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3

2006.12.05

위대한 어머니의 힘

피겨 요정 김연아 만들기 ‘1인 4역’

  • 김성규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kimsk@donga.com

    입력2006-11-30 18:0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피겨스케이팅 요정’ 김연아(16·경기 군포시 수리고)가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시니어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서 우승하며 또 한 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와 함께 하루 24시간 김연아와 같이 생활한다는 어머니 박미희(48) 씨도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 스포츠계에선 유독 성공한 선수 뒤에 부모가 있는 경우가 많다. 부모의 ‘올인’ 없이 선수로 성공하기 어려운 국내 엘리트 스포츠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박씨의 존재는 신선하다. 프로골프의 박세리, 농구의 서장훈처럼 선수의 아버지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은 많았지만 어머니가 전면에 부각된 적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김연아가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2004년 9월부터 취재해오며 알게 된 박씨의 역할은 일반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김연아의 아버지 김현석(49) 씨에 따르면 박씨는 엄마이자 코치, 트레이너면서 매니저까지 1인 4역을 하고 있다.

    박씨는 딸을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길로 이끌기 전엔 평범한 주부였다. 하지만 이제 ‘피겨 전문가’의 경지에 올랐다. 스케이트 기술 중 가장 복잡하고 어렵다는 점프기술의 지상 훈련을 맡아 가르치고 있을 정도다.



    “6, 7년 지켜봤더니 어느 순간 피겨스케이팅의 모든 것이 이해됐다. 이제 한 동작만 보고도 문제점을 짚어낼 정도다.”

    박씨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김연아의 집에는 박씨가 ‘피겨 공부’를 위해 녹화한 내로라하는 선수들의 대회 모습 테이프가 수십 개 보관돼 있다.

    피겨 강국 일본은 어떤가. 일본스케이트연맹(JSF)은 1994년부터 8~12세 선수 중 피겨 유망주 100여 명을 뽑아 세계 최고 수준의 코치와 안무가를 붙여주고 해외 훈련을 지원해가며 선수를 키웠다. ‘얼음 태풍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의 1기생인 아라카와 시즈카(25)는 2006토리노올림픽에서 동양인 최초로 금메달을 땄으며, 시니어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서 김연아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안도 미키(19)도 이 프로그램의 수혜자다.

    JSF가 하고 있는 일을 한국에선 박씨 혼자 하다시피 해온 것이다. 그렇게 키운 김연아가 당당히 국제무대에서 일본 선수들을 꺾고 있다. 한국 어머니의 힘은 참 대단하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