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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사회학

노마드 시대의 여행 코드 ‘특별한 체험&휴식’

  •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장

노마드 시대의 여행 코드 ‘특별한 체험&휴식’

노마드 시대의 여행 코드 ‘특별한 체험&휴식’
1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최장의 황금연휴(9일)가 코앞이다. 명절이 여행업계의 대목으로 떠오른 지는 이미 오래지만, 드물게 긴 추석연휴에 맞춰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폭증하면서 ‘10월 출국대란’이 예고되고 있다.

사실 연휴에 상관없이 해외여행자 수는 증가일로에 있다. 2003년 709만명, 2004년 883만명, 2005년 1008만명이 국경을 넘었다.

8월15일 산업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해외여행객이 전년 동기 대비 13.6% 증가한 543만여 명, 해외여행 및 유학 비용은 17.2% 늘어난 84억3000만 달러였다. 이를 상반기 무역수지와 비교해 환산해보면 100원 벌어 66원을 해외에서 쓴 셈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외여행이나 유학, 연수를 규제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지 이제 17년, 작은 반도국가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넓은 세상을 만나고 배워야 한다. 따라서 최선의 해결책은 나가는 사람만큼 들어오는 사람도 늘어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일 터. 그러자면 여행자들의 수요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트렌드’라는 관점에서 읽어볼 필요가 있다.

여행자의 세계적인 증가 현상은 ‘노마디즘(nomadism)’이라는 메가트렌드의 산물이다. 노마디즘이란 현대인의 이동성향, 혹은 유목민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일컫는 말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와 삶을 추구하는 노마드 정신이 디지털 문명 및 이동수단의 발전과 결합하면서 21세기 인류는 정착하지 않고 떠돌아다니는 유목민이 되고 있다.



새로운 곳에서 이것저것 많이 보고 오는 여행은 ‘옛말’

이러한 노마드의 증가는 자연히 관광산업의 성장을 불러왔다. WTO(국제관광기구)에 따르면 세계 관광산업은 연평균 4.1%씩 성장하고 있으며, 2008년에는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20%를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삼성경제연구소도 관광을 석유, 자동차와 더불어 세계 3대 산업으로 꼽으면서 관광산업이 세계무역 거래량의 8%, 서비스 수출의 25%를 차지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양적 성장과 함께 여행의 질적인 면도 변화하고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그중 결정적인 것은 여행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가 ‘새로운 곳을 방문해 이것저것 많이 보고 오기’에서 ‘이색체험과 머물러 쉬기’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예를 보자.

충남 태안의 볏가리마을은 주민 100명 남짓한 바닷가 마을이다. 그러나 이곳 민박집을 찾는 사람들이 매년 1만여 명에 이르고, 호당 농외소득이 4년 만에 15배 증가했을 만큼 인기 여행지로 떠올랐다. 비결은 맑은 공기와 갯벌이 함께하는 자연환경, 염전과 사구(砂丘)지대 같은 볼거리, 그리고 직접 굴을 캐 구워먹거나 오리농법으로 경작하는 논에 오리를 방사하는 일 같은 이색체험을 제공한 데 있었다.

일본 남부 오이타 현의 유후인은 또 어떤가. 유후다케산에 둘러싸인 아늑한 분지로 아침이면 긴린코 호수에서 피어난 안개가 마을을 감싸고, 아담한 길을 따라 100여 개의 미술관과 독창적인 콘셉트의 가게들, 그리고 온천과 전통 료칸이 사람들을 맞이하는 곳이다.

“낮은 건물과 가게들, 그리고 그곳에 진열된 아기자기한 물건들, 단풍으로 곱게 물든 나무와 그 아래 벤치,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날리며 지나가는 자동차들까지, 동화적 상상력으로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마을인 것만 같다.”(신기숙 씨의 여행기 중에서)

우리나라의 군 크기밖에 안 되는 이 마을이 연간 40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까닭을 짐작케 하는 글이다. 더구나 유후인의 성공이 시가이어 테마파크나 하우스텐보스 등의 테마파크들이 줄도산의 운명을 맞는 동안 이루어진 일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 마을에서 공통으로 읽을 수 있는 코드는 ‘이색체험’과 ‘머물러 쉬기’로 요약된다. 대형 테마파크처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금,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체험과 휴식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노마드들이 원하는 여행의 코드인 것이다.



주간동아 555호 (p186~186)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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