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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재의 중국 속 북한

동방의 실리콘밸리 추진 황금평 착공 급제동 왜?

중국 내부 보고서 ‘황금평’ 극찬…국제사회 대북제재 분위기 의식 일단 ‘보류’

  •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sjkim@ytn.co.kr

동방의 실리콘밸리 추진 황금평 착공 급제동 왜?

필자는 ‘주간동아’ 931호에서 북한과 중국 접경 지역 섬인 황금평 개발과 관련한 소식을 전했다. 중국 최대 갑부가 회장으로 있는 다롄완다그룹(완다그룹)이 황금평 개발 독점권을 획득했고, 4월 황금평에서 의류봉제 공장 등의 건물 착공식이 진행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황금평이 인접한 중국 단둥에서 완다그룹이 황금평 입주 업체들을 모아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는 소식도 간간이 전해졌다.

하지만 그 후 아직까지 황금평에서 공장 착공 등 아무런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어찌된 일일까. 필자는 추가 취재를 통해 중국 정부가 노동절 연휴를 앞두고 황금평 공장의 착공식을 열지 못하게 갑자기 제동을 걸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중국 정부가 착공식을 무기한 보류했다는 얘기다.

주변국 반발 우려한 중국

황금평 공장 착공식은 당초 4월 28일로 예정됐다. 중국의 장기간 연휴인 5월 1일 노동절 연휴 이전에 착공식 행사를 갖기로 준비됐다. 황금평에는 의류봉제 단지가 조성돼 있는데, 착공식은 이 단지에 들어설 의류봉제 공장 건물을 중심으로 계획됐다. 황금평의 의류봉제 단지에 들어서는 업체 가운데는 완다그룹 산하 의류 업체도 포함됐다. 착공식이 예정대로 4월 28일 진행됐다면 의류 업체를 비롯한 일부 공장은 오는 9월 직원들 입주가 시작될 수 있었다. 실제 일부 건물의 경우 지하 말뚝 박기 등 기초 공사를 마친 상태였고, 의류봉제 공장이 9월부터 가동됐다면 황금평의 다른 지역으로도 개발이 확대될 분위기였다.

그런데 황금평 착공식을 바로 눈앞에 둔 4월 중순 중국 정부로부터 갑자기 착공식 행사를 보류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당시 황금평에는 착공식 행사를 위해 크레인 등 장비가 배치된 상태였다. 중국 정부의 갑작스러운 보류 지시로 착공식 준비는 물론 이후 황금평 개발을 준비하던 업체와 관련 기관 모두 매우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중국 당국은 착공식 보류 지시의 이유나 배경은 설명하지 않았다.



중국 당국이 완다그룹이 참여한 황금평 공장의 본격 착공에 제동을 건 이유는 무엇일까. 황금평 개발 사업은 ‘처형된 장성택’의 대표적 치적으로 손꼽힌다. 2011년 6월 당시 장성택 조선노동당 행정부장과 중국 천더밍 상무부장이 황금평에서 북·중 공동개발을 대외적으로 선포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것.

이런 상황에서 3년간 조용하던 황금평 개발에 중국 최대 갑부가 회장으로 있는 기업이 나선다는 것은 분명 ‘빅뉴스’다. 그런데 이는 시점상 중국 정부에게는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고 4차 핵실험을 예고한 뒤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제재를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여기에 중국도 자의 반 타의 반 동참하는 현실. 이런 와중에 중국의 대표적 기업이 황금평 개발에 착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국제사회는 중국 정부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동방의 실리콘밸리 추진 황금평 착공 급제동 왜?

2012년 10월 황금평-위화도 북·중 공동 개발지구 모습과 중국인민은행 단둥지점이 2011년 7월 발간한 연구 보고서(오른쪽 위).

겉으로는 대북제재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경제적으로 북한을 떠받치고 있다는 기존의 의혹과 비판에 또다시 직면할 수 있다. 4월 말 착공 준비를 하던 황금평 투자자와 기업 관계자들 사이에선 “중국 정부가 주변국 반발을 우려해 갑자기 착공식에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중국 최고 갑부인 완다그룹이 황금평 개발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중국 내부의 평가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2년 3월 중국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 단둥지점에서 발간한 보고서가 바로 그것이다. 발간 시점은 2011년 7월로, 바로 전달 북한과 중국은 황금평에서 장성택 행정부장과 천더밍 상무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황금평-위화도 공동개발을 대외에 선포하는 행사를 가졌다(위화도 역시 황금평과 같은 북·중 접경 섬으로 단둥과 접해 있다).

이를 계기로 당시 중국인민은행 단둥지점은 별도 조사팀을 꾸려 조사를 벌인 뒤 행사 그다음 달 평가보고서를 낸 것. 보고서 제목은 ‘자유무역구를 모델로 한 북·중 경제협력 연구’. 이 보고서는 접경 지역에서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중국의 내심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점에서 면밀하게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보고서는 크게 5개 항으로 구성됐다. 먼저 1항에서는 ‘황금평 북·중 국제자유무역구’ 탄생 과정과 합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2010년 12월 북한 합영투자위원회와 중국 상무부가 베이징에서 황금평 협력 발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황금평 개발권을 중국에 양도했고, 50년 임대 기간에 50년 더 연장할 수 있다. 민영 기업이 맡아서 개발하고 만일 손실이 발생하면 중국 정부가 80%를 부담한다.”

내용을 간추려보면, 북한이 최대 100년간 황금평을 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중국 기업에 줬고, 손실이 생기면 중국 정부가 상당 부분 책임진다는 게 핵심이다. ‘북·중 공동 국제경제무역구 건설의 현실적 배경’이란 제목의 보고서 2항은 북한의 잇단 도발이 야기한 대북제재 때문에 2010년 북한이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했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 와중에 접경 지역에서 북·중 교역이 급격히 증가했음을 적시하고 있다.

“황금평 개발, 전략적으로 중요”

동방의 실리콘밸리 추진 황금평 착공 급제동 왜?

황금평 착공식을 총괄한 북한 경제부 건물.

“2010년 단둥시의 대북 무역 수출입 총액은 10억 달러로 중국 전체 대북 무역 수출입 총액의 60%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대북 수출 무역은 23억 달러로 전년보다 21% 증가했고, 북한의 대중 수출은 12억 달러로 전년보다 51% 급증했다. 2010년 중국이 북한에서 수입한 석탄은 4억 달러 규모로 전년보다 54% 증가했고, 철광석 수입은 2억 달러 규모로 배가 늘었다.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한 것은 주로 식량과 원유이고 자동차와 밀가루, 휴대전화도 많다. 2009년 2차 핵실험과 이후 일련의 사건(천안함 폭침 등 북한 도발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으로 북한은 심각한 경제난에 처했고,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외 투자유치를 대폭 확대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2010년 5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때 위화도 50k㎡ 지역을 자유무역구로 지정하고 중국을 포함한 외국인의 무비자 자유출입 허가를 언급했다.”

3항에서는 황금평과 위화도 자유무역구의 6가지 장점을 소개하고 있다. 중국이 황금평-위화도에 관심을 보이는 구체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이유가 잘 드러나 있어 주목된다.

“첫째, 두 지역은 소수 주민만 살고 물과 전기, 가스, 통신 등 기초시설이 없는데, 황금평과 연결된 단둥에서 기초 시설을 공급하면 개발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둘째, 남·북·중 3국의 혜택을 누리면서 외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셋째, 압록강 유역의 태평만, 풍만 등의 전력발전소는 모두 북·중 쌍방이 공동 건설 및 관리하는데, 북한은 전력 사용률이 낮고 싸기 때문에 황금평과 위화도 두 섬에 공업용 전기 공급을 할 수 있다.

넷째, 북한의 싸고 질 좋은 노동력 공급으로 기업의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다. 다섯째, 북한의 풍부한 광산 자원을 활용해 기업의 자원난을 해결할 수 있다. 북한은 경제개발가치가 있는 광산 매장지역이 국토 넓이의 80%를 차지하는 ‘유용광물의 표본실’이다. 여섯째, 신압록강대교와 도로 건설로 자유무역구 내 컨테이너 차량이 직접 단둥 항구까지 들어와 중계무역을 할 수 있다. 이로써 북·중, 한·중, 중·일 간 무역 교류가 증가하면서 자유무역구는 앞으로 동북아 가공무역 창고 물류의 중심이 될 것이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정치, 경제적으로 황금평과 위화도 국제자유무역구 건립은 매우 중요한 전략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선(先) 민간 후(後) 정부, 선 특색 후 규모의 형식을 통해 랴오닝성의 연해 경제 띠와 압록강 유역의 북·중 경제 협력 띠를 연결할 수 있다. 이는 북·중이 과거 초급 단계의 변경무역 거래 방식을 벗어나 ‘북한 원재료를 수입해 중국 완성품으로 수출’하는 북·중 공동 모델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와 동시에 과거 중국이 일방적으로 북한에 원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쌍방호혜’ 방면으로 변화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중국인민은행 단둥지점은 이러한 장점뿐 아니라 단점에 대해서도 면밀히 분석했다. 4항에서는 주의해야 할 문제점 4가지를 지적했다. 첫째가 북한이 국제사회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정치적 위험성, 둘째는 북한의 예측할 수 없는 요인 등에서 비롯되는 기업 운영의 위험성, 셋째는 2010년 경험한 압록강 대홍수 사태 같은 자연재해, 마지막으로 해외 송금과 무역 결산이 되지 않는 문제를 꼬집으며 이는 기업 손실은 물론 화폐 밀수까지 유발한다며 상세히 다뤘다.

만만디 전략으로 황금평 접수

5항에서는 4가지 건의를 했다. 첫째, 자유무역구 안에 첨단기술공업원단지와 국제무역단지, 국제금융단지, 휴가관광단지 기능을 강화할 것을 건의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정보기술(IT) 산업단지를 건설해 ‘동방의 실리콘밸리’개발 및 북한 특색을 맛볼 수 있는 휴가관광단지 등 4가지 단지 조성을 제안한 것이다. 둘째, 기업의 이윤 송금을 보장하는 ‘합법적인 은행 결산통로 건립’, 셋째, 자유무역구 내 각종 특혜정책 실시, 넷째, 북·중 협력무역구의 홍보를 강화해 투자유치에 좋은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북한 투자에 대한 의심과 불신 해소를 위해 랴오닝성 정부가 단둥과 북한에서 관련 포럼을 자주 개최할 것도 건의했다. 보고서는 말미에 이렇게 정리했다.

“비록 현재 북·중 국제자유무역구 건설에 많은 어려움과 문제가 있긴 하지만 신압록강대교 건설과 주변 북측 섬 개방에 따라 단둥은 물론 랴오닝성과 북한의 대외 경제 무역교류협력은 더 광범해질 것이다. 이로써 랴오닝성이 동북아 경제권에서 가지는 전략적 위치 또한 더욱 높아질 것이다.”

사업 추진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개발에 따른 가치가 매우 크기 때문에 꾸준히 밀고 나갈 것을 결론으로 제시한 것이다. 중국인민은행의 건의사항 가운데 합법적인 은행 결산통로 마련과 자유무역구 안에서의 각종 특혜정책 실시 등 상당 부분은 북한이 2011년 말 새롭게 제정한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법’에 그대로 반영됐다. 당장 황금평에서 가시적인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우리가 코웃음 치는 동안 중국의 ‘황금평 접수’는 ‘만만디’로 달성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주간동아 2014.06.16 942호 (p54~56)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sj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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