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재래시장의 찐빵 가게다.
먼저 한국 만두는 ‘밀가루 반죽으로 빚은 피에 고기, 채소, 두부, 당면 따위를 넣고 모양을 만든 후 이를 찌거나 데치거나 굽거나 튀긴 음식’을 말한다. 중국 만터우는 ‘밀가루 반죽을 소 없이 찐 음식’을 말한다. 한국에 있는 중국집에서 나오는 꽃빵이 만터우의 일종이다. 한국 만두는 중국 바오즈(包子)와 유사하다.
일본 만주는 ‘밀가루를 반죽해 그 안에 팥 등의 소를 넣고 찌거나 구운 음식’이다. 굽는 게 더 많으며, 음식이라 했지만 좁게 보면 과자다. 만주는 변형이 매우 다양하다. 한국의 호두과자, 붕어빵도 여기에 넣을 수 있다. 한국 만두는 일본의 교자(餃子)와 유사하다. 일본의 안만(한국의 찐빵과 같은 음식), 니쿠만(한국의 고기만두와 유사)은 끝에 ‘만’이 붙으니 만주의 하나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과자로서의 의미가 더 크므로 안만과 니쿠만은 만주와는 다른 독립된 형태의 음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를 수 있다.
간략히 핵심만 정리했는데 이 설명으로도 아직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같은 이름의 음식이라도 워낙 변형이 많고, 다른 이름의 음식이라도 비슷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문화란 원래 그런 것이다.
한국에서만 보자면 만두와 유사한데도 이름이 다른 음식이 하나 있다. 바로 찐빵이다. 만두와 찐빵은 대체로 같은 장소에서 함께 팔기 때문에 한 계통의 음식으로 인식할 법도 한데 굳이 구분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밀가루 반죽에 소를 넣어 찌는 음식을 만두라 하니 팥으로 소를 한 것은 팥만두 또는 단팥만두라 하면 될 듯한데 굳이 찐빵이라는 이름을 붙였으니 말이다.
빵은 곡물 가루를 반죽해 화덕에서 굽는 음식이다. 한반도에는 개화기에 이 음식과 이를 이르는 이름인 빵이란 단어가 들어왔다. 그러니까 찐빵이라는 말은 근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전에는 곡물 반죽에 팥을 넣어 찐 음식이 없었을까. 막걸리로 부풀린 밀가루 반죽에 팥을 넣어 찌는 음식이 있었다. 이를 상화라 했는데, 상화는 만두를 두루 이르는 말이기도 했다. 팥상화, 팥소상화, 적두상화 같은 이름은 왜 만들지 않았을까.
음식은 재료와 조리법에 따라 분류된다고 했지만, 반드시 그 분류에 따라 이름을 짓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만두와 찐빵에서 알 수 있다. 재료와 조리법에 따르지 않은 음식 이름은 대체로 또 다른 욕망을 담았다. 그 음식으로 채우려는 것은 맛이나 배고픔 너머의 그 무엇이라는 것이다.
197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빵은 비싼 음식이었다. 6·25전쟁 이후 구호물자로 들어온 밀가루가 넉넉했지만 당시 우리 부엌의 빈약한 조리기구로는 빵을 만들 수 없었다. 빵집도 중소도시 정도는 돼야 있었다. 빵은 ‘있는 집 자제’나 먹는 고급 음식이었다. 서민은 팥만두에 만족해야 했는데 이게 빵과 비슷한 모양이어서 누군가가 찐빵이라 부르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찐빵에는 빵에 대한 강렬한 욕망이 팥소 모양으로 틀어박혀 있는 것이다.
재벌가 딸들이 빵집 운영에서 철수한다는 뉴스를 봤다. 빵이 흔해졌지만 재벌가 딸들의 빵은 보통의 빵이 아니다. 그들의 빵집에는 빵이란 이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서민이 찾는 재래시장에서는 여전히 찐빵이 많이 팔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