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7

2008.10.21

절대로 티 안 나게, 무조건 예쁘게!

여성 스타들 1mm 성형으로 자연스런 업그레이드 선호 입술·배꼽 등 이색 부위 수술도

  • 피현정 스타일&뷰티 칼럼니스트· ‘시크릿 쇼핑’ 저자 brainpi1502@gmail.com

    입력2008-10-15 15: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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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로 티 안 나게, 무조건 예쁘게!

    얼굴 여러 부위에 ‘조금씩’ 손을 댔다고 솔직하게 밝힌 가수 옥주현과 방송인 현영(왼쪽부터).

    “이마에서 다리까지… 음, 견적이 너무 많이 나오겠는데요.”

    “좀 깎아주시면 안 돼요?”

    “그럼, 가슴은 포기하세요. 얼굴부터 이미지 잡아가는 게 중요하니까.”

    “네….”

    서울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 상담실에서는 이 같은 대화가 자주 흘러나온다. 연예기획사 매니저와 신인 연기자인 듯한 앳된 소녀들은 흰 가운을 입은 성형 컨설턴트의 말에 희망의 빛을 발견한 듯 신경을 집중한다.



    이제 성형 사실을 부끄러워하는 시대는 지났다. 보톡스를 맞는다는 이야기는 방송에서 쉽게 들을 수 있고 성형 사실을 고백하는, 이른바 ‘성형 고백성사’를 하는 것이 트렌드가 될 정도다. 옥주현이나 현영 등 ‘잔 다르크’들이 나서준 덕분에 이제 뭔가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나타나는 스타들은 수줍지만 당당하게 성형 사실을 밝힐 수 있게 됐다. 예전에는 화면 속에서 두드러질 수 있도록 이목구비가 또렷해 보이게 성형하는 편이었지만 최근엔 ‘1mm 성형’으로 티나지 않고 자연스럽게 예뻐지는 것이 스타 성형의 포인트다.

    예전에는 단지 이목구비를 또렷하게 만드는 성형을 추구해 누가 봐도 변화를 쉽게 알아차렸다. 하지만 지금은 이마에서 눈, 코, 입으로 이어지는 매끈한 ‘1mm 페이스 디자인 성형’으로 어디에 손을 댔는지 알아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성형 고백으로 화제가 된 현영은 보톡스로 갸름한 턱선을 갖게 됐다고 밝혔으며, 개그우먼 백보람도 보톡스로 얼굴 라인에 볼륨을 살렸다고 고백했다. 눈 성형을 밝힌 이혜영의 쌍꺼풀은 있는 듯 없는 듯한 자연스러움으로 자연미인이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하다.

    필러·보톡스 등 칼 안 대는 성형 증가

    이제 코수술도 높이가 아니라 각도가 중시되고 있다. 오뚝한 콧대는 물론, 코끝 모양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코와 입술각(비순각)이 100~ 105도에 들어맞아야 한다는 등 좀더 세심한 분야까지 관심이 미치게 된 것이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디자인’이 트렌드가 되다 보니 필러, 보톡스, 자가지방 이식처럼 칼을 대지 않고도 얼굴을 디자인하는 성형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점점 예뻐지는 스타들의 모습은 ‘네티즌(누리꾼) 스타 성형수사대’조차도 성형 여부를 판단할 수 없게 만든다.

    사이즈를 줄이거나 늘리는 성형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신체 라인을 디자인하는 1mm 성형, 일명 ‘보디 쁘띠 성형’이 인기다. 톱스타 H양은 뒷모습이 전라로 노출되는 장면의 촬영에 앞서 급히 S라인을 만들기 위한 힙업(hip-up)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이 소문이 퍼지면서 자신의 지방을 볼륨이 적은 엉덩이에 삽입하는 자가지방이식 ‘힙업 성형’이 청담동 일대에서 핫이슈로 떠오르게 됐다. 엉덩이 라인이 보기 좋게 올라가 있으면 다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또한 여자 스타들은 예전처럼 단순히 가슴을 크게 만들기 위해 B컵, C컵 등 사이즈만 따지기보다 자기 몸매에 맞는 1mm를 더해 S라인을 빛내려는 추세다. 가슴 라인의 2% 부족한 부분에 보형물을 채우거나 필러 주사로 가슴 굴곡의 V라인을 ‘리디자인’하는 것이다.

    여자 스타들이 가장 많이 하는 성형은 1위가 보톡스나 필러 등 쁘띠 성형, 2위가 카메라 앵글을 어떻게 잡아도 완벽한 얼굴형을 보여줄 수 있는 안면 윤곽술, 3위가 지방흡입, 4위가 가슴 성형, 5위가 주름제거다.

    물론 좀더 고난도의 시술들도 스타들의 관심대상이다. 데미 무어가 받았다고 알려진 무릎 주변 주름을 팽팽하게 펴는 수술, 윤은혜처럼 섹시한 쇄골 라인을 만드는 쇄골융기수술 등이 그것인데,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나 다소 위험해 국내에서는 많이 시행되고 있지 않다. 트랜스젠더들이 많이 하는 갈비뼈 제거 수술이나 골반뼈 수술, 남자들의 로망인 권상우 스타일의 복부 근육 수술은 미용성형 분야는 아니다.

    가슴 확대보다 적당한 S라인 원해

    그나마 위험수위가 낮은 이색 성형에는 입술 성형, 이마 성형, 배꼽 성형 등이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여성들도 예쁘다는 말보다 섹시하다는 말을 더 큰 칭찬으로 여기는 추세다 보니 입술만 해도 앤절리나 졸리처럼 도톰하고 관능적인 스타일을 원한다. 국내 스타 중에서도 송혜교 입술은 ‘명품’으로 통한다. 도톰한 입술 가운데에 살짝 골이 팬 모습에 남녀 팬들이 모두 열광하게 되는 것 같다. 필러를 통한 입술 확대 수술과 앵두처럼 붉은 입술을 만드는 입술색 성형도 인기를 끈다.

    현대적 미인형이 턱 길이는 약간 짧고 이마가 넓은 형태로 굳어지다 보니 볼록하고 넓은 이마를 만드는 시술도 인기다. 특히 볼록한 이마는 동안(童顔)을 만드는 포인트. 이마에 보형물을 삽입하거나 필러 주사로 모양을 만들어준다. 아름다운 이마 라인을 만들기 위해 모발을 이식하거나 제거하는 시술도 흔하다.

    날씬한 복부 근육을 돋보이게 해주는 것은 세로로 긴 모습의 일명 이효리 스타일 배꼽이다. 아무래도 둥글거나 튀어나온 배꼽보다는 운동으로 다져진 복근을 섹시하게 연출해주는 데 효과적이다. 손등 성형은 살이 너무 없어서 쭈글쭈글하거나 보기 싫게 모양이 잡힌 부위를 도톰하고 매끈하게 만들어주는 수술이다.

    스타는 성형의 얼리어댑터다. 성형 쇼핑에서 스타들의 성형 트렌드는 대중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성형을 결심했다면 “누구누구처럼 해주세요”라는 주문서는 피해야 한다는 것. 특정 샘플을 가지고 원하는 바를 확실히 밝히는 것은 좋지만 자신의 개성을 말살시키면서까지 ‘완전히 다른 나’의 모습을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완벽에 가까운 복제미녀가 진정한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

    피현정 씨는 이화여대 국문과 졸업 후 ‘레이디경향’ ‘휘가로’ ‘KIKI’의 패션 및 뷰티 에디터를 거쳐 ‘엘르’ 뷰티 디렉터, ‘애비뉴엘’ 편집장을 역임했다. 현재 패션, 뷰티 브랜드의 컨설팅과 홍보 전문회사인 브레인 파이(brain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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