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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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유비·손권, 세 남자가 사는 법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07-05-29 18: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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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조·유비·손권, 세 남자가 사는 법
    “에이, 또 삼국지 타령이야! 도대체 언제까지 우려먹으려고….” 그럼에도 ‘삼국지’에는 처세술의 모든 것이 녹아 있다.

    한 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경영환경과 무한경쟁. 오늘날 기업이 처한 상황은 한나라 말기 혼란을 틈타 각지에서 군웅이 할거한 삼국지의 배경과 다를 바 없다. 수많은 영웅들과의 치열한 전투에서 승리한 조조 유비 손권은 천하를 삼분했다. 그들은 어떻게 인재를 모으고, 어떤 방법으로 나라를 세우고 키웠을까. ‘삼국지’를 기업경영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세 영웅에게는 하늘이 내린 운과 뛰어난 실력, 인간적인 매력, 각고의 노력이 뒤따랐다. 남다른 열정과 카리스마, 비전, 변화무쌍한 전략은 오늘날 CEO(최고경영자) 리더십의 본보기다.

    저자는 냉철한 판단력으로 정세를 주도했던 조조를 첫 번째로 꼽는다. “조조는 문무(文武)를 겸비한 위대한 CEO이자 정치가, 행정가, 시인이었다.” 조조는 명분보다 능력 우선으로 인물을 기용하고, 준법으로 기강을 세웠으며, 풍부한 인재와 좋은 시스템을 유산으로 남겼다. 후에 위나라가 삼국을 통일한 것도 이런 유산 덕분이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인물로 알려진 조조는 부하들을 때맞춰 칭찬해 감동시키는 자질도 타고났다. 총애했던 곽가가 38세로 병사하자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통곡하며 “한 세대 젊은 그대가 갔으니 우리 앞날은 누구에게 부탁할꼬”라고 탄식했다. 조조는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인간경영을 할 줄 알았던 인물이다. 기업경영에 비유하자면, 그는 창업이 빠르고 시장점유율이 높았으며, 수익률과 재무구조도 가장 좋았다. 사소한 싸움에선 손권이나 유비가 이길 때도 있었지만, 대세를 바꾸지는 못했다.



    촉을 세운 유비는 브랜드 파워가 높은 국가 경영자였다. 인정, 의리, 기다림의 화신인 그의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북적였다. 의형제 관우 장비는 말할 것도 없고, 조자룡 제갈공명 등 당대 초일류 인재들이 모두 유비가 별 볼일 없을 때 하나 둘 찾아들었다. CEO 유비만 보고 벤처기업에 인생을 베팅했던 것.

    “유비의 용인술은 한마디로 부드러움이다. 잘난 사람이 모이면 충돌하게 마련. 유비는 견제와 균형으로 개성 강한 인재들이 서로 충성경쟁을 벌이게 만들었다.” 위대한 경영자에겐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이상과 원칙을 지키는 뱃심과 결의가 필요하다. 지금 적당히 타협하면 평범한 경영자는 될 수 있어도 위대한 경영자는 될 수 없다. 유비가 실천한 ‘사람 우선 원칙과 바른길’은 당장은 바보스럽고 답답해 보이지만 오히려 좋고 빠른 길이 됐다.

    물려받은 가업을 발전시켜 명실상부 오나라의 기틀을 마련한 손권은 수성(守城)의 명수. 수성은 창업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손권은 통 크고 신중한 성격으로 물려받은 인적 자원을 잘 관리했을 뿐 아니라, 좋은 사람을 많이 초빙하고 키웠다. 특히 적벽대전에서 젊은 패기를 앞세워 조조를 물리침으로써 정치적 기반을 다졌다. 손권도 처세의 달인이었다. 외교뿐 아니라 내치에서도 나이 든 신하들의 충고를 잘 받아들였다. 창업자 오너인 조조 유비에 비해 부족한 경험과 카리스마를 유연한 처신으로 극복하면서 나라를 키워나갔다.

    ‘삼국지’는 읽는 횟수와 나이에 따라 맛과 깊이가 달라진다고 한다. 이 책은 ‘삼국지’의 인물과 내용에 국내외 기업가를 대비시켜 흥미를 더한다. 조직의 흥망성쇠와 인간관계, CEO의 자세와 역할은 오늘도 창장 강(長江)의 물줄기처럼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최우석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320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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