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가시화하는 중국과 일본의 안보정책 총괄조정기구 신설 움직임은 해가 갈수록 큰 폭으로 출렁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변동이 낳은 결과다. 세계화로 동아시아 지역은 급격한 성장을 달성했고,세계 물동량은 대서양에서 이미 태평양 지역으로 넘어왔으며, 한중일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가 조만간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져 나온다. 그럼에도 동아시아는 영토분쟁과 역사문제라는 상처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북핵문제 같은 심각한 위협 요인도 상존한다.
이 지역 나라에서 안보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경제와 안보를 연계한 전략은 이미 상식이 됐다. 거대한 국제질서 변화에 대응하려고 각국이 국가안보기구의 변화와 재편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흔히 안보총괄조정기구의 롤 모델이라고 부르는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NSC)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NSC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통해 안보정책의 조정이란 작업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장점을 갖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NSC는 1947년 트루먼 대통령 시절 창설된 이래 지금까지 미국 안보정책에서 핵심 구실을 담당하고 있다. 당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고립주의를 탈피해 개입주의 정책으로 선회했고 그에 따라 외교, 국방, 정보 분야 조직이 급팽창했다. 기존 조직운영 방식으로는 정책을 효과적으로 조정, 집행하는 일이 어려워진 것이다. 이를 조율할 새로운 조직으로 만든 것이 바로 NSC였고, 따라서 NSC는 대통령 직할권과 자율성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게 설계됐다. 대통령이 효율적, 안정적, 능동적으로 안보정책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그 핵심 목표였다.
인사·재정적으로 독립된 구조
미국 NSC는 최고위급 안보정책 조정 및 자문기구로서 대통령을 보좌한다. 이와 동시에 국무부, 국방부, 재무부 등 관계부처와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놓았다. 대통령 참모그룹의 일원이면서도 백악관 비서실 등 다른 행정조직과는 인사·재정적으로 독립된 구조를 갖는다. 구체적으로는 대통령을 수장으로 하는 NSC가 최상위에 있고, 그 밑에 각료급 위원회(PC), 차석급 위원회(DC), 부처 간 정책위원회(IPCs) 등 조직이 단계별로 촘촘히 구성돼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NSC 참모조직은 국가안보보좌관의 지휘 하에 대통령이 지시한 정책 사안을 검토하고, 각 실무부처에서 대통령에게 제출한 정책을 검토하며, 그와 동시에 관계부처 사이에서 실무 차원의 정책 조정 기능을 수행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NSC는 미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안보정책의 모든 측면(국내, 외교, 정보, 경제)을 통합하는 작업을 지원한다. 그 하위 위원회들과 함께 NSC는 국가안보정책의 발전과 실행에서 행정부서와 기관을 조정하는 나의 주요한 수단”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전임 행정부에 비해서도 NSC의 위상을 한층 강조하는 그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같은 시기 오바마 행정부는 NSC와 국토안보위원회(Homeland Security Council)를 통합해 단일기구로 재조직했고, 정책 결정 과정을 전략적으로 관리한다는 목표 하에 전략기획부(Strategic Planning Direc torate)라는 지원조직을 신설했다.
이렇게 태어난 전략기획부는 △정책 가이드라인 개발 등을 통해 행정부가 국가안보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작업을 돕고 △긴급 위기상황 대응을 지원하며 △주요 동맹국 및 국제기구와 관련한 대통령 업무를 지원하고 △전략계획이나 비상계획 운용 과정에서 대통령 지침을 준수하는지 감독하며 △기타 특별 프로젝트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들 업무를 통해 관계부처 간 효율적 정책 조정과 정보 공유, 정책 실행 과정에서의 일관된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미국 NSC 시스템이 가진 최대 강점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과 직접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정책을 조정하고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안보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 NSC 시스템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다.
반면 NSC 시스템이 적잖은 비판에 시달려온 것도 사실이다. 먼저 대통령과 국가안보보좌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조직 임무와 기능이 수시로 변동되곤 했다는 게 그 첫 번째다. 대통령의 국정관리 스타일이나 주된 관심사에 따라 조직 구조와 정책 결정 과정 자체가 불안정하게 흔들렸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2008년 미국 의회가 주도한 국가안보개혁 프로젝트(Project on National Security Reform) 보고서는 NSC를 ‘대통령안보위원회’ 같은 한층 책임 있는 조직으로 바꾸고, 그 수장인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상원 인준을 거쳐 임명한 뒤 더욱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다음으로 자주 지적되는 한계는 정책 조율 과정에서 실무부처 간 정보 수집 능력 차이가 위상 차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최종 정책 결정 과정에서 특정 부처의 견해나 판단이 한층 강하게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예를 들어 풀어보면, 외교부와 국가정보원, 국방부는 외교공관 정보나 한미연합정보, 자체 정보 수집 등을 통해 정책 수립 논의에 참여하지만 통일부는 정보를 확보할 별도 수단이 없다. 따라서 정보 취합이나 정책 조율 과정에서 통일부가 배제되거나 견해가 약화되는 경우가 발생하곤 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문제점은 관료집단의 저항으로 마찰이나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장 NSC 결정 사항에 대한 다양한 혼선과 왜곡으로 이어지곤 한다. 부처를 중심으로 하는 관료집단과 새로 임명된 대통령 측근 사이의 지속적인 갈등이 대표적이다.
美 NSC 강점 벤치마킹 필요
한국의 경우도 노무현 정부 시기 운영된 NSC와 외교부가 해외 공관을 통해 수집한 전문(電文)을 공유하는 문제를 놓고 적잖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주재국 고위관계자들과의 접촉을 통해 수집한 전문은 해외 정보의 보고이자 외교부 정보력의 상징이라 할 수 있었고, 이 때문에 외교부는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나서야 이를 NSC와 공유하는 데 마지못해 동의했다. 그 밖에도 이 시기 NSC와 외교부는 핵심 사안마다 크고 작은 갈등을 빚는 바람에 최고위급 차원에서 재조정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연이어 벌어졌다.
그러나 대통령의 안보철학과 국정운영 방식을 체화한 NSC의 구실은 안보환경이 급변하고 대응 속도가 중요해질수록 함께 강조될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정부 초기 한미 간 적잖은 견해 차이가 있었지만, 그 오해와 이견을 해소하는 데는 한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 적극 개입한 NSC가 중요한 구실을 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정책 방향을 명확히 이해하는 백악관 NSC와 청와대 NSC가 긴밀히 협의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동맹국 간 이견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통령 사이의 핫라인이고,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NSC 조직이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돌이켜보면 2000년대 초반 한국과 미국의 NSC는 동맹국임에도 이렇듯 직접적인 소통을 일상적 혹은 상시적으로 나누는 데 한계가 있었다. 정부 내에서 NSC 기능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것 못지않게 국가별 NSC 사이 네트워크도 중요한 이유다.
앞으로 10년, 동아시아는 급변할 것이다. 긴장과 협력이 교차하는 미·중 관계는 불안정한 균형 상태를 이어갈 테고, 지역 내 국가 사이에 새로운 안보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논의가 가시화할 것이다. 한반도·북핵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윤곽이 정해질 공산도 크다. 한미동맹과 동아시아는 물론 러시아까지 시선을 넓혀야 하고, 안보정책과 경제의 활로를 개척하는 작업이 동전 양면처럼 맞물릴 것이다. 안보 인프라 확충과 함께 통합적인 대처능력을 높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NSC 체제의 강점을 벤치마킹하고 한계를 최소화한 한국형 NSC 체제를 구축해야 할 절실한 이유다.
이 지역 나라에서 안보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경제와 안보를 연계한 전략은 이미 상식이 됐다. 거대한 국제질서 변화에 대응하려고 각국이 국가안보기구의 변화와 재편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흔히 안보총괄조정기구의 롤 모델이라고 부르는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NSC)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NSC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통해 안보정책의 조정이란 작업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장점을 갖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NSC는 1947년 트루먼 대통령 시절 창설된 이래 지금까지 미국 안보정책에서 핵심 구실을 담당하고 있다. 당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고립주의를 탈피해 개입주의 정책으로 선회했고 그에 따라 외교, 국방, 정보 분야 조직이 급팽창했다. 기존 조직운영 방식으로는 정책을 효과적으로 조정, 집행하는 일이 어려워진 것이다. 이를 조율할 새로운 조직으로 만든 것이 바로 NSC였고, 따라서 NSC는 대통령 직할권과 자율성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게 설계됐다. 대통령이 효율적, 안정적, 능동적으로 안보정책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그 핵심 목표였다.
인사·재정적으로 독립된 구조
미국 NSC는 최고위급 안보정책 조정 및 자문기구로서 대통령을 보좌한다. 이와 동시에 국무부, 국방부, 재무부 등 관계부처와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놓았다. 대통령 참모그룹의 일원이면서도 백악관 비서실 등 다른 행정조직과는 인사·재정적으로 독립된 구조를 갖는다. 구체적으로는 대통령을 수장으로 하는 NSC가 최상위에 있고, 그 밑에 각료급 위원회(PC), 차석급 위원회(DC), 부처 간 정책위원회(IPCs) 등 조직이 단계별로 촘촘히 구성돼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NSC 참모조직은 국가안보보좌관의 지휘 하에 대통령이 지시한 정책 사안을 검토하고, 각 실무부처에서 대통령에게 제출한 정책을 검토하며, 그와 동시에 관계부처 사이에서 실무 차원의 정책 조정 기능을 수행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NSC는 미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안보정책의 모든 측면(국내, 외교, 정보, 경제)을 통합하는 작업을 지원한다. 그 하위 위원회들과 함께 NSC는 국가안보정책의 발전과 실행에서 행정부서와 기관을 조정하는 나의 주요한 수단”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전임 행정부에 비해서도 NSC의 위상을 한층 강조하는 그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같은 시기 오바마 행정부는 NSC와 국토안보위원회(Homeland Security Council)를 통합해 단일기구로 재조직했고, 정책 결정 과정을 전략적으로 관리한다는 목표 하에 전략기획부(Strategic Planning Direc torate)라는 지원조직을 신설했다.
이렇게 태어난 전략기획부는 △정책 가이드라인 개발 등을 통해 행정부가 국가안보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작업을 돕고 △긴급 위기상황 대응을 지원하며 △주요 동맹국 및 국제기구와 관련한 대통령 업무를 지원하고 △전략계획이나 비상계획 운용 과정에서 대통령 지침을 준수하는지 감독하며 △기타 특별 프로젝트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들 업무를 통해 관계부처 간 효율적 정책 조정과 정보 공유, 정책 실행 과정에서의 일관된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미국 NSC 시스템이 가진 최대 강점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과 직접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정책을 조정하고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안보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 NSC 시스템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다.
반면 NSC 시스템이 적잖은 비판에 시달려온 것도 사실이다. 먼저 대통령과 국가안보보좌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조직 임무와 기능이 수시로 변동되곤 했다는 게 그 첫 번째다. 대통령의 국정관리 스타일이나 주된 관심사에 따라 조직 구조와 정책 결정 과정 자체가 불안정하게 흔들렸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2008년 미국 의회가 주도한 국가안보개혁 프로젝트(Project on National Security Reform) 보고서는 NSC를 ‘대통령안보위원회’ 같은 한층 책임 있는 조직으로 바꾸고, 그 수장인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상원 인준을 거쳐 임명한 뒤 더욱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다음으로 자주 지적되는 한계는 정책 조율 과정에서 실무부처 간 정보 수집 능력 차이가 위상 차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최종 정책 결정 과정에서 특정 부처의 견해나 판단이 한층 강하게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예를 들어 풀어보면, 외교부와 국가정보원, 국방부는 외교공관 정보나 한미연합정보, 자체 정보 수집 등을 통해 정책 수립 논의에 참여하지만 통일부는 정보를 확보할 별도 수단이 없다. 따라서 정보 취합이나 정책 조율 과정에서 통일부가 배제되거나 견해가 약화되는 경우가 발생하곤 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문제점은 관료집단의 저항으로 마찰이나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장 NSC 결정 사항에 대한 다양한 혼선과 왜곡으로 이어지곤 한다. 부처를 중심으로 하는 관료집단과 새로 임명된 대통령 측근 사이의 지속적인 갈등이 대표적이다.
美 NSC 강점 벤치마킹 필요
한국의 경우도 노무현 정부 시기 운영된 NSC와 외교부가 해외 공관을 통해 수집한 전문(電文)을 공유하는 문제를 놓고 적잖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주재국 고위관계자들과의 접촉을 통해 수집한 전문은 해외 정보의 보고이자 외교부 정보력의 상징이라 할 수 있었고, 이 때문에 외교부는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나서야 이를 NSC와 공유하는 데 마지못해 동의했다. 그 밖에도 이 시기 NSC와 외교부는 핵심 사안마다 크고 작은 갈등을 빚는 바람에 최고위급 차원에서 재조정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연이어 벌어졌다.
그러나 대통령의 안보철학과 국정운영 방식을 체화한 NSC의 구실은 안보환경이 급변하고 대응 속도가 중요해질수록 함께 강조될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정부 초기 한미 간 적잖은 견해 차이가 있었지만, 그 오해와 이견을 해소하는 데는 한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 적극 개입한 NSC가 중요한 구실을 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정책 방향을 명확히 이해하는 백악관 NSC와 청와대 NSC가 긴밀히 협의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동맹국 간 이견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통령 사이의 핫라인이고,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NSC 조직이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돌이켜보면 2000년대 초반 한국과 미국의 NSC는 동맹국임에도 이렇듯 직접적인 소통을 일상적 혹은 상시적으로 나누는 데 한계가 있었다. 정부 내에서 NSC 기능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것 못지않게 국가별 NSC 사이 네트워크도 중요한 이유다.
앞으로 10년, 동아시아는 급변할 것이다. 긴장과 협력이 교차하는 미·중 관계는 불안정한 균형 상태를 이어갈 테고, 지역 내 국가 사이에 새로운 안보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논의가 가시화할 것이다. 한반도·북핵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윤곽이 정해질 공산도 크다. 한미동맹과 동아시아는 물론 러시아까지 시선을 넓혀야 하고, 안보정책과 경제의 활로를 개척하는 작업이 동전 양면처럼 맞물릴 것이다. 안보 인프라 확충과 함께 통합적인 대처능력을 높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NSC 체제의 강점을 벤치마킹하고 한계를 최소화한 한국형 NSC 체제를 구축해야 할 절실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