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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의 깜짝 진화 “날 물로 보지 마”

해양심층수에서 빙하수, 화산암반수까지 ‘럭셔리 물’ 끊임없이 등장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생수의 깜짝 진화 “날 물로 보지 마”

생수의 깜짝 진화 “날 물로 보지 마”
물은 생명의 자궁이요, 우주의 수프다. 태초에 물이 있었으매 만물은 생겨날 수 있었다. 중세의 연금술사들에게 물은 만물의 원천인 동시에 극치[영혼이 다다르고자 하는 목적지인 금(金)]로 향하는 출발점이었다.

“미분화 상태에 있는 물의 원소를 보라! 금과 은, 그리고 금속, 바위, 루비, 홍옥, 수정이 어떻게 물로부터 비롯했는지를 보라!”(16세기 독일의 연금술사 파라켈수스)

연금술사의 목적지였던 진짜 황금, 그리고 검은색 금(원유)에 이어 푸른색 금(물)이 뜨고 있다. 물값은 휘발유값을 제치고 금값을 추격 중이다. 먹는 샘물, 정수, 하수처리, 물처리 기술 등 물 관련 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지 오래다.

“정수된 물(병에 든 물)값은 이미 가솔린보다 비싸고 원유에 맞먹고 있다.”(골드만삭스)

한국에 곧 들어올 미국 테네시산(産) 생수 ‘블링 H2O’의 가격은 평범한 생수의 70배(!)에 달하는 35달러(750㎖) 할리우드의 스캔들 메이커이자, 트렌드 세터인 페리스 힐튼이 ‘벌컥벌컥’ 들이켠다는 이 생수는 모던한 스와로브스키 스타일의 크리스털 병에 들어 있다.



미국산 생수 750ml에 35달러

블링 H2O 같은 ‘귀하신 물’의 면면은 봉이 김선달도 화들짝 놀랄 만큼 화려하다. 럭셔리를 표방하며 은물(은이 함유된 물)과 옥물(옥광산에서 채취한 물)이 태어났으며, 바닷물은 마실 수 없다는 태고의 진리를 깨고 환골탈태한 바닷물 생수도 있다.

스타일리시한 카페에선 벌써부터 ‘물 메뉴판’이 따로 등장했을 만큼 ‘물 건너온 물’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일부 호텔과 강남의 레스토랑은 유럽 스타일의 워터 바(Water Bar·다양한 물을 파는 곳)를 구비해 수입 생수를 종류별로 진열해놓았다.

빈부(貧富)에 따라 소비재가 차별화하는 시대, 생명의 원천인 물도 예외일 수 없다. 럭셔리한 물을 들이켜려면 ℓ당 적어도 3000원은 줘야 한다. 서울 강남의 G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시에나퓨어리’는 1병에 4800원(500㎖). 이 생수는 입자의 크기가 다른 물보다 작아 세포에 쉽게 침투하는 기능성 물이란다.

생수의 깜짝 진화 “날 물로 보지 마”
해양심층수로 만든 일본산 ‘뉴젠’과 ‘마린파워’는 2ℓ에 각각 9800원, 1만5000원에 판매된다. 마린파워는 타워팰리스(서울 강남구 도곡동) 슈퍼마켓에서 가장 잘 팔리는 외국산 물. 해양심층수는 수심 4000m 안팎의 깊은 바다에서 2000년 넘게 숙성된 지하수를 분출 지점에서 퍼올린 것이다.

“해양심층수의 미네랄 함유 비율은 자궁의 양수와 거의 비슷하다. 성인병 예방에 특히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먹는샘물 수입업체 C사 관계자)

마린파워나 뉴젠은 최고급 물의 세계에선 상대적으로 저가다. 일본 후지산 지하에서 추출한 바나듐을 곁들인 음료용 천연심층수는 2ℓ가 2만원에 육박한다. 핀란드의 동토에서 칼바람을 맞고 자란 자작나무 수액은 2ℓ에 7만6000원(!).

알프스 산맥에서 뽑아올린 ‘와일드알프베이비’(2ℓ에 1만2000원)는 ‘성인 음용 불가’를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운 아기 전용 물.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베이비워터는 부자들의 육아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오스트리아 쪽 알프스에서 나오는 ‘와일드아쿠아베이비워터’도 유아용인데, 이 생수는 아기 전용 물 가운데 가장 고가로 2ℓ를 기준으로 2만원에 달한다. 와일드아쿠아베이비워터는 빙하가 걸러낸 물에 미네랄, 칼슘, 불소가 적절하게 가미돼 물맛이 독특하다. 휘발유보다 7배 비싼 이 아기 전용 생수로 아이 얼굴을 씻기는 엄마도 적지 않다는 게 G백화점 관계자의 귀띔이다.

생수통에도 패션 입히는 시대

럭셔리 물은 크게 △빙하수 △해양심층수 △화산암반수 △탄산수로 나뉜다. 명품생수의 ‘고전’ 격인 에비앙이 대표적인 빙하수. 에비앙은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은 뒤 자연이 만든 정수기(빙하층)를 통과하면서 여과된 물로 330㎖ 750원, 500㎖ 1000원, 1.5ℓ 2000원에 팔린다.

빙하수는 칼슘 함량이 높아 물맛이 다소 텁텁하나 피부 미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프랑스의 셀레브리티들이 에비앙으로 목욕한다는 소식이 라인센스 잡지를 통해 전해지면서 한국에서도 상대적으로 저가인 이 생수로 세안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고 한다.

세계 3대 장수마을 중 하나인 에콰도르의 빌카밤바에서 채취한 ‘빌카구아’도 서울에서 인기가 높은 빙하수(ℓ당 1800원). 이 물은 노폐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주는 셀레늄과 망간을 다량 함유하고 있으며, 증류수의 사촌이라고 부를 만큼 입자가 깨끗하다고 한다.

화산암반수로는 일본의 ‘Dr. VANA(닥터바나)’가 가장 유명하다. 이 생수는 ‘신의 물방울’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데, 아토피성 피부염 개선 및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Dr. VANA의 판매가는 ℓ당 9000원 수준으로 럭셔리 물 가운데서도 비싼 편이다

한국산 화산암반수로는 제주삼다수가 유명하다. 청정지역이자 강수량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제주에서 뽑아올린 이 생수는 국내 유일의 화산암반수로, 빗물이 현무암을 통과하면서 여과돼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2ℓ에 700원.

생수의 깜짝 진화 “날 물로 보지 마”
서울에서 인기 있는 탄산수로는 청담동의 레스토랑에서 내놓는 이탈리아산 ‘산펠레그리노’(ℓ당 3200원)가 대표적이다. 할리우드 스타 린제이 로한이 “나의 불멸의 연인”이라고 부를 만큼 산펠레그리노는 감각적인 맛을 갖고 있다.

산펠레그리노보다 쏘는 맛이 강한 프랑스산 ‘주벙스’는 프랑스 발롱데보주 국립공원이 고향으로, ℓ당 8000원인 고가의 탄산수다. 한니발이 로마군을 무찌른 뒤 축배 때 사용했다는 ‘페리에’(ℓ당 4500원)는 이산화탄소 함유량까지 엄격히 조절해서 만든 럭셔리 생수다.

루이뷔통, 페라가모, 구찌의 경쟁을 연상케 할 만큼 최근엔 물 시장도 패션(Fassion)에 따라 좌우된다. ‘CSI’ ‘섹스 앤 더 시티’ 등 미국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한 피지생수는 한국에서도 ‘Fㅣㄹ 충만한’ 트렌드세터들의 필수품이 되었다.

생수통이 패션 아이템의 하나로 대접받으면서 질보다 이미지가 판매량을 결정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마이크로 필터링을 거친 지하암반수로 만든 웰빙 얼음을 출시한 P사 관계자는 “맛이나 질보다는 브랜드 이미지와 포장술이 시장에서의 성패를 결정짓고 있다”고 귀띔했다.

물의 진화는 극치로 치닫고 있다고 할 만큼 숨가쁘다. 3000억원대 시장을 놓고 수입산 물과 다툼을 벌이는 한국 업체들도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청와대에서 배달시켜 먹었다는 약산샘물은 ℓ당 1150원으로, 고가의 외국산 물보다 저렴하지만 명품으로 불린다.

강원 홍천군 화촌면 굴운리 약물산[공작산(孔雀山)의 산봉우리로 ‘약수봉(藥水峰)’이라고도 불린다]에서 나는 이 물은 수백년 전부터 아픈 사람들에게 권해졌다고 한다. 게르마늄이 풍부한 약산샘물이 바로 이 ‘약수 나오는 산(약물산)’에서 채취한 생수.

팔자 좋은 강아지를 위한 ‘개 전용 생수’가 출시되는가 하면 마시는 용도뿐 아니라 뿌리는 것으로 각광받는 물도 있다. 진화를 거듭해온 물이 마침내 몸에 뿌리는 형태로도 발전한 것. ‘왕가의 샘물’로 불리는 ‘버티 샙’을 여성의 얼굴에 뿌리면 피부 보습력이 눈에 띄게 좋아진다고 한다.

수입 생수 침공에 토종 생수들 혁신 맞대응

유엔인구기금(UNPFA)에 따르면 물 소비가 현재 수준으로 이어지면 2025년엔 전 세계 인구 79억명 가운데 50억명이 깨끗한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살게 된다(한국도 물 부족 예상 국가다!). GE,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물 시장에 뛰어드는 데서 미뤄볼 수 있듯 물이 석유 못지않은 고부가가치 산업이 될 수 있는 것.

전문가들은 물 전쟁이 2050년께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안전한 물의 절대량이 부족해지면 ‘빈자의 물’과 ‘부자의 물’이 또렷하게 나뉠지도 모를 일이다. 기기묘묘한 물의 진화는 생명의 자궁이요, 우주의 수프가 더 이상 평등하게 나뉘지 않으리라는 점을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물 맛있게 먹는 법
。얼음물에는 레몬 조각을 얼음이 녹으면서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데 레몬이 이 냄새를 없앤다. 또 고기나 아이스크림 등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은 뒤에도 레몬 넣은 물을 마시면 비릿한 느낌이 사라진다. 허브나 오렌지, 라임을 넣어도 상큼하다.

。커피가루로 물을 깨끗하게 커피가루를 물 색깔이 약간 변할 정도로만 넣으면 물을 깨끗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고 향도 좋다.

。생수는 뚜껑을 연 뒤에는 냉장 보관을 생수는 10℃ 이하로 차게 해서 마셔야 가장 맛있고, 물에 녹아 있는 미네랄이나 탄산도 유지된다. 개봉 후 24시간 안에 마시는 게 좋다.

。생수 병은 입으로 마시지 않는다 생수 병에 입을 대고 마시면 입에 닿는 부위에 세균이 번식할 수 있다.

(자료: 동아일보)




주간동아 574호 (p96~98)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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