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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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들의 꿈 = 복잡한 현상 간단한 원리로 풀기

  • 미국 MS수학연구소 선임연구원/ jehkim@microsoft.com

    입력2005-08-19 1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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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자들의 꿈 = 복잡한 현상 간단한 원리로 풀기
    초등학교 시절 산수시간에 넘어야 했던 가장 큰 벽은 ‘구구단 외우기’였다. 더하기와 빼기가 산수의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런 설명 없이 2단부터 9단까지 72가지 수를 암기해야 했다. 청소시간마다 마루에 앉아서 선생님의 회초리를 힐끔거리며 걸레질과 함께 ‘이 일은 이, 이 이는 사… 구구 팔십일’을 반강제적으로 외치고서야 겨우 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필자가 구구단을 완전히 외운 시기는 그 2년 뒤쯤. 이 72가지 수만 있으면 아무리 큰 수의 곱셈과 나눗셈도 해낼 수 있다는 깨우침을 얻고 나서였다.

    얼마 전 한국에서는 IT(정보기술) 산업의 강국으로 떠오른 인도의 초등학생들이 십구단을 외우고 있는 것이 발단이 돼 덩달아 십구단에 대한 인기가 급등했다. 물론 많은 학자들이 십구단 외우기와 수학적 사고가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서 “많이 알아서 나쁠 것 없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기도 했다.

    구구단을 시작으로 ‘근의 공식’ ‘인수분해 공식’ 등 수많은 공식들을 만나게 됐다. 워낙 외우기를 싫어하던 필자는 외울 필요가 없는 이 공식들을 좋아했다.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근의 공식을 처음부터 유도해보면 왜 a와 b와 c가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 과정을 몇 번만 되풀이하면 2차방정식을 푸는 방법과 동일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 해를 유추해낼 수 있다.

    최초의 컴퓨터라고 할 수 있는 수동식 계산기는 프랑스의 수학자 파스칼이 고안해냈다. 당시 프랑스의 화폐제도는 10진법을 사용하지 않고 20과 12진법을 쓰고 있어서 더하고 빼는 것이 쉽지 않았다. 세 살 때 어머니를 잃은 허약한 파스칼은 세무법원 판사였던 아버지의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자라났고, 자신의 수학적 재능을 복잡한 세금을 계산해야 하는 아버지를 위해 활용했다. 그가 생각해낸 계산기는 톱니바퀴를 이용하여 두 수를 더할 때 1단위가 차면 10단위로, 그 다음엔 100단위로 자동적으로 올라가는 당시로는 획기적인 기계였다. 더하기와 빼기만이 가능하던 이 기계를 점점 발전시켜 오늘날의 컴퓨터가 되었지만, 파스칼이 생각했던 기본 원리들은 변할 리 없다.

    수학자들의 꿈이라면 수학을 통해 복잡한 현상을 간단한 원리로 설명해내는 것이다. 원리를 적용하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고, 도래하지 않은 미래까지도 예측할 수도 있다. 그래서 공식을 만들고 그래프를 생각해내고 확률과 통계를 사용한다.



    만일 수학자들의 꿈이 이루어지고 그래서 모든 사람이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면, 뒤엉킨 세상 일들이 자연스레 풀리게 될 것이다.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의 타당한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고, 내게 이득은 되지만 옳지 않은 일이라면 단호히 반대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인정상 찬성해야 할 일도 감정상 반대하고 싶은 일도 있지만, 누구나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하지만 우리의 수학교육은 수학자들의 꿈과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울 때가 많다. 과정을 모르고 외운 공식에 익숙한 우리는 논리적인 설득에 약하고 감정적인 호소는 쉽게 받아들인다. 신문기사의 감정적인 타이틀이 국민들을 자극하는 것은 구구단을 너무 강압적으로 암기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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