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9

2008.11.04

中 우주유영 성공 시기 혹은 질투

전 세계 누리꾼들 사이에 조작설 확산 … 고난이도 우주기술 ‘빅3’ 우주강국 진입

  • 전원경 객원기자 winniejeon@hotmail.com

    입력2008-10-27 14: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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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우주유영 성공 시기 혹은 질투
    “올림픽 개막식도 조작하는 나라가 우주유영 조작쯤이야….”

    중국 반체제 인사들이 ‘중국 우주유영 조작설’을 퍼뜨린다. 9월25일 중국은 독자 기술로 개발한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7호를 우주로 쏘아올렸다. 그리고 발사 사흘째인 9월27일 선저우 7호의 선장 자이즈강(翟志剛)은 중국이 제작한 우주복을 입고 17분간 우주유영에 성공했다. 이로써 중국은 미국 러시아에 이어 자체 기술로 우주유영에 성공한 세 번째 국가가 됐다. 중국 국영방송 CCTV는 이 역사적인 중국인의 우주유영 장면을 생중계했다.

    그런데 생중계 화면이 미국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오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전 세계 누리꾼(네티즌)들은 이 10여 분간의 동영상에 이상한 장면이 많다며, 우주유영 장면이 아니라 수중에서 우주유영을 흉내 낸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의혹의 핵심은 동영상 중 한 번은 우주인의 헬멧에서, 또 한 번은 우주선에서 기포처럼 생긴 동그란 방울이 올라온다는 것. 누리꾼들은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 물방울이 나올 리도 만무하지만, 설령 물방울이 아닌 이물질이라 해도 똑바로 위로 올라간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물었다.

    기포처럼 생긴 방울과 오성홍기 펄럭

    반체제 인사들이 강조하는 또 다른 의혹은 자이즈강이 들고 있는 오성홍기가 ‘펄럭인다’는 점이다. 바람이 없는 무중력 상태에서 어떻게 깃발이 펄럭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누리꾼들의 의문은 이 밖에도 다양하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양이 지나치게 동그랗다는 점, 우주인의 동작과 화면 뒤에 찍힌 지구의 모습이 제각각 움직인다는 점, 우주 공간에 지구 외의 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 10월로 예정된 우주선 발사가 9월 말로 갑작스레 앞당겨졌다는 점….



    이 같은 의문은 “올림픽 개막식도 조작하는 나라에게 이 정도 조작은 쉬운 일 아니겠느냐”는 식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맞물려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또 10월15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근무하는 중국인 취정(曲錚) 박사가 “수중 촬영을 우주유영으로 조작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주유영 조작설’이 힘을 받았다. 그렇다면 정말 중국은 취 박사의 주장대로 “당국이 만족하는 결과를 얻고자 생방송 화면을 조작”한 것일까.

    국내의 우주 전문가들은‘조작설’에 대해 ‘가능성이 대단히 낮다’는 의견을 보인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규수 홍보팀장은 “통신감청 등이 있기 때문에 중국이 우주유영 사실 혹은 생중계 화면을 조작했다면 지금처럼 미국과 러시아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개발, 그중에서도 최상급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우주유영 분야에 대해서는 각국의 견제가 대단히 치열하다. 따라서 중국이 사실을 조작했다면 미국과 러시아가 가만있을 리 만무하다는 것.

    中 우주유영 성공 시기 혹은 질투

    9월25일 중국은 선저우 7호를 우주로 쏘아올렸다(맨 왼쪽). 이 우주선 선장 자이즈강이 오성홍기를 들고 유영하고 있다.

    반체제 인사들 “지구가 너무 선명”

    그렇다면 누리꾼들이 제기한 ‘기포’나 ‘펄럭이는 오성홍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한국 우주인 사업을 지휘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최기혁 우주과학연구팀장은 “기포 같은 동그란 물체는 일종의 먼지가 붙었다가 떨어지는 장면으로 보인다. 위로 똑바로 올라가는 모습은 중력이 작용해서가 아니라, 아래에서 힘을 받은 먼지가 관성에 의해 위로 올라가는 것 같다”고 답했다. 즉, 무중력 상태인 우주공간에서는 물체가 힘을 받으면 관성의 법칙에 의해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 ‘오성홍기가 펄럭이는 장면’에 대해서도 최 팀장은 “우주인이 한 번 손으로 흔들어놓고 촬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방효충 교수(항공우주공학)도 최 팀장과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방 교수는 “공개된 영상이 짧아 확실하게 답하긴 힘들다”고 전제한 뒤 “우주인의 움직임, 우주복의 모습 등으로 볼 때 이 영상은 수중이라기보다 우주 공간에서 찍은 것 같다”고 말했다. 우주에서는 원심력에 의해 우주인이 회전하는 힘을 받는다. 영상 속에서 우주인은 우주선 바깥으로 튕겨지듯 나갔다가 되돌아오는데, 방 교수는 이 장면을 “우주인이 원심력을 받아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반체제 인사들이 내놓은 또 하나의 의문, 지구가 지나치게 선명하고 동그랗게 보인다는 것도 전문가들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주선이 떠 있는 고도에 따라, 또 어떤 카메라를 쓰느냐에 따라 지구의 모습은 다르게 찍힐 수 있다는 것. 방 교수는 “우주선은 지구를 향한 상태에서 돌기 때문에 우주유영 시 지구의 모습이 이렇게 찍히는 게 자연스럽다”고 답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이 화면은 수중에서 찍힌 것치고는 지나치게 선명하다. 물속에서는 이처럼 선명한 화면을 얻기 어렵다. 하지만 기포처럼 보이는 방울이 위로 올라가는 장면은 솔직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우주유영에 성공한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 영상이 우주유영을 촬영한 영상이라고 100% 확신하지는 못하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우주유영은 현재까지 개발된 우주기술 가운데 최고 난이도다. 쉽게 말해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입은 우주복(간이복)이 수억원짜리라면, 우주유영을 위해 제작된 우주복의 가격은 100억원대에 달한다. 이 우주복에는 생명 유지장치, 방탄장치, 통신장치, 추진장치 등이 달려 있어 가히 하나의 우주선이라고 할 만하다. 또 우주에는 음속의 몇 배 속도로 떠다니는 우주 파편들이 있기 때문에 운 나쁘게 이 파편에 맞으면 즉사하기도 한다. 따라서 장기간 고도로 훈련받은 우주인들도 막상 우주유영을 나가면 매우 두려워한다고.

    경제위기 맞은 러시아 기술 도입

    中 우주유영 성공 시기 혹은 질투

    지구로 귀환한 자이즈강 선장(가운데).

    이처럼 고난이도 기술을 중국이 삽시간에 습득한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최 팀장은 “중국이 1970년대부터 유인우주선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맨땅에 헤딩하듯 우주기술을 개발하는 일은 아무리 중국이라고 해도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그래서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던 중국의 우주사업은 1993년 경제위기를 맞은 러시아와 우주사업 협약을 체결하고 러시아 측 우주기술을 도입하는 데 성공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일설에 따르면, 당시 최악의 경제난에 처한 러시아는 돈이 아닌 TV 등의 물품을 받고 우주기술을 중국에 넘겼다고 한다. 그래서 러시아 측 우주 관계자들은 자기들의 기술을 중국이 베낀 것에 불과하다며 분개했다고 한다.

    아무튼 ‘양탄일성(兩彈一星·원자, 수소폭탄과 우주선)’을 외치며 독자적 우주사업을 추진해온 중국은 우주유영에 성공하면서 미국 러시아에 버금가는 우주 강국으로 성장했다. 우주사업은 세계에 국력을 과시하는 기회인 동시에, 국가 간 치열한 자존심 싸움이기도 하다. 중국은 우주기술 개발을 통해 ‘미국과 러시아에 필적하는 강대국 중국’의 위치를 재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 누리꾼 사이에 퍼진 우주유영 조작설에서 엿볼 수 있듯, 중국의 국가 신인도는 우주유영이라는 대형 이벤트로도 만회할 수 없을 만큼 낮은 수준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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