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2

..

사외 轉職은 광야의 혈투

  • 김현정 커리어디시젼 대표 hjkim@careerdecision.co.kr

    입력2006-09-06 16:2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사외 轉職은 광야의 혈투
    자신이 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인 김 과장. 지금까지 ‘남들도 다 그렇게 살겠지’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지낸 그는 전산실 10년차다. 김 과장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일을 사랑하거나 크게 성취감을 느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뜨뜻미지근한 태도로는 더 이상 승진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임원이 된 선배들을 보면 일에 미쳐 있거나 엄청난 재능과 성실성을 지니고 있었다. 김 과장은 자신이 혹 임원이 된다고 해도 지금보다 더 일에 빠져서 살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전직’을 생각하게 됐다. 김 과장은 무언가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전직이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전혀 다른 일을 하는 것을 뜻한다. 우선 자신이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를 파악해야 한다. 김 과장은 대학 시절부터 연합동아리 회장을 맡아 공부보다 외부 활동에 더 열심이었고, 회사에서도 인기가 좋은 편이다. 한때는 광고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을 엄청나게 부러워했다. 그는 생동감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헤드헌터들에게 이력서를 보내 마케팅을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제시하는 직업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다를 바 없었다.

    김 과장은 어떻게 해야 전직을 이룰 수 있을까?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전직 방법은 사내에서 하는 것이다. 사내 공모에 응시하거나, 관심 있는 부서에 가서 부서장 면접 등을 통해 부서를 옮길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회사가 이런 채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 분위기가 경직돼 있다는 이유로, 혹은 괜히 옮기지도 못하고 소문만 나서 그나마 지금의 자리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에 회사 내 부서 이동을 선호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사내 부서 이동이 어렵다면 회사를 옮기는 전직은 더 어렵다.

    회사 내 부서 이동을 시도해보지도 않고 사표부터 던지는 일은 무모하다.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직장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 김 과장은 마케팅 쪽에 지원했지만 회사에서 보면 그는 고려 대상도 되지 않는다. 전문성이 없는 사람에게 직급을 부여하고 연봉을 많이 줄 회사는 없다. 비슷한 분야인 영업은 가능성이 좀 있을 수도 있다.



    일과 새 직장 엄청난 스트레스 … 사내 전직 시도해볼 만

    10년차인 김 과장이 경력에 준하는 대우를 받으려면 10년 동안 쌓은 기술을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전산과 관련된 기술 영업 쪽의 일이 맞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오던 전산 관련 일과 기술 영업은 거기서 거기다. 그렇다면 왜 부득부득 회사를 옮기려고 하는가? 가능하다면 시간이 몇 년 더 걸리더라도 사내에서 부서를 옮기는 편이 훨씬 낫다.

    경력 10년이 넘어서 회사를 옮기게 되면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보다 규모가 작은 회사로 가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새로운 일과 새 직장에 대한 리스크 및 스트레스는 만만치 않다. 사내 부서 이동이 홈에서의 싸움이라면 사외 전직은 광야에서의 싸움이다.

    사내 부서 이동이 어렵고 회사를 바꾸고 싶어서 참을 수 없다면 일단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온 것을 다 포기하고 처음부터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다져야 한다. 아니면 회사 욕심을 완전히 버리든가. 대기업에서 근무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중소기업도 마다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확실한 비전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회사에서는 10년차를 신입처럼 채용하지는 않지만, 인맥이 있다면 가능하다. 완전히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 할 때 그 분야에 잘 아는 사람이 나를 믿고 끌어줄 수 있다면 말이다. 사내 부서 이동이 불가능하고, 작은 회사로 갈 용기도 없으며, 실패가 두려운 데다 인맥도 없다면 전직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