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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뭐, 8% 인상? 한국 소비자가 봉이냐”

외국산 담뱃값 줄줄이 인상… 그들만의 돈벌이 적극 대응해야

  • 이윤정 자유기고가 yunilee16@gmail.com

“뭐, 8% 인상? 한국 소비자가 봉이냐”

회사원 이선우(32) 씨는 갑작스러운 담뱃값 인상 소식에 기분이 언짢다. 그렇지 않아도 부쩍 오른 물가 탓에 가계가 힘든데, 위로 삼아 피던 담뱃값까지 올린다니 갑갑할 지경이다. 오늘 아침 출근하는 이씨에게 아내는 금연을 권했다. 가격이 오르니 이참에 끊으라는 엄포였다. 하지만 이씨는 자신이 없다. 값을 인상하는 담배는 모두 4종. 말보로, 팔리아멘트, 버지니아 슬림, 라크 등 모두 필립모리스코리아(이하 PMK) 담배다. 아예 다른 담배로 바꿀까 싶지만 말보로만 피운 지 벌써 7년이 넘었다. 버스 갈아타듯 한 번에 담배를 갈아탈 수는 없다. 점심시간 흡연실에 모인 직장동료도 온통 담뱃값 이야기뿐이다. 이씨는 말보로 흡연자인 직장동료와 고민을 나눈다. 그는 어제 벌써 말보로 사재기를 끝냈다고 한다. 이씨에게 “얼른 몇 보루 사두라”며 충고까지 잊지 않는다. 지갑에 들어오는 돈은 똑같은데 나가는 돈만 자꾸 늘어난다. 흡연실을 나서는 이씨의 발걸음이 무겁다. 당장 금연도, 담배를 바꾸는 일도 힘들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이씨는 대형마트에 들러 말보로를 사야겠다며 구두끈을 다시 조였다.

연초 곳곳서 담배 사재기 현상

담배 사재기에 나선 사람은 비단 이씨만이 아니다. PMK가 2월 10일부터 말보로, 팔리아멘트, 버지니아 슬림, 라크를 일제히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곳곳에서 담배 사재기가 기승을 부린다. 단순히 사재기만 탓할 일이 아니다. 말보로, 팔리아멘트, 라크의 경우 2500원이던 가격이 10일 이후 2700원으로 8%가량 인상된다. 서민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번 담뱃값 인상에 대해 PMK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때문이라고 밝혔다. PMK는 물론, 외국계 담배회사인 BATK(던힐, 켄트 등)와 JTIK(마일드세븐 등)가 국산보다 싼 수입 잎담배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쉽게 수긍할 수 없는 대목이다. 약 2배 비싼 국산 잎담배만으로 담배를 제조하는 KT·G(에쎄, 레종, 디스 등)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이제까지 담뱃값 인상은 대부분 정부의 제세 기금 인상과 관련됐다. 실제로 2500원짜리 담배를 놓고 봤을 때 62%인 1550원이 국민건강증진기금, 담배소비세 등을 포함한 세금이다. 담뱃값은 가장 비율이 높은 세금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2004년 12월 인상도 세금을 100% 반영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번 인상은 세금의 영향이 아니다. 2011년 4월 8%를 인상한 BATK와 JTIK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두 회사가 인상한 데 이어 일 년도 채 지나지 않아 PMK가 담뱃값 인상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담합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국내 담배 시장이 개방된 1988년 이후 외국계 담배회사의 시장점유율은 꾸준히 상승했다. 현재 외국계 담배회사 세 곳의 시장점유율은 40% 안팎에 달한다. 시장점유율이 높아지자 가격 인상이 줄줄이 이어지는 셈이다. 피우던 담배를 쉽게 바꿀 수 없는 흡연자의 약점을 이용한다는 부정적 시각이 많다.



“뭐, 8% 인상? 한국 소비자가 봉이냐”
특히 엄청난 배당금과 로열티가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이번 담뱃값 인상은 필요 이상의 이익 추구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PMK가 2008년에 가져간 배당금은 525억 원, 로열티는 301억 원이었다. 이는 2009년에 각각 729억 원, 368억 원으로 올랐고 2010년에는 배당금 942억 원, 로열티 418억 원이 국내에서 빠져나갔다.

턱없이 낮은 기부금 또한 문제다. ‘주간한국’에 따르면 PMK의 경우 지난해 올린 매출액만 4895억 원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기부금은 전혀 없었다. BATK는 지난해 3억727만 원을 기부했지만 매출액 5870억 원과 비교했을 때 0.053% 수준이다. 이런 기부금 비율은 JTIK도 비슷하다. 매출액 2211억 중 0.063%인 약 1억4000만 원을 기부했다. 담배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했을 때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이 지역 사회에 재투자되지 않은 채 국외로 대량 빠져나가고 있는 점 역시 외국계 담배회사가 답해야 할 문제다.

거액 배당금에도 기부엔 인색

담배는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에서 상위 50개 안에 드는 품목이다. 담배의 순위는 20위로, 가중치는 8.5다. 서민이 즐겨 먹는 돼지고기(24위, 가중치 8.3), 우유(38위, 가중치 5.8), 빵(50위, 가중치 4.6)은 물론 쌀(35위, 가중치 6.2)보다도 높다. 이 때문에 담뱃값 상승은 곧장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물가를 잡으려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이번 담뱃값 인상은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특히 담배 구매비 비중이 고소득층보다 2.4배 높은 저소득층 가계에 큰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초부터 외국산 담배를 비롯해 수입 화장품과 수입 의류 가격이 줄줄이 오를 예정이다. 의류, 화장품은 둘째치더라도 담배는 소주와 더불어 서민의 시름을 덜어주는 친숙한 기호품이다. 사재기 같은 임시방편으로 대응할 일이 아니다. 지금은 외국계 담배회사의 부당한 가격 인상에 대해 소비자의 주권을 찾아야 할 때다.



주간동아 824호 (p50~51)

이윤정 자유기고가 yunilee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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