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1

2009.01.27

오늘도 잠 못 드는 구청의 하루

‘내 인생의 황당과 감동 사이’

  • 강명수 마포구청 공보관광과 홍보기획팀장

    입력2009-01-29 1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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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했지?” 6시가 지나서 전화를 거는 지인들 대부분은 이렇게 묻는다. 구청에서 하는 일을 제대로 모르고 하는 말이다.

    구청에서 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주민등록등본 같은 민원서류 발급 업무만 하는 게 아니라 홀로 된 어르신들 살피고 일자리를 만들어드리는 일도 한다. 또 노래교실, 요가 등 문화·취미 강좌까지 운영한다. 방과 후 교실, 원어민 영어교실 등도 빼놓을 수 없다. 겨울철이 되면 저소득층을 위해 연탄을 배달하고 김장을 담가 전달한다.

    숙직하는 날 구청의 밤은 낮보다 더 바쁘다. 집 앞에 무단 주차된 차를 빼달라는 전화를 받는 일부터 술에 취해 무작정 찾아온 취객을 보호하는 일까지 허둥대다 보면 밤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다.

    많은 직원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하게 이 모든 일을 해낸다. 마포구 염리동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한석구 씨도 그런 이들 중 하나다. 지난해 3월, 그와 함께 염리동 한 골목을 찾아 나섰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가파른 길을 오르고 또 올라 다다른 허름한 옥탑방에는 아흔이 넘은 할머니 한 분이 누워 계셨다.

    “할머니, 저 왔어요”라고 외치며 뛰어들어간 그는 할머니 손을 덥석 잡고 점심식사는 하셨는지, 편찮은 데는 없는지 물어보기 시작했다. 함께 방으로 들어간 나는 어두컴컴한 방에서 풍기는 악취를 참지 못해 바로 나왔지만, 그는 할머니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오늘도 잠 못 드는 구청의 하루
    아이를 낳지 못해 남편에게 버림받고 평생 홀로 살아온 할머니는 대소변을 받아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다. 그는 이런 할머니를 업무가 끝난 뒤에도 수시로 찾는다고 했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에게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할머니가 아껴둔 요구르트를 내밀 때 한석구 복지사는 가장 감동스럽다고 했다. 손때 묻은 요구르트에서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란다. 오늘도 밤늦도록 구청의 불은 켜져 있다. 사람들이 내미는 다정한 손길과 “수고한다”는 말 한마디가 그 불을 밝히는 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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