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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편지

악글≒악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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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글≒악플

‘(이런 기사를 쓰는 기자는) 다시는 키보드 못 두들기게 손가락을 부××려야 한다.’

지난해 12월 초, 국내 의사 면허제도의 맹점을 지적하는 기획기사를 쓴 일이 있습니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이 기사에 대한 일부 의사들의 항의 전화와 e메일이 날아들었고, 이후 기사가 인터넷상에도 게재되자 저에 대한 인신공격의 댓글까지 난무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극언도 그중 일부입니다.

아직도 제 손가락은 여전히 키보드를 잘 두들기고 있지만, 당시엔 불쾌감을 넘어 악성 댓글을 단 이른바 ‘악플러’를 ‘응징’하고 싶다는, 지극히 인간적이고도 개인적인 분노도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실상 이런 일이야 기자생활 하다 보면 비일비재한 것이지요. 그래서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그 기사의 취재에 도움을 준, 평소 입바르기로 정평이 난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제게 이렇게 조언하더군요. “악플은 보지 않는 게 좋다. 나는 내 정신건강을 위해 댓글을 보지 않는다.”

아, 고(故) 최진실 씨가 자살하기 전에 이 같은 조언을 들을 기회가 혹 있었더라면 어땠을까요? 경찰이 충동적인 자살로 결론 내린 그의 죽음. 만일 그 자신을 겨냥한 악플에 연연하지 않았더라도 그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요?



그의 죽음 이후 사이버 모욕에 관한 법규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일명 ‘최진실법’ 제정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악플만이 문제의 다가 아닙니다. 일부 언론의 선정적 보도행태 역시 문제입니다. 최씨의 자살에 대한 보도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적지 않은 매체들이 자살 도구와 자살 방법 등을 상세히 묘사했습니다.

이 같은 과잉보도가 최씨의 사망 이후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모방 자살’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악플’에 결코 뒤지지 않는 공인된 ‘악글’입니다.

최씨가 공인인 만큼 그의 사망 소식을 알리는 건 당연히 언론의 할 일이라 봅니다. 하지만 그의 죽음 직후 이어진 모방 자살사건까지 굳이 보도할 필요성이 있을까요? 그것이 얼마나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의문입니다.

악글≒악플

편집장 김진수

전 세계 경제를 깊은 수렁에 빠뜨리고 있는 금융위기는 ‘백약이 무효’라는 탄식마저 나올 정도로 좀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에 따른 사람들의 공포도 커져만 갑니다. 이런 와중에서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지극히 이기적인 행태의 죽음에 대한 보도가 또다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입니다.

우울하신가요? 잠시 가을 햇살이라도 쬐는 건 어떨까요? 정신건강을 위해 ‘악플’과 ‘악글’ 따위는 저만치 던져버리시고요.



주간동아 2008.10.21 657호 (p10~10)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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