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시 웅진플레이도시 실내 스키장에서 스키 활강을 선보인 스키선수 테드 리게티.
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리게티는 가장 인기 있는 스키 선수다. ‘알파인스키의 교본’이라 부를 만큼 실력이 빼어나 세계 스키어의 존경과 찬사를 한 몸에 받는다. 특히 소치 겨울올림픽 당시 각종 언론을 통해 주목해야 할 선수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그는 월드컵에서 32차례나 우승했던 보드 밀러를 제치고 대회전 우승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다.
경기장 사전답사 등 워밍업
그와의 만남을 기다려온 한국 스키팬들에게도, 올림픽을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는 우리 선수들에게도 그의 이번 방문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알파인스키 전 종목 우승을 노리는 그가 설상 종목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에서 비인기 종목인 알파인스키에 대한 호응과 관심을 조금이나마 높여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경기 부천시 웅진플레이도시 실내 스키장에서 국내 팬들과 함께 슬로프를 즐기는 그를 만났다.
▼ 이번 한국 방문의 목적은 무엇인가.
“매년 아시아투어 일정을 소화하고 있고, 이번 한국 방문 역시 그 일환이다. 다가오는 평창 겨울올림픽에 대비하려면 사전답사 등의 준비과정이 필요하기에 한국은 앞으로 더욱 자주 방문하게 될 것 같다. 이번 방문은 평창 겨울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한 워밍업 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소치 겨울올림픽 때도 실전에 대비해 몇 년에 걸쳐 수차례 올림픽경기가 열리는 슬로프 장소를 방문하며 감각을 익혔다. 그래서 실전에서 부담 없이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 아시아투어 일정은 어떤 내용인가.
“사실 나는 스키장비 브랜드 쉬레드(shred)의 공동창업자다. 이번 투어엔 쉬레드의 재무·마케팅 담당인 페테리코와 엔지니어 쟌 루카 등과 함께 하고 있다. 쉬레드는 내가 스포츠 선수로 활동하면서 느낀 점과 필요한 것들을 엔지니어, 디자이너들과 함께 연구해 실전에 가장 적합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모토로 한다. 기존 스키 장비가 기능에 치우치면 디자인이 미흡하고, 디자인이 뛰어나면 기능 측면이 부족했던 것에 반해 쉬레드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들을 제안하고 있는 셈이다.”
▼ 이번 방문에서 무엇이 가장 인상적이었나.
“아이들과 함께 스키를 즐길 수 있어 매우 기뻤다. 아이들과 교감하면서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나도 어린 시절 꿈에 그리던 영웅들을 실제로 만나 신나고 벅찬 경험을 한 적이 있다.”
▼ 한국에서 스키를 타본 적이 있나.
“2006년 용평에서 열린 ‘2005~2006 평창 국제스키연맹(FIS) 스키월드컵’ 대회전에서 첫 우승을 했다. 그 후로도 각종 대회와 제품 프로모션을 위해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어 이제는 꽤나 친숙하다. 무엇보다 이번 평창 겨울올림픽이 나에게는 한국과 교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 세 살(미국 나이로 두 살) 때부터 스키를 탔다고 들었다.
“어린 시절 내가 살던 파크시티(Park City)에는 집에서 5~10분 거리에 스키장이 있었다. 특별한 계기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스키를 배웠고, 매일 그곳에서 스키를 즐기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친구들과 재미 삼아 누가 빨리 내려오나 즐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키 레이싱에 관심이 생겼던 것 같다. 또래보다 유독 경쟁심이 강했던 것 같기도 한데 중요한 건 내가 스키를 매우 좋아하고 즐거워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열 살 때쯤 친구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스키클럽에 가입했고,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다 보니 선수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 세계 최고 스키어가 되기까지 부모님은 어떤 지원을 해줬는가.
“나를 믿고 응원해줬다. 어떤 강압이나 잔소리도 없었다. 어떻게 보면 내가 알아서 하게 지켜봐줬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부모님은 내가 평범하게 대학을 나와 회사원이 되길 바랐을 수도 있지만 자신들의 바람대로 내가 살아가길 원한다는 말씀을 하지 않았다. 다만, 두 분 다 정말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사는 분들이다. 어린 시절부터 두 분의 그런 모습을 보며 자랐기에 나 또한 매사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해왔다.”
소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테드 리게티와 그를 초청한 박찬민 ㈜에스피디스트리뷰션 대표(왼쪽).
리게티는 첫 월드컵 출전 당시 스폰서조차 없는 무명 선수였고, 스폰서의 브랜드 로고를 프린트한 다른 선수들의 헬멧과는 달리 그의 헬멧에는 ‘MOM · DAD’(엄마와 아빠)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 당신이 생각하는 소치 겨울올림픽 우승 요인은 무엇인가.
“사실 아직도 내가 금메달을 땄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 경기 당시 1차전에서 조금 좋은 점수를 획득해놓은 덕에 2차전에서 부담이 확실히 덜했다. 올림픽이 열리기 전 소치 경기장을 수차례 방문해 사전 연습을 많이 해둔 게 도움이 됐다. 경기장이 낯설지 않아 그만큼 자신감이 붙었다.
사실 스키를 비롯한 많은 스포츠 경기가 기술적인 테크닉보다 정신적인 부분이 중요하다. 특히 스키는 장비와 정신력을 제대로 갖추는 것이 중요한 종목이다. 선수들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부상당하거나 더는 선수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그래서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몸을 보호하고 경기력을 높여줄 최상의 테크놀로지를 갖춘 장비가 필수다. 최상의 장비를 갖추고, 실수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요즘 같은 하절기엔 어떤 식으로 훈련하나.
“산악자전거를 많이 탄다. 산악자전거는 스키에 필요한 허벅지 뒤쪽 근육을 강화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일주일에 닷새는 스포츠센터에서 러닝머신과 웨이트트레이닝을 7~8시간씩 꾸준히 하고, 테니스를 즐기기도 한다.”
▼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목표는 무엇인가.
“알파인스키 종합 1위다. 알파인스키는 회전, 대회전, 슈퍼대회전, 활강, 슈퍼복합 등의 종목으로 이뤄지는데 이 모든 종목에서 우승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리게티가 이번 한국 방문에서 국가대표 선수단과 청소년대표 선수단, 스키 전문가 등과 함께 한 세미나 내용은 국내 알파인 스키어 페이스북인 ‘알파인 스키의 모든 것’(www.facebook.com/alpineski.kr)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