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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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5억인데 추가 분담금 5억’… 재건축 급제동 상계주공5단지 가보니

주민들 “공사비 비싸고, 공기(工期) 길다”… 계약해지 당한 GS건설은 손해배상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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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4-02-07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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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 분담금이 5억 원이나 된다고 하는데 그럴 거면 재건축을 왜 하나. 기존 소유주 30%가량이 현금 청산을 당할 수도 있다더라. 기존 집행부와 시공사를 바꾸는 게 불가피했다.”(상계주공5단지 소유주 A 씨)

    “요즘 공사비가 치솟는데 GS건설 말고 다른 시공사를 선정한다고 해도 뾰족한 수가 있을지 모르겠다. 재건축에선 속도가 생명인데, 어느 정도 문제가 있다고 해도 GS건설과 계약을 해지하지 말고 그냥 진행했어야 한다.”(상계주공5단지 소유주 B 씨)

    1월 31일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에서 기자가 만난 소유주들은 최근 시공사 계약해지와 정비사업위원회 집행부 해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최근 건설 공사비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재건축 추가 분담금을 둘러싸고 주민과 시공사 간 갈등이 정비사업 현장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빠른 재건축 진도로 주목받던 상계주공5단지는 소유주 사이에서 “추가 분담금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GS건설과 시공 계약을 해지했고, 시공사 측이 이에 반발해 손해배상 소송에 나서면서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최고 35층·996채 신축 아파트 탈바꿈 계획

    5층 높이 아파트 단지인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김우정 기자]

    5층 높이 아파트 단지인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김우정 기자]

    상계주공5단지 소유주들은 지난해 11월 25일 전체 회의를 열고 시공사인 GS건설과의 시공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선 정비사업위원회 위원장·위원에 대한 해임안건도 통과됐다. 그간 상계주공5단지는 인근 아파트 단지 중 재건축 선두 주자로 꼽혔다. 2020년 입주한 상계주공8단지(포레나 노원)에 이어 상계주공5단지가 노원구 재건축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2018년 한국자산신탁을 시행사로 선정해 신탁 방식의 재건축이 추진됐고, 지난해 1월 GS건설이 시공사로 선정했다. 당초 기존 지상 5층 높이 840채 노후 아파트 단지를 재건축해 지상 최고 35층, 996채 신축 아파트로 탈바꿈할 계획이었다.

    이날 오전 기자가 찾은 상계주공5단지는 1987년 준공된 점을 감안하면 깔끔한 모습이었다. 발코니 섀시를 새로 바꾼 집이 많았고, 이사 오는 집도 있었다. 주민들은 “역과 상가가 가까워 생활이 편리하고, 단지가 조용해 살기 좋다”고 말했다. 단지 출입구 쪽에는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사업의 힘찬 도약을 견인하겠다”는 ‘정상화위원회’ 명의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기존 정비사업위원회는 위원장 등 지도부가 모두 해임됐고 인근 아파트 상가에 있던 사무실도 문을 닫는 등 기능이 정지된 상태다. 김경남 상계주공5단지 정상화위원회 대표는 같은 날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은 신탁 방식이라 기존 정비사업위원회 위원들이 해임되고 시공사와 계약이 해지됐더라도 예정대로 진행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3월 사업시행인가 접수를 위한 총회를 열고 새 집행부인 2기 정비사업위원회를 선출할 계획인 만큼 전체적인 사업 진행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계주공5단지는 19개 동(棟) 모두 5층 높이이며, 840채 전체가 37㎡(11평형) 단일 평형이다. 1980년대 정부의 ‘상계 신시가지’ 건설에 따라 노원구, 도봉구 일대에 들어선 주공아파트 19개 단지 중 하나다. 상계주공5단지의 경우 본래 이곳에 살던 이른바 ‘철거민’이 다수 이주한 단지로, 처음에는 연탄보일러가 도입됐다고 한다. 서울지하철 4·7호선 노원역이 가까워 교통 인프라가 우수한 데다, 왕복 2차선을 사이에 두고 상수초·신상중과 마주해 교육 여건도 좋은 편이다. 재건축 기대감에 부동산 가격까지 폭등하자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상계주공5단지 몸값도 높아졌다. 2021년 들어 상계주공5단지 실거래가는 7억 원을 돌파했고 같은 해 8월 최고가 8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지난해에는 4억4000만 원~5억4500만 원에 거래됐다. 인근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노원구도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어 최근에는 한 달에 매매계약 1건을 체결하면 다행인 수준”이라며 “상계주공5단지는 매물 가격이 5억 원대에 형성돼 있는데, 매입 의사가 있는 사람은 4억5000만 원대를 희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물 가격 5억 원대”

    소유주들이 시공사와의 계약해지라는 강수를 둔 배경에는 최근 공사비 상승에 따라 추가 분담금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자리한다. 지난해 상계주공5단지 소유주들이 재건축 예상 공사비를 바탕으로 분담금을 추산한 결과 84㎡ 재건축 아파트를 받으려면 분담금이 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온 것이다. 최근 이 아파트 실거래가가 5억 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당장 소유주가 집값만큼 분담금을 내야 재건축이 가능한 셈이다. 이에 따라 소유주들 사이에서 “GS건설이 제시한 공사 계획 4년, 평(3.3㎡)당 공사비 650만 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분담금이 높아질 경우 상당수 기존 소유주가 ‘현금 청산’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시공사가 손해배상 소송을 내면서 상계주공5단지는 송사에 휘말리게 됐다. 지난해 12월 GS건설은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시행사와 정비사업위원장을 상대로 60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정비사업위원회에 낸 입찰 보증금 50억 원에 더해 계약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10억 원을 내라는 것이다. 1월 31일 GS건설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상계주공5단지 시공사 계약해지와 소송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미 사업부서에서 손을 뗐고 법무팀으로 넘어간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튿날 한국자산신탁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소송대리인을 선임해서 토지 등 소유자의 손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건설업계에서는 “최근 공사비 상승세가 잡힐 기미가 안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업체가 상계주공5단지 시공사로 선정되든 평(3.3㎡)당 공사비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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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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