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2

2009.02.10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내 인생의 황당과 감동 사이’

  • 곽숙영 동화자연마루 마케팅팀 과장

    입력2009-02-05 19: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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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부부가 수진, 지영(가명)이란 이름의 두 여인을 만난 것은 6년 전의 일이다. 8박9일로 여름휴가를 떠나게 된 우리는 호주와 뉴질랜드 패키지 여행상품을 택했다. 대부분 40대 부부, 또는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로 구성된 일행 속에서 우리 또래의 젊은 여성들을 만나니 반가웠는지 일정 내내 짝꿍처럼 친하게 지냈다.

    그런데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황당한 사건이 터졌다. 수진 언니가 호주에서 산 명품 시계가 화근이었다. 수진 언니는 시계 케이스를 비행기에 버리고 내리려 했다. 행여나 무작위 세관 검사에서 케이스가 발견되면 많은 세금을 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순진한 지영 씨, “이렇게 예쁜 케이스를 왜 버리냐”며 말릴 틈도 없이 가방에 챙겨 넣었다.

    먼저 입국장을 빠져나온 우리 부부가 두 여인을 찾기 위해 뒤돌아보니 지영 씨가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의 표정으로 세관원의 가방 수색을 받고 있었다. 세관원은 “시계 케이스는 있는데 왜 시계가 없냐”고 추궁했고, 지영 씨는 결국 눈물을 뚝뚝 흘리며 “비행기에서 주웠다. 시계는 없다”고 호소했다.

    오랜 실랑이 끝에 시계 케이스를 압수당하고 한국에서 구입한 면세품을 포함해 일부 소지품에 세금을 부과당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됐다. 명품 시계 케이스의 디자인에 매료돼 아무 생각 없이 가방에 넣은 것이 억울한 상황을 낳은 셈.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절감한 사건이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 후로도 우리는 아주 가까운 친구로 지내고 있다. 여행 당시 생후 6개월이던 우리 첫째 아이는 올해 학교를 가고, 이후 태어나 돌잔치까지 그녀들과 함께한 둘째는 곧 세 돌이 된다. 그런데도 두 여인은 아직 ‘화려한 솔로’를 고집하고 있다.



    우리 부부와 너무 열심히 놀아 심심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우리가 하도 툭탁거려 결혼에 흥미를 잃은 걸까. 올해 우리 부부의 목표는 이 여인들을 시집보내는 것이다. 언제 나타날지 모를 그녀들의 ‘반쪽’에게는 공항 사건과 관련된 ‘치부’는 비밀로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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