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로 복귀한 김병현.
2012년 프로야구는 역대 최강의 캐스팅을 자랑한다. 페넌트레이스 사상 첫 700만 관중 돌파를 노려볼 수 있는 스타 파워를 갖췄다. 실력도 검증됐다. 영화로 치면 본고장 할리우드에서 활약했던 스타 2명에 일본에서 정상에 서본 스타도 2 명이다. 이들이 미국과 일본에서 가져온 우승 반지만 4개. 야구장 가는 길이 더 즐거워진 2012년이다.
2008~2010년 3년 연속 500만 명 넘는 관중을 동원한 한국 프로야구는 2011시즌에는 목표 관중 663만 명을 훌쩍 뛰어넘는 대성공을 거뒀다. 열악한 구장 환경 등을 고려할 때 이미 관중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비관적 시선도 있었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의 흥행으로 나타났다. 4개 구장 개막전 입장권이 모두 팔려나갔고, 역대 최소경기 300만(227경기), 400만(307경기), 500만(382경기) 관중 돌파 기록을 써가며 466경기 만에 꿈의 6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초호화 캐스팅’ 신 르네상스 시대
2011시즌 페넌트레이스 총 관중 수는 680만9965명(경기당 평균 1만2801명)으로 종전 최다 관중을 기록한 2010년(592만8626명)보다 약 15%(88만1339명) 늘었다. 포스트시즌 14경기에 입장한 31만7413명까지 더하면 총 관중은 712만7378명에 이른다. 페넌트레이스 600만 관중 돌파는 물론이고, 포스트시즌을 포함한 전 경기 700만 관중 돌파 역시 한국 프로야구 30년 역사상 처음이다.
2011년 한국 프로야구의 좌석 점유율은 65% 정도. 전 경기가 매진된다면 1050만 명의 누적 관중을 동원할 수 있다. 2010년 미국 메이저리그 좌석 점유율이 69.2%, 일본 프로야구는 69.82%였다. 페넌트레이스 700만 관중은 좌석 점유율 66.67%를 기록해야 가능하다. 680만 관중은 지금 여건에서 한국 프로야구가 도달할 수 있는 한계치에 가깝다. 그럼에도 올 시즌 ‘마의 700만 관중 벽’을 깨리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는 것은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주름잡았던 슈퍼스타들의 귀환 덕분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메이저리그 스타로 군림한 박찬호의 국내 무대 복귀만으로도 많은 야구팬이 흥분한 상태다. 여기에 김병현이 1월 중순 넥센에 전격 입단했다. 박찬호와 김병현은 미국 무대에 도전한 수많은 투수 중 드물게 메이저리그 스타덤에 올랐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투수 가운데 통산 20승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박찬호(124승), 김병현(54승), 서재응(28승) 단 3명뿐이다. 주로 마무리투수로 활약한 김병현은 54승과 함께 86세이브도 기록했다. 특히 김병현은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2개나 갖고 있다. 아직 보직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박찬호와 김병현이 선발 맞대결이라도 펼친다면 순위를 떠나 프로야구 최고 흥행카드가 될 수 있다.
마운드에 미국 출신이 포진했다면 타석은 일본 복귀파의 찬란한 경연장이 될 전망이다. 단연 ‘국민타자’ 이승엽이 중심에 서 있다. 벌써부터 박찬호와의 맞대결이 큰 관심을 모은다. 이승엽은 일본에서 8년 동안 성공과 실패, 환희와 좌절을 모두 겪었다. 이제 선수로 황혼기를 준비할 나이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홈런왕에 도전할 만한 실력이 있다. 이승엽은 한국에서 9년 동안 홈런 324개를 날렸고 일본에서 8년 동안 159개를 더했다. 한일 통산 483개 홈런. 올해 삼성에서 17개 홈런을 친다면 500개를 넘어서게 된다. 또한 올해 28개 홈런을 친다면 양준혁을 뛰어넘어 역대 통산 홈런 1위에 올라선다. 그만큼 2012년은 이승엽에게도 의미 있는 도전의 해다.
한화로 돌아온 김태균은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 연봉인 15억 원을 받는다. 일본에서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빠른 적응력을 보이며 팀 우승에 결정적 구실을 했다. 채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일본에서 불명예스럽게 돌아온 아쉬움을 최고 연봉 선수라는 타이틀로 만회했다. 이승엽과 김태균 신구 대포의 홈런쇼에 팬들이 거는 기대가 뜨겁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한화 이글스로 복귀한 박찬호(왼쪽)와 일본 프로야구 무대에서 삼성 라이온즈로 복귀한 이승엽.
한화 이글스로 복귀한 김태균.
이승엽은 스윙 궤적 조정에 한창이다. 타격폼 전반을 손보는 무리수 대신, 어퍼 스윙 형태에서 레벨 스윙 형태로 약간의 궤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스윙할 때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힘이 들어가 균형이 깨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부드럽고 예쁜 스윙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승엽은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가끔은) ‘내가 이렇게 망가졌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현실을 직시해야겠다고 느낀다”고 털어놓으며 9년 만에 다시 서는 조국 무대에서 힘찬 재기를 다짐했다.
복귀파 빅4 중 가장 극적으로 넥센 유니폼을 입은 김병현은 “한국의 단체훈련이 그리웠다”며 계약 발표 후 곧바로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 합류하는 열성을 보였다. 오랜 미국 생활로 ‘아메리칸 스타일’이 익숙할 것 같지만 김병현은 “나에게는 한국식 단체훈련이 더 맞다”고 말했다. 제아무리 독기가 서린 선수라도 개인훈련을 하다 한계에 봉착하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마련. 김병현은 “한국처럼 단체훈련을 하면 포기하고 싶을 때 옆에서 (다른 선수가) 치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를 악물게 된다”고 말했다.
김병현은 계약금 10억 원에 연봉 5억 원, 옵션 1억 원 등 총액 16억 원에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김태균, 이승엽(계약금 포함 연봉 11억 원), 김병현이 국내에 복귀하며 거액을 챙긴 것과 달리, 박찬호는 한화 구단이 책정한 연봉 6억 원을 유소년·아마추어 야구 발전기금으로 내놓고, 서류상 받게 되는 최저 연봉(2400만 원)도 유소년 야구를 위해 내놓기로 했다. 사실상 ‘무급 선수’라는 점이 이채롭다. 몸값으로 보나, 이름값으로 보나 2012년 한국 프로야구의 중심에 설 ‘복귀파 빅4’의 앞날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