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5

2006.10.10

다인종 다종교, 열린 생각과 만남

  • 김준기 미술평론가 www.gimjungi.net

    입력2006-10-09 11: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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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인종 다종교, 열린 생각과 만남

    ‘Cosmic Orphans’, 스리 크리스티난 사원에 전시

    ‘믿음(Belief)’. 2006 싱가포르 비엔날레의 주제다. 신생 미술축제인 싱가포르 비엔날레에는 38개국 95명 작가들의 작품 198점이 출품됐다. 흥미로운 것은 작품들이 19개의 장소에 분산되어 전시됐다는 점이다. 12월에 공식 개관을 앞두고 있는 싱가포르 박물관에서는 10여 점의 대형 작품들이 깔끔하고 스펙터클하게 선보였다. 한국의 전준호를 비롯해 29인의 작가가 참여한 시청 전시장도 있다. 오래된 군인 병원인 탕린 캠프에서는 40여 명의 작가들이 영상, 설치, 회화, 조각 등 다양한 작품을 출품했다. 하지만 이들 거대 전시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10여 개의 군소 전시 현장들(venues).

    이는 박물관 앞의 싱가포르 경영대학, 건너편의 싱가포르 미술관을 비롯한 여타 전시장과 이례적으로 보인 ‘믿음’이라는 주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종교사원에서의 전시다. 비엔날레에서는 2~3개의 거대한 전시장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배치가 가능했던 이유는 싱가포르라는 도시의 특성과 주제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유명한 다인종 도시국가다. 화교 출신들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그외 아시아의 모든 인종들이 모여 산다. 그렇다 보니 주류문화라고 할 것 없이 이런저런 문화가 뒤섞여 있다. 종교가 다양한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종교로 인해 갈등을 겪는 인접 국가들과 비교해봤을 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작품 전시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이들 사원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나란히 서 있는 싱가포르의 독특한 문화다. 가톨릭, 유대교, 인도에서 온 스리 크리스티난,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독특한 제례가 열리는 종교사원에서 예술을 찾아보는 일 자체가 매우 극적인 예술적 현상으로 읽힌다. 이 전시는 도시를 종교라는 주제를 가지고 다시 둘러보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여타 비엔날레들보다 훨씬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는 행사다. 일각에서는 스펙터클의 부재, IMF 정상회의로 인한 시청 전시장의 일시적 폐쇄 등 몇 가지 오류를 들어 저평가하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도시의 특성에 맞는 좋은 주제와 장소 선정에도 아쉬움이 남는데, 가장 큰 것은 이러한 탁월한 문화현상들을 무대로 펼치는 미술행위가 삶의 현장으로 스며들기보다는 일시적으로 과시적인 공공성을 보이려는 20세기 미술의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9월4일~11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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