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3

2006.12.05

배용준과 이병헌, 닮은 듯 다른 한류 행보

  •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socio94@cbs.co.kr

    입력2006-11-30 17: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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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용준과 이병헌, 닮은 듯 다른 한류 행보
    배용준과 이병헌은 아시아 최대 시장인 일본과 동남아에서 인정받고 있는 한류의 양대 산맥이다. 이름에도 극존칭인 ‘사마’가 붙었다. 원조 한류스타랄 수 있는 배용준은 ‘겨울연가’ 드라마 하나로 명실상부한 ‘사마’의 반열에 올랐다. 일본인이 해외 스타 중 ‘사마’라는 칭호를 붙여준 사람은 축구황제 ‘베컴’ 말고는 ‘욘사마’가 유일했다. 여기에 이병헌이 도전장을 냈고 2년 전부터 ‘뵨사마’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그러나 배용준에게는 아쉬운 점이 있다. 그에 대한 국내 팬과 해외 팬의 평가 사이에 극심한 온도차가 있기 때문. 반면 이병헌은 온도차가 없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먼저 배용준을 살펴보자. 그는 ‘겨울연가’ 이후 국내에서 이렇다 할 작품활동이 없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일본에서의 그의 인기는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그가 지난해 연 사진전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성공했고, 20만원을 호가하는 사진집은 삽시간에 팔려나갔다. 매출액은 200억원에 달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그의 사진집이 별 반응을 얻지 못했다.

    지난해 추석 무렵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작품 ‘외출’이 촬영되는 과정도 해외에서 더 화제가 됐다. 촬영지인 강원도 삼척은 일본인들의 관광명소가 됐고, 한 무리의 일본 팬은 택시를 전세내 삼척에서 포항 일대까지 쫓아가는 해프닝을 벌여 뉴스로 소개되기도 했다.

    ‘욘사마 팬들을 위한 기획영화’라는 평가를 받은 ‘외출’은 일본 개봉에서 한국영화 일본 내 개봉 역대 랭킹 3위 안에 드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흥행에 참패했다. 배용준에 대한 한국과 일본 팬들의 온도차가 심하다는 지적은 그래서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러나 이병헌은 달랐다. 욘사마가 차기작 선정과 촬영에 주춤거리는 사이 이병헌은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며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여 인기를 이어갔다. 배용준보다 훨씬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면서 국내와 일본 등 해외에서 고르게 인정받았다.

    지난 5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이병헌의 팬미팅에는 4만2000명의 팬이 운집해 한결같은 사랑을 보여줬다. 이병헌의 신작 ‘그해 여름’ 촬영지인 전남 순천 시골 마을에도 일본 아주머니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왔다. 그의 영화 시사회 표를 구하기 위한 쟁탈전도 벌어졌다. ‘외출’과 마찬가지로 ‘그해 여름’도 일본에 400만 달러에 팔려 수익 면에서도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병헌은 “일본 공항에 내려보면 실감한다. 내가 잘해야겠구나 하는 무거운 책임감이 절로 든다”고 했다.

    일본 팬의 반응만 놓고 보면 그의 인기는 배용준과 닮았다. 그러나 두 배우에 대한 국내의 반응은 아주 다르다. 특히 충무로와 방송가에서는 “배우로서의 존재감이 더 묵직하다”며 이병헌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이병헌이)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고른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많은 전문가들은 두 사람을 비교할 때 “국내에서 올바른 평가를 받지 않고는 결코 해외에서 오랫동안 사랑받기 힘들다”는 한류 10년이 가르쳐준 진리를 거론한다. 이들 대부분은 “국내 흥행이 부실한 드라마와 작품은 해외에서도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며 배용준보다는 이병헌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한류스타 이병헌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어렵게 작품을 고르고 해외를 겨냥하기보다는 완성도 높은 작품에 매진해왔다. 이병헌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지금 제가 받고 있는 모든 사랑은 결국 연기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요. 그렇다면 제가 가장 열심히 해야 할 일은 연기죠. 그게 정답일 것 같네요”라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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