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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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를 기다리며…

  • 편집장 김진수

    입력2008-01-30 10: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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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화는 일평생 추워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

    이틀을 이어 내리는 눈발을 바라보다 이런 옛 시구가 떠올랐습니다. ‘매일생한 불매향(梅一生寒 不賣香).’ 조선 중기 학자 신흠(申欽)의 수필집 ‘야언(野言)’에 나오는 유명한 한시(漢詩)의 한 대목이지요. 오동나무로 만든 악기는 1000년을 묵어도 자기 곡조를 간직한다는 뜻의 ‘동천년로 항장곡(桐千年老 恒藏曲)’과 멋진 대구(對句)를 이루는 구절입니다.

    한국과 중국, 일본에 자생하는 매화의 종류는 다채롭습니다. 흰색 꽃이 피는 건 흰매화, 붉은 꽃이 피는 건 홍매화…. 이 매화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피는 곳은 제주입니다. 1월 중순이면 꽃을 피우는데, 올해는 제주 한림공원에서 지난해보다 열흘 정도나 빨랐다는 화신(花信)이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매화의 진정한 매력은 봄이 채 찾아오기 전, 아직 만물이 추위에 떨 즈음 백설(白雪) 속에서 뽐내는 고고한 자태 아닐까요. 그래서인지 사군자(四君子) 중 하나라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 매화는 예부터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꼽혔습니다. 꽃말 역시 ‘고격(高格)’ 혹은 ‘기품’입니다.

    매화를 이야기하는 건 추위나 눈 탓만은 아닙니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에서 ‘대통령의 사람들’에 대한 다면적 계층 분석을 시도한 까닭 중 하나가 매화의 그러한 자태가 그리웠기 때문이라고 할까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다니는 특정 교회의 신자 수가 ‘폭발적’으로 불어난 경사(?)를 실제 수치로 접하면서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의 귀결치곤 참으로 ‘이례적’이라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취재 여건상 거주지 확보가 불가능한 인물들이 적지 않아 당초 분석대상에 올렸던 ‘MB군단’ 핵심 멤버 153명 모두에 대한 전수조사 대신 107명의 분석에 머물긴 했지만, 2주를 꼬박 투자하는 노력을 기울여 계층 분석에 관한 ‘작품’을 일궈낸 취재팀에게 박수를 보낼까 합니다.

    사람들은 곧잘 관심이란 미명하에 남의 일에 끼어들곤 합니다. 그러나 이번 커버스토리는 ‘간섭’의 차원을 넘어 ‘감시’의 역할을 해야 할 언론으로서, 차기 정부의 갖가지 정책을 구상하고 이끌 핵심 인사들의 공통분모를 ‘발견’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기사에서도 밝혔듯, ‘지도층은 자신들이 속한 계층의 이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명제에 전적으로 동감하기 때문입니다.

    매화를 기다리며…
    ‘꽃멀미’를 할지언정 진한 매화 향기에 흠뻑 취해보고 싶다는 게 저만의 바람일까요? 따지고 보면 이 얼마나 줏대 없는 세상입니까? 한평생 춥게 살지라도 안락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초심(初心)을 매화 향기와 더불어 되새겨보는 건 어떨는지요? 이 당선인이 장로로 있는, “나라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교회”에서도 매화 향기 그득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편집장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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