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관에 임명된 송영근 소장.
3월17일 새 정부의 대대적인 기무사 개혁방안이 공개되면서 신임 사령관 인선을 둘러싼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군 안팎에서 강력히 제기됐다. 그리고 이런 우려는 4월16일 국방부의 중장 이하 장성 정기진급 및 보직인사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조영길 국방부 장관이 청와대에 보고한 인사안 중 기무사령관 후보에 대해서 노무현 대통령이 재가를 거부한 것. 조장관은 수차례에 걸쳐 자신이 천거한 인물이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청와대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성 인사에서 요직 중의 요직인 기무사령관 인사안이 대통령 재가 과정에서 거부당한 것은 기무사 창설 이래 처음 있는 일.
소탈한 성격의 德將 … 정보 분야 경력은 없어
당시 조장관은 신임 기무사령관에 호남 출신으로 기무사에서 잔뼈가 굵은 현 기무사 K소장 발탁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는 두 가지 이유를 들어 K소장 발탁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는 것.
첫째는 특정 지역의 기무사령관 ‘독식’에 대한 비판. 실제로 국민의 정부에서는 초대 기무사령관 이남신(전북 익산·육사 23기) 전 합참의장을 비롯해, 문두식(전남 화순·육사 27기) 전 사령관이 모두 호남 출신이었다. 특히 K소장이 현 장관과 동향(전남 신안)이라는 점도 마이너스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군 내부의 분석이다.
둘째는 기무사의 강력한 개혁을 위해 친소(親疏) 관계에서 자유로운 외부인물을 영입할 필요가 있다는 점. 이에 따라 K소장과 경합했던 송사령관이 가장 무난하다는 데 국방부와 청와대가 최종 합의했다는 후문이다.
경기 용인 출신인 송사령관은 서울 성동고를 나왔으며 1971년 육사 졸업 후 소위로 임관한 뒤 전·후방의 야전참모를 거쳐 96년 7월 준장으로 진급했다. 이후 5군단 참모장과 육군본부 인사운영차장, 장관 인사보좌관, 1사단장, 육군 3사관학교장을 거쳐 2002년 4월부터 최근까지 한미연합사령부 부참모장을 지냈다.
송사령관은 호탕하고 소탈한 성격으로 부하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덕장(德將)’으로 분류된다. 90년대 초 국방부 연합방위과장을 맡아 국군 평화유지활동(PKO)의 기초를 닦았고 3사관학교장 시절에는 영어와 전산 교육을 대폭 강화해 초급장교의 자질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연합사 근무 경력 덕에 영어 실력도 수준급. 판단력과 업무 장악력은 뛰어나지만 준장과 소장 모두 3차로 진급해 과거 정권에서 능력에 비해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평을 들어왔다.
그러나 군 일각에선 기무사나 정보 분야의 근무 경력이 전혀 없는 그가 새 정부의 기무사 개혁 드라이브를 제대로 이끌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동기 장성들이 최근 정기인사에서 중장 1차 보직인 군단장을 마친 상황에서 그다지 개혁성향이 강하지 않고 임기 만료를 앞둔 그가 기무사령관으로 발탁된 데 대해서도 설이 분분하다.
반면 기무사 내부적으론 송사령관을 반기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기무사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의 입김에 좌우됐던 기무사의 허물어진 위상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기회”라면서 “신임 사령관의 향후 행보에 대해 내부적으로 전례 없는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무사는 새 정부 출범 때마다 군 개혁 대상 1호로 지목돼 수난을 겪었다. 92년 김영삼 정부 출범과 함께 사령관의 계급이 중장에서 소장으로 떨어졌다가 환원했다. 김대중 정부 때는 기무사가 아닌 야전 출신이 전격 중용됐다. 새 정부 역시 기무사의 기능과 역할을 대폭 축소하면서 장성 숫자를 줄이는 등 위상을 낮추는 방안을 천명했다. 송사령관이 새 정부와 ‘코드’를 맞춰 기무사를 어떻게 개혁할지 군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