다. 기원전 4800년 중국 양쯔강 유역에서 쌀농사가 시작되며 쌀술(米酒)이 처음 만들어졌고, 일본에서는 기원전 1000년경 쌀농사가 시작되며 처음 생겼다고 한다. 그 쌀술이 만들어진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마을 남녀가 생쌀을 입으로 깨물어 뱉어놓았는데, 며칠 지나니 생쌀이 술이 돼 모두 모여 그 술을 마셨다는 유래가 있다. 현재 일본어 한자 양조(造)에서 양()의 훈독을 보면 가모스(かもす)로 ‘깨물다’의 가무(かむ)와 비슷하니 어느 정도 연관이 될 듯하다.
쌀농사와 같은 역사 ‘신의 선물’
일본 ‘고사기’에 따르면 삼국시대 백제인 스스고리(須須許里)라는 사람이 술을 만들어 천황에게 진상한 뒤, 증증보리(保利) 형제도 이 방법으로 술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후 증증보리 형제를 술의 신으로 칭하며 제도 지내고 신사도 세웠다는 내용이 있다. 또 다른 재미있는 유래는 새들이 쌀을 물어 쪼아서 대나무통에 놓아두었는데 이슬과 함께 술이 된 것을 사람들이 마셨다고 한다. 그 뒤 그 맛에 취한 사람들은 같은 방법으로 술을 빚어 마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케를 ‘신의 선물’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런 의미가 아닐까.
사케를 ‘일본술’이라 부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청주’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본법률 주세법에서도 일본술과 청주가 공통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산 청주, 미국산 청주 등을 한국 일본술, 미국 일본술이라고 부르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케는 크게 순미주(純米酒·준마이주), 본양조(本造·혼조조), 보통주(普通酒)로 나눌 수 있다. 순미주는 쌀과 물로만 양조한 술로 대음양(大吟·다이긴조), 음양(吟·긴조) 등의 등급으로 나뉜다. 이러한 등급은 쌀의 정미보합률을 나타낸다. 가장 높은 등급인 대음양은 알곡의 50% 이상을 깎아낸 쌀을 사용한 술이고, 음양은 40% 이상, 보통 순미주는 30% 이상 깎아 만든 술이다. 쌀을 깎는 것은 쌀 외부에 있는 단백질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사케를 만드는 데는 쌀 알곡 중심에 있는 전분의 향이 중요한데, 단백질이 이 향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본양조는 순미(純米)에 주조용 알코올을 소량 섞은 술이다. 알코올을 일부 혼합하는 것은 알코올을 더했을 때 그 향을 더 이끌어내준다는 이유도 있다.
한편 보통주는 순미주에 상당량의 주조용 알코올을 혼합한 술로 일본에서 판매되는 ‘사케’의 90%는 보통주다.
사케의 가격 또한 순미주의 정미보합률에 비례한다. 정미보합률이 50% 이상인 순미대음양주(純米大吟酒·준마이 다이긴조) 한 병을 만드는 데 약 6.6㎡(2평)에서 생산된 3kg 정도, 약 6만 알의 쌀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일본 각지 양조장들은 각각 자신들만의 대표 술로 순미대음양주를 정성껏 만들어 대회에 출품하고 자부심으로 삼고 있다. 그 맛은 양조장마다 다르지만 맛과 향이 뛰어날 뿐 아니라 달콤한 배맛과 같은 향과 시원함이 있다. 한정 생산되며 비싼 술은 몇십만원을 호가한다. 한국에서는 15만~30만원으로 점포에서 판매된다. 물론 순미대음양주라 해도 가격은 브랜드와 종류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본양조는 알코올이 함유돼 맛이 약간 묵직하며 입 안에 남아 천천히 넘어가는 느낌을 준다. 강한 술을 원한다면 본양조가 좋다. 본양조에 익숙해지면 순미대음양주의 맛과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가격대는 5만~8만원대.
순미대음양주 애호가라면 보통주의 맛이 약간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케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업소에서는 보통주를 주로 아츠캉(뜨겁게)으로 많이 사용하며 히레사케, 잔술도 대부분 보통주를 사용한다. 가격대는 2만~4만원대가 많다.
사케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조건에 달려 있다. 첫째가 온도, 둘째가 함께 먹는 음식, 셋째가 잔이다. 순미주는 차가울 때 시원함과 달콤함을 강하게 느낄 수 있으며, 약간 따뜻하게(35~45℃) 하면 향이 더욱 풍부해진다. 또한 겨울에 복어나 도미의 부레 말린 것에 차를 만들 듯 뜨거운 사케를 부어 마시는 것을 ‘히레사케’라고 하는데, 히레사케는 바다의 향이 나며 식욕을 돋워준다. 그 밖에 생강, 고구마, 오징어 껍질, 버섯, 다시마, 우매보시, 검은콩 등을 히레사케와 같은 방법으로 마시는 것도 좋다.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일본술과 정종은 다르다. 정종은 일본술 브랜드 중 하나인 ‘正宗(마사무네)’이라는 술로, 후쿠다라는 사람이 부산에 청주공장을 처음 세우며 그 이름이 퍼져 정종이 일본술로 잘못 불리게 됐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사케를 아주 뜨겁게(55~60℃) 또는 차갑게 마시는 방법이 일반적이지만 일본에서는 35~45℃로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경우가 많다. 독일에서 맥주를 미지근하게 데워 마시기도 하는 것처럼 35~45℃의 미지근한 온도는 사람의 체온과 유사해 몸에 잘 맞는다고 한다.
모든 음식과 찰떡궁합 묘한 중독성
기본적으로 사케는 모든 음식과 잘 어울린다. 그중 차가운 사케는 따뜻한 어묵이나 꼬치구이, 조림류(예컨대 도미머리조림)와 잘 어울린다. 치즈와의 매치를 최고로 치는 이들도 있고 새우크림 크로켓도 인기 있는 메뉴다. 차가운 생선회도 따뜻하게 데운 사케와 잘 맞는다. 일본인들은 중독성이 있다고도 한다.
사케의 잔은 조금 큰 게 좋다. 혀와 닿는 부분이 많을수록 향이나 맛을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케는 아무래도 서늘한 가을, 추운 겨울과 잘 어울리는 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술보다 오래도록 몸을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온돌이 없는 일본 문화에서 목욕과 사케가 발달한 것도 추운 겨울 다다미방에서 자기 전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였을 터다.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서늘한 기운에 몸이 움츠러든다면 정겨운 친구, 동료와 함께 따뜻한 사케 한잔에 피곤을 날려보는 것은 어떨까.
사케는 인류가 쌀농사를 짓기 시작한 때와 그 역사를 같이한다. 기원전 4800년 중국 양쯔강 유역에서 쌀농사가 시작되며 쌀술(米酒)이 처음 만들어졌고, 일본에서는 기원전 1000년경 쌀농사가 시작되며 처음 생겼다고 한다. 그 쌀술이 만들어진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마을 남녀가 생쌀을 입으로 깨물어 뱉어놓았는데, 며칠 지나니 생쌀이 술이 돼 모두 모여 그 술을 마셨다는 유래가 있다. 현재 일본어 한자 양조(造)에서 양()의 훈독을 보면 가모스(かもす)로 ‘깨물다’의 가무(かむ)와 비슷하니 어느 정도 연관이 될 듯하다.
쌀농사와 같은 역사 ‘신의 선물’
일본 ‘고사기’에 따르면 삼국시대 백제인 스스고리(須須許里)라는 사람이 술을 만들어 천황에게 진상한 뒤, 증증보리(保利) 형제도 이 방법으로 술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후 증증보리 형제를 술의 신으로 칭하며 제도 지내고 신사도 세웠다는 내용이 있다. 또 다른 재미있는 유래는 새들이 쌀을 물어 쪼아서 대나무통에 놓아두었는데 이슬과 함께 술이 된 것을 사람들이 마셨다고 한다. 그 뒤 그 맛에 취한 사람들은 같은 방법으로 술을 빚어 마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케를 ‘신의 선물’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런 의미가 아닐까.
사케를 ‘일본술’이라 부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청주’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본법률 주세법에서도 일본술과 청주가 공통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산 청주, 미국산 청주 등을 한국 일본술, 미국 일본술이라고 부르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케는 크게 순미주(純米酒·준마이주), 본양조(本造·혼조조), 보통주(普通酒)로 나눌 수 있다. 순미주는 쌀과 물로만 양조한 술로 대음양(大吟·다이긴조), 음양(吟·긴조) 등의 등급으로 나뉜다. 이러한 등급은 쌀의 정미보합률을 나타낸다. 가장 높은 등급인 대음양은 알곡의 50% 이상을 깎아낸 쌀을 사용한 술이고, 음양은 40% 이상, 보통 순미주는 30% 이상 깎아 만든 술이다. 쌀을 깎는 것은 쌀 외부에 있는 단백질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사케를 만드는 데는 쌀 알곡 중심에 있는 전분의 향이 중요한데, 단백질이 이 향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본양조는 순미(純米)에 주조용 알코올을 소량 섞은 술이다. 알코올을 일부 혼합하는 것은 알코올을 더했을 때 그 향을 더 이끌어내준다는 이유도 있다.
한편 보통주는 순미주에 상당량의 주조용 알코올을 혼합한 술로 일본에서 판매되는 ‘사케’의 90%는 보통주다.
사케의 가격 또한 순미주의 정미보합률에 비례한다. 정미보합률이 50% 이상인 순미대음양주(純米大吟酒·준마이 다이긴조) 한 병을 만드는 데 약 6.6㎡(2평)에서 생산된 3kg 정도, 약 6만 알의 쌀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일본 각지 양조장들은 각각 자신들만의 대표 술로 순미대음양주를 정성껏 만들어 대회에 출품하고 자부심으로 삼고 있다. 그 맛은 양조장마다 다르지만 맛과 향이 뛰어날 뿐 아니라 달콤한 배맛과 같은 향과 시원함이 있다. 한정 생산되며 비싼 술은 몇십만원을 호가한다. 한국에서는 15만~30만원으로 점포에서 판매된다. 물론 순미대음양주라 해도 가격은 브랜드와 종류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본양조는 알코올이 함유돼 맛이 약간 묵직하며 입 안에 남아 천천히 넘어가는 느낌을 준다. 강한 술을 원한다면 본양조가 좋다. 본양조에 익숙해지면 순미대음양주의 맛과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가격대는 5만~8만원대.
순미대음양주 애호가라면 보통주의 맛이 약간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케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업소에서는 보통주를 주로 아츠캉(뜨겁게)으로 많이 사용하며 히레사케, 잔술도 대부분 보통주를 사용한다. 가격대는 2만~4만원대가 많다.
사케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조건에 달려 있다. 첫째가 온도, 둘째가 함께 먹는 음식, 셋째가 잔이다. 순미주는 차가울 때 시원함과 달콤함을 강하게 느낄 수 있으며, 약간 따뜻하게(35~45℃) 하면 향이 더욱 풍부해진다. 또한 겨울에 복어나 도미의 부레 말린 것에 차를 만들 듯 뜨거운 사케를 부어 마시는 것을 ‘히레사케’라고 하는데, 히레사케는 바다의 향이 나며 식욕을 돋워준다. 그 밖에 생강, 고구마, 오징어 껍질, 버섯, 다시마, 우매보시, 검은콩 등을 히레사케와 같은 방법으로 마시는 것도 좋다.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일본술과 정종은 다르다. 정종은 일본술 브랜드 중 하나인 ‘正宗(마사무네)’이라는 술로, 후쿠다라는 사람이 부산에 청주공장을 처음 세우며 그 이름이 퍼져 정종이 일본술로 잘못 불리게 됐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사케를 아주 뜨겁게(55~60℃) 또는 차갑게 마시는 방법이 일반적이지만 일본에서는 35~45℃로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경우가 많다. 독일에서 맥주를 미지근하게 데워 마시기도 하는 것처럼 35~45℃의 미지근한 온도는 사람의 체온과 유사해 몸에 잘 맞는다고 한다.
모든 음식과 찰떡궁합 묘한 중독성
기본적으로 사케는 모든 음식과 잘 어울린다. 그중 차가운 사케는 따뜻한 어묵이나 꼬치구이, 조림류(예컨대 도미머리조림)와 잘 어울린다. 치즈와의 매치를 최고로 치는 이들도 있고 새우크림 크로켓도 인기 있는 메뉴다. 차가운 생선회도 따뜻하게 데운 사케와 잘 맞는다. 일본인들은 중독성이 있다고도 한다.
사케의 잔은 조금 큰 게 좋다. 혀와 닿는 부분이 많을수록 향이나 맛을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케는 아무래도 서늘한 가을, 추운 겨울과 잘 어울리는 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술보다 오래도록 몸을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온돌이 없는 일본 문화에서 목욕과 사케가 발달한 것도 추운 겨울 다다미방에서 자기 전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였을 터다.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서늘한 기운에 몸이 움츠러든다면 정겨운 친구, 동료와 함께 따뜻한 사케 한잔에 피곤을 날려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