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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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범보다 미수·상해범이 더 높은 형량 받은 까닭

  • 남성원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4-06-16 1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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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 년 국민 사이에서 형사재판 양형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진 듯하다. 특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흉측한 성범죄 사건이 자주 발생하면서 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너무 낮지 않느냐는 불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아예 형법에 정해진 법정형 자체를 높인 특별법들이 만들어졌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등 익히 들어본 법률들이 그것이다. 이뿐 아니라 대법원에서는 양형 기준까지 만들어놓았다. 재판부마다 다른 양형 편차를 줄여보고자 하는 명분도 있지만, 실제로는 양형을 높이는 쪽으로 양형 기준이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양형 기준은 법이 아니기 때문에 재판부에 대해 권고적 효력만 있을 뿐이다.

    최근 동일한 재판부가 성폭행 기수범(旣遂犯·구성 요건을 완전히 갖춘 범죄를 저지른 사람)보다 미수범에게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만취한 여자를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사람에게 2년6월의 징역형을 선고한 반면, 성폭행하는 과정에서 상해를 입혔지만 강간 자체는 미수에 그친 사람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는 내용이다.

    법적으로 엄밀히 평가하면, 후자 사안은 강간상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미수라 할 수 없는 경우이다. 강간상해죄는 강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한 범죄로, 강간이 미수에 그치더라도 상해 결과가 있으면 강간상해죄 자체는 기수에 해당한다. 강도살인, 강도강간, 상해치사 등 결과적 가중범의 경우 강도, 상해 등 기본범죄가 미수이더라도 살인, 강간 등의 중한 결과가 발생하면 법률적으로는 미수라 평가받지 못한다.

    법관이 선고 양형을 정하는 과정을 보면, 해당 죄목별로 법률에 정해진 법정형을 기준으로 미수, 누범 등 사유별로 정해진 감경, 가중 사유를 적용해 처단형을 정한다. 그다음 그 처단형의 범위 안에서 구체적인 죄질, 반성 정도 등을 고려해 최종 선고형을 정하도록 돼 있다. 법적으로 미수에 해당한다면 처단형을 정하는 단계에서 감경할 수 있는 사유가 된다. 그리고 기본범죄가 미수에 그쳤다는 사정은 선고형을 정할 때 양형에 참작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해당 범죄행위와 행위자에 대한 수많은 구체적 사정은 비록 고려되는 단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법관이 양형하는 데 모두 고려 대상으로 참작될 수 있다. 재판부에 양형에 대한 광범위한 재량이 주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개별 재판부에 주어진 양형 재량에 대해 어느 정도 제한을 가해보고자 하는 것이 최근 대법원이 마련한 양형 기준이다.

    양형 기준을 보면 살인, 절도, 성범죄, 뇌물 등 범죄 유형별로 행위 및 행위자에 대한 사유들을 들어 특별·일반 사유인 가중, 감경 양형인자를 규정해놓고 있다. 성범죄의 경우 가학적·변태적 침해의 경우는 특별 가중인자이고,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사실은 일반 감경인자에 해당한다. 그리고 특별 양형인자를 먼저적용하도록 돼 있다.

    형사재판에서 유무죄를 가리는 것 못지않게 어려운 일이 양형이다. 양형은 개별 범죄사건의 사정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추상적 기준으로 제한하기에는 부적당한 측면이 있기도 하다. 특정 시점에서 여론에 밀려 억울한 사람이 생기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중한 범죄에는 중형을, 경한 범죄에는 선처를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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