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서 대표와의 일문일답.
“김 전 부회장, 모든 건 채 회장과 상의하라고 했다”
▼ 채규철(62) 도민저축은행 회장, 김동진 전 부회장과는 어떻게 알았나.
“채 회장을 먼저 알았다. 1998~2000년이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과 함께 벤처기업협회를 만들어 운영할 당시 정보통신부를 출입하는 안기부(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사조그룹 부회장을 지낸 채 회장을 소개받았다. 그리고 2001년경 채 회장을 통해 당시 현대차 사장이던 김 전 부회장을 만났다.”
▼ 자주 만났나.
“알게 된 이후 2~3개월에 한 번 골프를 쳤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 술을 마셨다. 현대차에 반도체칩 납품을 시작한 2004~2005년 이전에도 종종 김 전 부회장에게 용돈을 건네거나 양복을 선물하며 친분을 쌓았다.”
▼ 김 전 부회장에게 수십억 원대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이다. 소장에 적힌 그대로다.” (상자 기사 참조)
▼ 소장은 언제, 어떻게 작성했나.
“지난해 9월 5일, 공동대표인 김 전 부회장이 나를 해임하려고 이사회를 소집했다. 그동안 내게 이런저런 이유로 돈을 받아간 것도 모자라 내가 설립해 20년간 운영해온 회사를 빼앗으려 했다. 그런데 대표이사 해임사유라는 게 ‘자리를 자주 비워 결재판이 밀렸다’ ‘회의 중에 전화를 자주 받는다’ 따위였다. 임원 동의를 구해 회사 돈을 잠시 빌려 쓴 일이 있는데 그것도 횡령, 배임으로 문제 삼았다. 그때부터 김 전 부회장의 비위사실을 고발할 생각을 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김 전 부회장의 비위사실을 문제 삼았다.”
“시도 때도 없이 채 회장이 돈 가져가”
▼ 김 전 부회장의 반응은 어땠나.
“욕설이 오갔다. 나도 흥분을 많이 했다. 하여간 대표이사 해임 건은 그날 통과되지 않았다. 그때부터 나와 김 전 부회장의 관계는 지금까지 어정쩡하게 이어지고 있다.”
▼ 고소장에는 김 전 부회장이 주로 채 회장을 통해 돈을 받아간 걸로 돼 있는데.
“채 회장은 늘 ‘내가 김동진 부회장의 집사다. 내가 김 부회장의 돈을 관리한다’고 했다.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그 얘기를 했다. 지금 하나대투증권에 개설된 (채규철 씨 소유 기업인) 애드닷컴 명의 계좌에 씨앤에스 주식 65만 주가 있는데, 채 회장은 그게 모두 나에게 받아간 돈으로 사놓은 김 전 부회장의 것이라고 얘기했다. 주식이 늘어날 때마다 거의 중계방송을 하는 것처럼 나에게 알렸다. 채 회장 말이 사실이라면, 김 전 부회장은 현대차 총괄부회장으로 있으면서 협력회사에서 받은 뒷돈으로 그 회사 주식을 차명으로 취득한 셈이다. 현대차 처지에서는 일종의 배임행위다. 그런 건 못하게 돼 있다. 물론 65만 주나 사 모으려면 나에게 받아간 돈 말고도 다른 돈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김 전 부회장이 자기 월급으로 그 주식을 샀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 납품액의 10%를 커미션으로 준다는 계약서도 채 회장 명의로 작성했나.
“그렇다. 그러나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 그리고 이후에 김 전 부회장을 만나서 그것이 김 전 부회장의 뜻이라는 것을 충분히 확인했다. 김 전 부회장은 ‘내가 직위 때문에 직접 나설 수 없으니 채 회장을 나라고 생각하면서 잘 상의해 처리해달라’고 여러 번 얘기했다. 우리 회사를 현대차 계열사로 만들어준다고 하면서 나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500억 원이나 준다고도 했다. 그리고 성사되면 그중 250억 원을 다시 돌려달라고 했다. 250억 원은 김 전 부회장과 채 회장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채 회장과 그런 논의를 할 때마다 전화통화 등으로 그것이 김 전 부회장의 뜻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하여튼 김 전 부회장과 채 회장은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였다.”
▼ 그럼 돈은 어떻게 전달했나. 납품이 있을 때마다 정확히 계산해서 넘겼나.
“아니다. 채 회장과 계약서를 작성한 이후부터는 시도 때도 없이 채 회장이 돈을 가져갔다. 그런데 납품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다. 한 번에 1만~2만 개였다. 1만 개라고 해봐야 커미션이 1000만 원인데, 채 회장은 그 몇 배를 받아 갔다. 그리고 그때부터 납품 상황이나 이런 것을 김 전 부회장과 채 회장에게 이중으로 보고하기 시작했다. 김동진은 공식라인, 채규철은 비선라인이었다. 채 회장은 늘 나에게 ‘내가 틀어버리면 너는 현대차에 더는 납품을 못 한다’고 말했다. 내게는 김 전 부회장보다 채 회장에게 보고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김 전 부회장은 만날 때마다 ‘채 회장과 상의해서 처리하라’고 했다.”
![“김동진 측에 현금 15억 원, 주식 80만 주 건넸다”](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12/02/13/201202130500005_2.jpg)
“거의 현금으로 줬다. 종종 급하다고 해서 계좌로 보낸 적도 있다(서 대표는 채 회장에게 계좌이체를 통해 돈을 보낸 증거로 통장사본을 ‘주간동아’에 공개했다). 계좌로 보낸 돈은 5억 원이 조금 넘는 것 같다. 주로 쇼핑백에 돈을 넣어서 줬다. ‘김 전 부회장의 아들 학비를 보낸다, 뭘 사 준다’면서 가져가기도 했다. 내가 준 돈의 일부를 채 회장이 배달사고를 냈을 것으로 본다. 그래도 상당액은 전달했을 것이다. 채 회장이 나에게 받아간 돈으로 사놓은 채 회장 측(애드닷컴) 명의 주식에 대해서 지난해 8월 김 전 부회장이 자기 재산이니까 돌려달라는 주식반환 소송을 냈다. 사실상 자기가 채 회장을 통해 재산을 차명으로 관리해왔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채 회장이 저축은행 비리 혐의로 구속(2011년 5월)된 직후인 지난해 8월, 김 전 부회장은 채 회장 소유의 주식(씨앤에스 주식 65만 주)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김 전 부회장은 이 주식이 자기 소유라는 증거로 채 회장과 맺은 보관증을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채 회장이 대주주 겸 회장으로 있는 씨큐어넷 재무담당 이사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채 회장과 김 전 부회장 사이에서 이런 소송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지난해 채 회장이 구속된 후에야 알았다. 65만 주에 대한 보관증을 김 전 부회장이 가진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법인과 관련된 재산이 아니어서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지난해 7~8월경 김 전 부회장이 이 문제를 상의하려고 나와 함께 채 회장을 면회하러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 애드닷컴은 어떤 회사인가.
“100% 채 회장이 소유한 회사다.”
애드닷컴은 채 회장이 경기 파주시에 소유한 별장을 본점으로 둔 회사다. 채 회장 측 한 인사는 애드닷컴에 대해 “(채 회장이 회장으로 있는) 씨큐어넷의 자회사라고 보면 된다. 페이퍼 컴퍼니는 아니고, 실제 사업을 한다”고 말했다.
▼ 김 전 부회장에게 직접 건넨 돈도 많다고 들었다.
“김 전 부회장에게 직접 건넨 현금은 전체적으로 보면 그리 큰돈은 아니다. 떡값 정도, 용돈으로 건넨 것, 그동안 준 걸 모두 합하면 1억 원이 조금 넘을 것이다. 2008년쯤인가 채 회장 부탁으로 김 전 부회장 집에 1억 원 정도 하는 오디오를 사서 보낸 적이 있다. 김 전 부회장 집에 가서 그 오디오를 확인했다.”
지난해 9월 5일 열린 씨앤에스 이사회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부회장은 2007~2008년 추석연휴 때 서 대표로부터 떡값 명목으로 상당한 금액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했다. 김 전 부회장은 “나중에 돌려주려고 했는데, 채 회장이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썼다”고 주장했다. 1억 원짜리 오디오에 대해서는 “채 회장에게 빌린 것이다. 그 돈을 서 대표가 냈는지는 몰랐다”고 해명했다. 김 전 부회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수년간 55억 원 상당의 금품과 주식을 채 회장을 통해 김 전 부회장 측에 건넸다”는 서 대표의 주장에 대해 시종일관 “서 대표가 채 회장에게 사기를 당해 빼앗긴 것이다. 나와는 전혀 관계없다”는 처지를 밝혔다.
▼ 채 회장을 통해 김 전 부회장 측에 씨앤에스 주식 80만 주를 넘긴 이유는 뭔가.
“2008년 4월경 김 전 부회장으로부터 ‘현대차가 자동차용 반도체를 생산할 계열사를 만들려 한다. 씨앤에스를 현대차 계열사로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다. 주식과 경영권 포기에 대해서는 대가를 주겠다고 했다. 김 전 부회장은 그때도 ‘자세한 건 채 회장과 상의하라’고 했다. 그리고 얼마 있다가 채 회장으로부터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500억 원을 주겠다. 그중 절반은 나와 김 부회장 몫’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일을 추진하려면 주식을 현대차로 넘겨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두 번에 걸쳐 50만 주, 30만 주를 채 회장 측에 넘겼다.”
▼ 그런 내용을 김 전 부회장에게도 직접 확인했나.
“했다. 채 회장과 얘기가 끝나면 김 전 부회장과 전화통화를 해서 이 모든 게 김 전 부회장 뜻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주식 30만 주를 채 회장 측에 넘긴 날(2009년 12월 21일) 김 전 부회장이 현대차를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황당했다.”
▼ 김 전 부회장은 어떻게 씨앤에스 대표로 왔나.
“우리 회사를 현대차 계열사로 만들려면 자기가 대표를 맡는 게 좋겠다고 해서 2010년 초 대표로 선임해줬다. 그리고 내가 가진 주식도 김 전 부회장에게 100만 주를 넘겨 대주주로 만들어줬다. 그 외에도 주식을 많이 넘겼는데, 시가보다 싸게 넘긴 게 많다.”
▼ 작성해놓은 소장에는 김 전 부회장이 편취한 금액이 총 55억 원 정도라고 적혀 있는데.
“나는 솔직히 그동안 납품 대가로 건넨 돈은 거론하고 싶지 않다. 다만 현대차 계열사를 만들어준다면서 가져간 내 주식 80만 주는 당연히 돌려받아야 한다.”
김동진 전 부회장, “사실과 다른 악의적 모함”
2005~2009년 납품 대가, 현대차의 지분투자 등을 이유로 총 55억 원의 금품을 받아갔다는 서 대표의 주장에 대한 김 전 부회장의 얘기를 들어보려고 ‘주간동아’는 2월 8일 질의서를 보냈다. 그러나 김 전 부회장은 다음 날 오후 이메일을 통해 “내용 대부분이 사실과 전혀 다른 악의적인 모함”이라고 밝혔다. 또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기사화할 경우, 본인 및 씨앤에스는 민형사상의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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