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3호 ‘주간동아’에는 ‘말랑말랑 로맨스는 흥행 종결자’를 제외하면 말랑말랑한 기사가 없었다. 전철에서 가볍게 읽기에는 부담스러운(?) 굵직한 기사가 줄을 이었다. 안에서는 ‘세계적’이라고 선전하는 한국 ‘대표 상품들’이 실제로 외국에서는 어떤 대접을 받는지 통렬하게 지적한 커버스토리를 비롯해, ‘코 베인 제주도’ ‘키리졸브 연습은 3차방정식’ 등 국제사회의 봉으로 전락하고 있으니 정신 차리라는 질타성 기사가 접종(接踵)했다.
사실 ‘코 베인 제주도’를 읽으면 같은 면에 실린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 관계자들이 환호하는 사진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망연해진다. ‘키리졸브 연습’ 관련 기사를 읽고 나면 동맹은 곧 애정이 아닌 계산을 앞에 둔 관계라는 국제정치의 기본공리가 떠오르며, 우왕좌왕하는 대한민국 외교안보 정책에 아연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와 ‘세계가 보는 우리’의 간극을 절감케 하는 좋은 기사들이었다. 기발한 제목과 훌륭한 내용이 서로 어긋나는 기사도 있었다. ‘키리졸브 연습은 3차방정식’에서는 ‘3차방정식’이 단지 난해한 문제라는 뜻인지, 변수가 3개라는 뜻인지 명확치 않았다. ‘남극의 눈물’ 김진만 PD 인터뷰도 부제는 ‘한국적 색깔 담은 것이 주효’로 돼 있지만, 정작 기사에선 한국적 색깔이 무엇인지 따지지 않았다. ‘4차원녀 신세경’도 그의 ‘4차원적 엉뚱함’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서두의 ‘커져라! 세져라! 소비자 주권’도 내용에 비해 과장된 야릇한(?) 수사(修辭)인 듯하며, 말미에 소개한 신간 ‘어느 과학자의 점심시간’에서도 ‘과학자’나 ‘점심시간’이 포퓰리즘 정책 비판과 무슨 관련 있는지 말해주지 않았다. 의도하지 않은 엇박자들이었을 것이다.
의도하지 않은 통찰력도 있었다. 커버스토리의 가전제품 평가순위표(15~19쪽)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한두 품목에 주력해 선두를 달리는 외국 기업과 거의 모든 종목에 출전해 뒤쫓기 바쁜 한국 기업의 모습이 선명해진다. 읽는 이에게 해석권이 주어진 행간의 여백이 정곡을 찌른다고나 할까.
사실 ‘코 베인 제주도’를 읽으면 같은 면에 실린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 관계자들이 환호하는 사진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망연해진다. ‘키리졸브 연습’ 관련 기사를 읽고 나면 동맹은 곧 애정이 아닌 계산을 앞에 둔 관계라는 국제정치의 기본공리가 떠오르며, 우왕좌왕하는 대한민국 외교안보 정책에 아연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와 ‘세계가 보는 우리’의 간극을 절감케 하는 좋은 기사들이었다. 기발한 제목과 훌륭한 내용이 서로 어긋나는 기사도 있었다. ‘키리졸브 연습은 3차방정식’에서는 ‘3차방정식’이 단지 난해한 문제라는 뜻인지, 변수가 3개라는 뜻인지 명확치 않았다. ‘남극의 눈물’ 김진만 PD 인터뷰도 부제는 ‘한국적 색깔 담은 것이 주효’로 돼 있지만, 정작 기사에선 한국적 색깔이 무엇인지 따지지 않았다. ‘4차원녀 신세경’도 그의 ‘4차원적 엉뚱함’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서두의 ‘커져라! 세져라! 소비자 주권’도 내용에 비해 과장된 야릇한(?) 수사(修辭)인 듯하며, 말미에 소개한 신간 ‘어느 과학자의 점심시간’에서도 ‘과학자’나 ‘점심시간’이 포퓰리즘 정책 비판과 무슨 관련 있는지 말해주지 않았다. 의도하지 않은 엇박자들이었을 것이다.
의도하지 않은 통찰력도 있었다. 커버스토리의 가전제품 평가순위표(15~19쪽)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한두 품목에 주력해 선두를 달리는 외국 기업과 거의 모든 종목에 출전해 뒤쫓기 바쁜 한국 기업의 모습이 선명해진다. 읽는 이에게 해석권이 주어진 행간의 여백이 정곡을 찌른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