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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길의 놀라운 편집의 힘

오직 클릭 꼼수 제목 온라인 뉴스가 죽는 길

클릭 저널리즘

  • 김용길 동아일보 편집부 기자 harrison@donga.com

오직 클릭 꼼수 제목 온라인 뉴스가 죽는 길

오직 클릭 꼼수 제목 온라인 뉴스가 죽는 길

미국 서부권 최대 신문 ‘LA 타임스’ 홈페이지. 디자인이 단순하고 좌우 상업광고가 없어 시각적으로 편안하다.

한국 온라인뉴스 세상이 큰일 났다. 온라인 뉴스저널리즘이 손쓸 수 없을 정도로 황폐해지고 있다. 오직 ‘클릭 저널리즘’으로 치닫는다. ‘평창 모텔 욕실에 30대 남자 3명 들어가더니…’라는 뉴스 제목은 지극히 선정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뉴스를 클릭해보면 동반자살사건이다. ‘여배우 ○○○ 민낯사진, 결점 없는 피부로 초절정 미모 과시’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연예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셀프카메라 사진 한 장을 놓고 동안미모를 과시한다며 누리꾼의 반응까지 곁들여 일방적인 홍보기사를 만들어놓았다. ‘송강호 아들, 알고 보니 축구 유망주’ 같은 시답잖은 연예인 사연도 뉴스가 되고, 직장인 여가생활 관련 기사 제목을 ‘수줍던 그녀의 남다른 밤… 충격의 이중생활‘로 달아놓기까지 한다. 단순명쾌한 압축미로 정곡을 찌르는 언어의 비유와 향기는 아예 없다. 오직 누리꾼의 클릭을 노리는 꼼수 제목만 판친다.

온라인뉴스 박스 톱으로 올라온 ‘이상한 속옷 입는 아저씨들이…’. 제목만 보면 뭔가 야릇한 내용을 담았을 것 같다. 하지만 클릭 순간 ‘낚였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남성용 내의·화장품업체가 이른바 ‘꽃중년’을 타깃으로 한 상품을 속속 내놓는다는 생활경제 기사다. ‘제목 따로 내용 따로’의 편집 행태는 대형 언론사, 중소 언론사를 막론하고 동일한 증상이다.

필자 주변의 한 40대 누리꾼은 “이제는 아예 신경을 껐다. 한국 온라인업계의 척박한 현실만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한다. 30대 누리꾼은 아예 “쓰레기 저널리즘”이라고 타박한다. 20대는 “이렇게까지 온라인뉴스업체가 스스로 품위를 떨어뜨리는 진짜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고 말한다. 한국 온라인뉴스업체는 뉴스 콘텐츠를 직접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포털사이트를 통해 공짜로 뿌리면서 페이지뷰에 따라 광고를 받는 수익모델에 갇혀 있다. 언론사 인터넷사이트의 경우 네이버 뉴스캐스트 의존도가 높아 방문자 수를 높이려고 자극적인 제목, 선정적인 제목으로 뉴스 헤드라인을 편집한다. 방문자가 많아 페이지뷰가 올라가면 온라인 광고 단가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뉴스캐스트란 네이버 첫 화면에서 언론사 인터넷사이트로 링크를 걸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많은 사람이 기사를 클릭하면 언론사 인터넷사이트 페이지뷰가 높아지고 광고수익에도 영향을 미친다.

누리꾼은 어떤 뉴스에 주목하고 적극적으로 반응할까. 실시간으로 소비되는 온라인뉴스의 특성상 무겁고 딱딱한 뉴스보다 가볍고 말랑말랑한 읽을거리가 각광받는다. 장문의 뉴스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요즘 400~500자 단신성 뉴스가 판치는 이유다.

기사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짜깁기 뉴스도 다수 볼 수 있다. 공공적인 뉴스보다 사적이고 은밀한 뉴스가 눈길을 끈다. 사회적 담론을 다루는 진지한 뉴스는 주목받지 못하고, 감각적이면서도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미주알고주알 뉴스가 인기를 얻는다. 읽고 난 순간 사라져버리는 일회성 명멸 뉴스 상품일 뿐이다. 온라인 상업광고 몇 개를 클릭하다 보면 음란물 사이트로 바로 이동한다. 곳곳에 청소년에게 유해한 음란 콘텐츠가 넘쳐난다.



품격을 잃은 제목, 기초적인 디자인 개념 하나 없이 촘촘히 쌓아놓기만 한 레이아웃, 여성 신체를 상품화한 저급한 사진, 기사 가치가 의심되는 연예인 신변잡기 기사로 도배된 온라인뉴스가 전 국민의 원성을 사는 형국이다. 게다가 성형외과, 비뇨기과, 비만클리닉 등 눈살 찌푸리게 하는 상업광고가 기사와 맞물려 시선을 괴롭힌다. 아슬아슬한 19금 배너광고가 곳곳에 진을 치고 있다. 우리의 어린이, 청소년은 거리낌 없이 음습한 온라인뉴스 골목을 배회한다.

‘클릭은 곧 매출.’ 미디어의 공공성은 망각한 채 수익 창출에만 몰두하는 편집 행태는 지속가능한가. 수용자의 불만은 곧 미디어 외면으로 나타난다. 온라인뉴스 시장의 총체적 편집 실패는 쓰라린 매체 종말로 이어질 수 있다. 파국은 오고 있다.



주간동아 824호 (p65~65)

김용길 동아일보 편집부 기자 harri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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