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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또 승려 분신 행렬…‘티베트의 통곡’

올해만 3명 중국 탄압에 목숨으로 저항… 中, 지도부 교체 앞두고 ‘소수민족’ 정책 고삐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또 승려 분신 행렬…‘티베트의 통곡’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14세가 웃음을 잃어가고 있다. 티베트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력한 동화정책에 승려들이 연쇄 분신자살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1951년 티베트를 강제로 자국 영토에 편입시킨 뒤 시짱 자치구를 세운 중국 정부는 강력한 ‘중국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달라이 라마 14세는 피눈물을 흘리며 인도에 망명정부를 수립했고, 6500여 개던 사찰은 현재 45개만 남았다. 50만여 명에 달하던 승려는 대부분 강제로 환속했다. 이제 티베트에서 승려가 되려면 사회주의 교육을 이수하는 등의 절차를 밟아 중국 공산당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중국 정부는 승려들에게 달라이 라마 14세를 부정할 것을 강요한다. 주민들이 달라이 라마를 위해 기도하는 것조차 금지했다. 주민들은 그동안 수차례 독립운동을 벌였지만 중국 정부의 무력사용으로 번번이 실패했다. 1989년 3월 독립 요구 시위 때는 무차별 발포로 주민 수천 명이 사망했는데, 당시 무력 진압을 진두지휘한 인물이 시짱 자치구 당 제 1서기였던 후진타오 현 국가주석이다. 그는 이때 공로를 인정받아 출세가도를 달렸다.

주민들의 희생을 막으려고 달라이 라마 14세는 사실상 독립 요구를 포기하고, 중국 정부에 대화와 협상을 요청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티베트 망명정부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올해 76세인 달라이 라마 14세가 사망할 경우 티베트의 구심점이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장기전을 펴겠다는 속셈이다.

中 정부 “분신은 사회 안정 해치는 테러”



티베트를 중국화하려고 중국 정부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한족의 대규모 이주다. 칭하이성 시닝에서 라싸까지 1142km의 칭짱 철도를 개통한 것도 이를 위해서다. 철도 개통 이후 대륙에 살고 있던 한족이 몰려들면서 티베트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시짱 자치구 인구 270만 명 중 92%가 티베트족이라고 설명하지만, 라싸 주민 27만여 명 중 절반은 한족이다. 시짱 자치구에 살던 주민들은 인근의 칭하이성, 쓰촨성, 윈난성, 간쑤성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중국 정부는 티베트 주민에 대한 문화정책도 함께 추진했다. 티베트 주민은 학교는 물론 공공장소에서 티베트어를 사용할 수 없다. 대학생은 종교 활동에 참여하면 퇴학당한다. 특히 중국의 서남공정(西南工程)으로 티베트의 역사와 문화유산은 모두 ‘중국산’이 되고 말았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국기인 오성홍기와 마오쩌둥을 비롯한 국가 최고지도자들의 초상화 100만여 장을 제작해 각 가정 및 사원에 배포하고 반드시 걸도록 했다.

중국 정부의 강압적인 동화정책이 강화되자 티베트 승려들은 분신자살로 맞서고 있다. 지난해 3월 16일 쓰촨성 아바 티베트족자치구 아바현 키르티 사원에서 승려 펑춰가 분신한 것이 도화선 구실을 했다. 지난해에만 13건의 분신이 있었으며, 올 들어서도 승려 3명이 분신했다. 이들 16명 가운데 12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며 여승 2명도 포함됐다. 이들은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승려다.

특히 1월 8일 칭하이성 궈뤄 티베트족자치구에서 자살한 소파라는 이름의 승려는 42세로, 고위 승려인 ‘린포체’였다. 이 승려는 티베트의 독립과 종교 자유, 달라이 라마 14세의 장수를 기원하면서 숨졌다. 당시 주민 수백 명은 그의 시신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다.

티베트 불교에선 자살을 포함한 일체의 살생을 금지한다. 그럼에도 저항의 수단으로 분신자살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그만큼 중국 정부의 탄압이 가혹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소신공양(燒身供養·자신의 몸을 태워 부처에게 바침)’인 셈.

승려들의 연쇄 분신자살은 주민들을 격분케 하고 있다. 1월 23일과 24일 쓰촨성 간쯔 티베트족자치구 루훠현과 써다현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한 것도 승려 3명이 분신자살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중국 공안이 주민 수천 명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해 최소 7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했다고 티베트 망명정부와 국제 인권단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1월 26일에도 쓰촨성 아바 티베트족자치구 아바현에서 중국 공안이 주민들에게 발포해 최소 1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2월 3일에는 써다현에서 중국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 도중 주민 3명이 분신해 1명이 숨졌다.

또 승려 분신 행렬…‘티베트의 통곡’
중국 정부는 승려들의 분신자살을 사회 안정을 해치는 테러행위로 간주한다. 장위 외교부 대변인은 “외국에 있는 티베트 독립세력과 달라이 라마 14세가 승려들의 극단적인 테러행위를 비판하지 않고 오히려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가 달라이 라마 14세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려는 데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티베트 망명정부와 달라이 라마 14세가 국제사회에 승려들의 분신자살과 유혈 사태를 종교 자유 및 인권 탄압으로 몰고 가려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2월 22일 티베트 설을 앞두고 이 지역에 경찰 수천 명을 배치했다.

주웨이췬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 부부장은 “티베트의 단합과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중국을 분열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도 단호하게 분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전선공작부는 공산당의 최고기구인 중앙위원회 직속으로 티베트를 비롯한 소수민족을 관리하는 부서다. 반면 티베트 망명정부의 롭상 상가이 총리는 중국 정부에 티베트에 대한 억압정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으며 사실규명을 위해 유엔 조사단을 파견해줄 것을 촉구했다.

신장위구르에서 연이은 충돌

승려들의 분신자살과 유혈사태 소식을 들을 때마다 달라이 라마 14세는 더욱 깊은 고뇌에 빠질 수밖에 없는 처지. 최근 상황과 관련해 그는 “승려들의 연쇄 분신과 유혈사태는 중국의 문화대학살 때문”이라면서 “중국 정부의 폭력에는 비폭력으로 맞서야 하며, 중국 정부는 티베트의 실질적 자치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돈다. 지난해 12월 28일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피산현에서 주민 7명이 중국 공안의 총격으로 숨졌기 때문이다. 당시 사건에 대해 중국 공안은 주민 납치사건이 발생해 주민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저항하는 테러범 7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중국 언론은 테러범들이 독립운동을 위해 파키스탄으로 넘어가 테러 조직에서 훈련받을 계획이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망명 위구르족 독립운동 단체인 세계위구르회의(WUC)는 중국 정부의 강경 탄압과 종교 박해로 촉발된 위구르족 주민들의 시위에 공안이 총격을 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사망자 7명 가운데 2명은 여성이고 최연소자는 7세며 최연장자는 17세라면서 중국 공안의 발표를 반박했다. 피산현은 타클라마칸 사막 인근의 오아시스 도시로 주민은 위구르족이 대부분인데, 평소 한족과 위구르족 간 갈등이 심한 곳. 중국 정부는 이 지역 주민들의 종교 활동을 금지시키고 외출도 통제하는 한편, 경찰 8000명을 신규 임용해 마을마다 배치하는 등 감시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는 지난해 7월 수차례의 대규모 충돌이 발생해 수십 명이 사망한 바 있다. 2009년 7월에도 폭동이 일어나 197명이 죽고 1700여 명이 부상했다.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전체 주민 중 위구르족은 41.5%를 차지한다. 위구르족은 이슬람을 믿는 투르크계 민족으로 이 지역에 834만여 명이 산다.

중국에는 한족 외에 55개 소수민족이 있다. 전체 인구의 8.4%에 해당하는 소수민족은 전 국토의 63.7%를 점유하고 있다. 베이징은 티베트의 독립을 허용할 경우 신장위구르, 네이멍구, 만주로 이어지는 ‘독립 도미노’가 확산할 것을 우려해왔다. 이 때문에 소수민족의 독립 요구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도부 교체를 앞둔 데다 아랍 시민혁명의 파장이 미칠 것을 우려하는 중국 정부는 올 들어 소수민족의 독립운동에 대한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반면 소수민족의 독립 요구 운동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는 중국 정부의 탄압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 일보 직전이다. 중국의 ‘아킬레스 건’에 해당하는 소수민족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비등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중이다.



주간동아 824호 (p54~55)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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