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4

2007.02.27

“‘황칠공예’의 맥 대학생들에게 전합니다”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7-02-16 15:1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황칠공예’의 맥 대학생들에게 전합니다”
    전설 속에서만 존재하던 금빛 천연도료 ‘황칠’을 처음 발견한 날, 국내 유일의 황칠공예 장인인 구영국(47) 씨는 뛸 듯이 기뻤다. 황칠공예 작품, 아니 그 역사적 흔적만이라도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닌 지난 20여 년 세월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정말 보고 싶었죠.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당연하잖아요. 우리 선조들이 만든 황칠공예의 흔적이라도 찾았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최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경주의 황남동 신라제사 유적에서 발견한 흙그릇 속의 유기물 덩어리를 성분 분석한 결과 황칠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전남 해남에서 자라는 황칠나무와 성분이 똑같고, 해남과 완도산 황칠에만 들어 있다는 베타셀리넨 성분도 검출됐다. 중국에도 널리 알려진 황칠은 한반도 서남해안에서만 나는 신비의 물질이지만, 지금까지 몇몇 문헌에만 기록이 남아 있을 뿐 정작 국내에서는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었다. 당연히 황칠공예의 전수도 불가능했다.

    오랜 세월 맥이 끊긴 황칠공예의 불씨를 살린 사람이 바로 구씨다. 원래 나전칠기를 연구하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황칠을 접했고 이후 전남 해남의 해안가, 제주도 등을 돌아다니면서 황칠나무를 찾아냈다. 지방 어느 곳에 황칠공예품이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주저 없이 달려갔다. 그렇게 몇 년간 노력한 끝에 구씨는 황칠 수액을 정제해 다양한 색상이 나오도록 첨가제를 넣으며 농도를 맞추는 기술을 터득할 수 있었다. 한 번 칠하면 1000년 이상 은은한 금빛을 잃지 않는 천연도료 황칠의 맥을 다시 이은 것이다.

    “제주도, 남해안 지역에 두루 분포하고 있어요. 그런데 수는 얼마 안 되죠. 자생하는 나무를 찾아내고 수액을 채취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어디에 자생하는지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저만의 비밀입니다.”



    사라진 황칠의 역사를 잇는 작업에 평생을 바치고 싶다는 구씨는 올 봄학기부터 서울산업대 평생교육원에서 대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황칠공예 강의를 시작한다. 황칠공예를 널리 알리고 싶다는 그의 작은 소망 하나가 이뤄진 것. 구씨는 “우리나라의 전통기술임에도 일본에서 더 활발히 연구되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국내 어딘가에 분명히 남아 있을 황칠공예 유물을 찾아내는 것이 이제부터 제가 할 일이 아닌가 싶어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