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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의 It-Week

보라색으로 바꿔주세요 - - :;

다섯 번째 쇼핑

  • holden@donga.com

보라색으로 바꿔주세요 - - :;

보라색으로 바꿔주세요 - - :;

고귀함의 상징인 보라는 가을의 ‘잇컬러’이기도 합니다. 보라색 휴대전화, 보라색 카드는 컬러의 이미지를 잘 살린 선택이죠(왼쪽부터).

여름부터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면 010번에 ‘555-5555’(할리우드식)로 바뀌었으니 연결한다는 음성 서비스를 자주 받습니다. 어째서 다들 전화번호를 바꾸는지 몰랐어요. 그러다 제가 쓰던 빨간색 모토롤라 레이저의 액정이 장렬히 산화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15년 전쯤 용산 전자상가에서 90만원대─당시 정말 이 가격이었죠─의 커다란 휴대폰을 산 이후 도대체 이게 몇 번째인가 헤아리며 휴대폰 없이 하루도 살 수 없게 된 현대적인 삶을 한탄했지만, 아롱다롱 다종다기한 디자인들을 구경하는 건 즐거웠습니다. 휴대폰점에 가서야 각 이동통신사들이 모바일 인터넷과 영상통화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고 정체된 매출을 올리기 위해 큰 폭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말하자면 지금은 전화기 바꾸기 좋은 때인 것이죠.

새 휴대폰은 ‘블랙 컬러에 튼튼해 보이는 신상’이길 바랐어요. 그러니까 디자인만이 쇼핑의 기준이었죠. 전에 ‘초콜릿폰’디자인팀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더 이상 ‘폰’이란 건 소비자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로지 느낌이 중요하다.”

블랙을 선택한 건, 빨간색에 싫증이 나고 보니 역시 블랙이 트렌디하고, 어떤 차림과도 잘 어울리며 럭셔리한 컬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택한 폰이 ‘헵번폰’이란 애칭을 가진 ‘시크릿폰’입니다. 500만 화소에 모바일 인터넷, 지상파 DMB, 화상전화 기능에다 광고모델 오드리 헵번과는 어울리지 않는 터칭게임들까지 갖춰진 건 신상이니 당연하다는 생각이고, 제 마음에 들었던 건 블랙이 탄소섬유와 강화유리, 가죽 같은 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로 베리에이션됐다는 거였어요. 블랙 박스포장과 특이한 짜임의 블랙폰 주머니도 패션 아이템다웠고요.

그런데 전화를 사고 며칠 되지 않아 같은 모델의 보라색폰이 나왔어요. 블랙이 알고 보니 ‘깜장’이었다며 분개했죠. 이 보라색은 루비바이올렛이라니, 이름도 매혹적이죠. 게다가 모토롤라에서도 보라색 ‘페블’을 내놓고 대대적으로 프로모션을 하고 있습니다. 익숙한 버건디나 자줏빛이 아니라 푸른색과 분홍이 섞여 전자제품에선 거의 보기 어려웠던 진짜 보라색이죠.

“시크릿폰은 우리 회사가 초콜릿폰 다음으로 가장 기대하는 폰이에요. 페블폰도 모토롤라가 전략적으로 ‘미는’ 제품일 겁니다. 사실 아무 제품이나 보라를 입히진 않죠. 시크릿폰의 경우 오드리 헵번처럼 변함없는 아름다움, 영롱한 보석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보라를 썼어요.”(박승구 차장, LG전자 홍보팀)



과연 보라색은 아무에게나 어울리는 색이 아니에요. 카스트처럼 컬러로 등급을 나눠 마케팅을 하는 카드회사에서는 ‘퍼플카드’를 내놓고 이런 광고카피를 썼죠. ‘감히 나를’. 보라색이 왕이나 추기경 같은 높은 지위와 고귀함을 상징한다는 거죠. 그래서 우아함을 강조하려는 여성들은 보라색 옷을 입어요. 브루니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부인이 영국을 방문했을 때 입은 크리스찬 디오르의 보라색 코

보라색으로 바꿔주세요 - - :;
트, 영화배우 박진희 씨가 레드카펫에서 자주 선택하는 보라색 드레스는 블랙과 화이트 일색의 사람들 사이에선 단연 돋보이죠. 보라색은 여성스러우면서도 범접하기 어려운 아우라를 갖고 있으니까요. 동시에 보라는 가을의 ‘잇컬러’입니다. 예년에 어두운 자주보라가 많았다면 올 가을엔 밝은 보라색 아이템이 많이 나왔습니다. 휴대폰이든 립스틱이든 뭔가 보라색이 갖고 싶어요. 아, 예전의 볼썽사나웠던 보라색 서울 시내버스가 다시 등장하는 건 아니겠죠. 보라색이 어디에나 어울리진 않는다니까요.



주간동아 2008.10.21 657호 (p25~25)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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