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7

2008.10.21

흥행 실패한 프로그램 비꼬는 소문난 괴짜가족

  •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htank@sejong.ac.kr

    입력2008-10-15 15: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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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행 실패한 프로그램 비꼬는 소문난 괴짜가족
    황색 저널리즘(Yellow-Journalism)은 언론의 지나친 선정주의를 의미한다. 이 용어는 1895년 미국의 금요판 신문에 소개된 ‘옐로 키드’라는 작품에서 유래했다. 빈민가에 사는 한 소년이 정부에서 지원해준 밀가루 포대를 옷으로 입고, 매번 가십거리를 비꼬듯이 말하는데 그 대사를 황색 옷 위에 적었던 것에서 유래한다. 100년 전 옐로 키드의 부활이라고 평가받는 TV 시리즈 애니메이션이 있다. 미국 폭스TV의 ‘심슨’이다.

    호머, 마지, 바트, 리사 그리고 매기 심슨 등 미국 최고의 괴짜가족인 ‘심슨’은 기존 미국 TV드라마가 보여줬던 중산층 가정의 화목한 모습과는 달리, 이슈가 될 정도로 인기 있거나 흥행에 실패해 가십 대상이 된 프로그램들을 철저하게 비꼬는 패러디 전문 TV 캐릭터로 악명이 높다.

    1987년 원작자인 맷 그로닝과 제임스 L. 브룩스라는 감독 겸 제작자가 만나 89년 본격적인 TV 시리즈가 시작됐다. 지금까지 19년 동안 시즌19 총 500여 편이 제작 방영됐고, 현재 시즌20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방송사상 최장수 TV쇼 기록, 최장수 프라임타임 방송기록, 이 밖에 10번의 에미상 수상과 1999년 말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TV쇼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행복한 전문직 백인 중산층 가정이 미국 홈드라마의 기준이라면, 심슨은 이런 틀을 과감히 거부하며 성인층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아버지 호머심슨은 원자력발전소에 근무하는 고도비만의 중년 노동자로, 항상 보수적인 공화당 편에 서서 환경주의자나 동성애자를 혐오한다. 길쭉한 머리 모양과 허스키한 목소리가 특징인 전업주부 마지는 취미가 인테리어지만 집 안 정리는 엉망이다. 열 살인 맏아들 바트는 공부는 못하고 장난을 좋아하며 아무렇지 않게 바지를 벗고 욕을 해서 미국의 학부모들이 싫어했고, 심지어 일부 학교에선 심슨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금지하기도 했다. 여덟 살인 큰딸 리사는 성적이 올A인 멘사그룹의 천재소녀로 나온다. B를 받았을 때는 선생님에게 항의한 적도 있으며 환경주의자, 채식주의자 그리고 불교신자다. 막내딸인 갓난아이 매기는 지금까지 ‘아빠(papa)’라는 한마디만을 했다. 이렇듯 심슨 가족은 구성원마다 미국의 자아비판성 소재를 나눠갖고 있다. 미국인들 스스로 자신들을 비판하는 과정에 만족하도록 만드는 TV 애니쇼 캐릭터, 심슨. 그래서 심슨은 어떤 개그성 캐릭터보다도 강한 미국적 정체성과 페이소스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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