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5

2006.10.10

박중훈, 사진기자들과 무슨 앙금 있었기에…

  •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 socio94@cbs.co.kr

    입력2006-10-09 1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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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중훈, 사진기자들과 무슨 앙금 있었기에…
    “저는 사진기자와 친합니다. 저는 사진기자들을 제일 좋아합니다. 아 글쎄, 전 사진기자들을 사랑한다니까요. 하하하.”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로 자리잡은 21년 연기 관록의 박중훈(40)이 최근 사진기자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공개적으로 표현했다.

    ‘왕의 남자’를 연출해 한국 영화 흥행 신기록을 세웠던 이준익 감독의 신작 ‘라디오 스타’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사진촬영에 응하던 주인공 박중훈은 여느 때보다 환하게 웃으며 사진기자들을 향해 이같이 친밀감을 표했다. 그렇다면 이날 유독 사진기자들을 향해 구애(?)의 발언을 한 것은 20년 넘게 배우 생활을 하면서 늘 현장에서 함께해온 사진기자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 데 대한 감사의 표현이었을까?

    사진기자들과 영화 관계자들은 모두 박중훈의 말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표현은 안 하지만 서로 간에 해원(?)이 있었음을 알기 때문이다.

    박중훈이 사진기자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보인 데는 사연이 있다.



    박중훈의 최근 작인 ‘강적’ 시사회가 열린 때는 6월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시사회 직후 이뤄진 기자간담회에서 해프닝이 하나 일어났다. 영화 홍보를 담당하는 전문 대행사의 행사진행 미숙으로 사진기자들이 배우들 사진을 찍는 데 혼선이 빚어진 것.

    “양아치도 아니고 당신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박중훈은 무대에서 분위기를 험악하게 이끌어가는 모 사진기자에게 “당신은 어디 소속입니까?”라고 반복해 물으면서 격한 표현을 쏟아놓으며 흥분하기도 했다. 사진기자들이 한국 영화 속에 흔히 등장하는 조폭도 아닌 별 볼일 없는 양아치로 전락하는 순간. 이후 사진기자들이 취재 현장에서 철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기자간담회장은 썰렁해졌고,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배우와 이를 지켜보던 취재진 사이에 어색한 냉기류가 흐른 채 행사는 유야무야 끝나버렸다. 간담회가 끝난 직후 박중훈은 자리를 옮겨 사진기자들과 대화하면서 오해를 풀었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배우 생활하면서 좀처럼 ‘화내는 법이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부드럽고 유머러스한 베테랑 배우 박중훈이 이날 보여준 행동은 그를 아는 영화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영화인들은 대체로 ‘오죽했으면…’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으로는 영화의 연이은 흥행 실패가 배우에게 조바심을 갖게 만든 것은 아닌가라는 관측도 나왔다.

    박중훈이 그 후 무대 위에 다시 선 게 바로 안성기와 함께한 신작 ‘라디오 스타’ 제작보고회장이었다. 박중훈은 예의 그 환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그러고는 카메라를 향해 한마디를 꺼냈다. “저는 사진기자들을 사랑합니다”라고. 박중훈은 최근 인터뷰용 사진 촬영을 할 때마다 이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사진기자들과의 관계 재정립을 시도하고 있다.

    ‘라디오 스타’는 20년 동고동락한 철부지 가수 최곤(박중훈 분)과 매니저(안성기 분)의 가족보다 더 깊은 정(情)을 다룬다. 겉으로는 웃으면서도 속으론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애잔함을 주는 영화다.

    박중훈은 어느 때보다 신이 나 있다. ‘황산벌’ 이후 출연한 영화마다 흥행에 실패하면서 “이제 한물간 거 아니냐”는 평을 듣기도 했지만 이번 신작은 ‘하고 싶었고, 잘할 수 있었고, 잘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어’ 행복함이 충만해 있기 때문이다. 박중훈은 “그동안 제가 팬들로부터 받아온 사랑에 대한 보답과도 같은 영화”라며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인간의 ‘소통’과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중훈은 자신의 삶(연기 인생)의 현장에서 늘 함께하는 중요한 일부분인 사진기자들과 진심이 통하기를 희망했다. ‘라디오 스타’가 말하고자 하는 ‘관계’와 ‘회복’, 그리고 ‘진정성’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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