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곳곳서 담배 사재기 현상
담배 사재기에 나선 사람은 비단 이씨만이 아니다. PMK가 2월 10일부터 말보로, 팔리아멘트, 버지니아 슬림, 라크를 일제히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곳곳에서 담배 사재기가 기승을 부린다. 단순히 사재기만 탓할 일이 아니다. 말보로, 팔리아멘트, 라크의 경우 2500원이던 가격이 10일 이후 2700원으로 8%가량 인상된다. 서민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번 담뱃값 인상에 대해 PMK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때문이라고 밝혔다. PMK는 물론, 외국계 담배회사인 BATK(던힐, 켄트 등)와 JTIK(마일드세븐 등)가 국산보다 싼 수입 잎담배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쉽게 수긍할 수 없는 대목이다. 약 2배 비싼 국산 잎담배만으로 담배를 제조하는 KT·G(에쎄, 레종, 디스 등)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이제까지 담뱃값 인상은 대부분 정부의 제세 기금 인상과 관련됐다. 실제로 2500원짜리 담배를 놓고 봤을 때 62%인 1550원이 국민건강증진기금, 담배소비세 등을 포함한 세금이다. 담뱃값은 가장 비율이 높은 세금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2004년 12월 인상도 세금을 100% 반영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번 인상은 세금의 영향이 아니다. 2011년 4월 8%를 인상한 BATK와 JTIK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두 회사가 인상한 데 이어 일 년도 채 지나지 않아 PMK가 담뱃값 인상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담합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국내 담배 시장이 개방된 1988년 이후 외국계 담배회사의 시장점유율은 꾸준히 상승했다. 현재 외국계 담배회사 세 곳의 시장점유율은 40% 안팎에 달한다. 시장점유율이 높아지자 가격 인상이 줄줄이 이어지는 셈이다. 피우던 담배를 쉽게 바꿀 수 없는 흡연자의 약점을 이용한다는 부정적 시각이 많다.

턱없이 낮은 기부금 또한 문제다. ‘주간한국’에 따르면 PMK의 경우 지난해 올린 매출액만 4895억 원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기부금은 전혀 없었다. BATK는 지난해 3억727만 원을 기부했지만 매출액 5870억 원과 비교했을 때 0.053% 수준이다. 이런 기부금 비율은 JTIK도 비슷하다. 매출액 2211억 중 0.063%인 약 1억4000만 원을 기부했다. 담배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했을 때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이 지역 사회에 재투자되지 않은 채 국외로 대량 빠져나가고 있는 점 역시 외국계 담배회사가 답해야 할 문제다.
거액 배당금에도 기부엔 인색
담배는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에서 상위 50개 안에 드는 품목이다. 담배의 순위는 20위로, 가중치는 8.5다. 서민이 즐겨 먹는 돼지고기(24위, 가중치 8.3), 우유(38위, 가중치 5.8), 빵(50위, 가중치 4.6)은 물론 쌀(35위, 가중치 6.2)보다도 높다. 이 때문에 담뱃값 상승은 곧장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물가를 잡으려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이번 담뱃값 인상은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특히 담배 구매비 비중이 고소득층보다 2.4배 높은 저소득층 가계에 큰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초부터 외국산 담배를 비롯해 수입 화장품과 수입 의류 가격이 줄줄이 오를 예정이다. 의류, 화장품은 둘째치더라도 담배는 소주와 더불어 서민의 시름을 덜어주는 친숙한 기호품이다. 사재기 같은 임시방편으로 대응할 일이 아니다. 지금은 외국계 담배회사의 부당한 가격 인상에 대해 소비자의 주권을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