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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新행복론’, 대안적 삶을 찾아서

낯선 이방인의 삶 그대는 반성하고 있는가

자연과 타인, 나 자신에서 소외된 일상 … 기득권 포기 철저한 준비와 고민 필요

  • 이찬훈 인제대 교수·철학 bulidang@naver.com

낯선 이방인의 삶 그대는 반성하고 있는가

낯선 이방인의 삶 그대는 반성하고 있는가

분주하게 내딛는 출근길의 행렬들. 그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머지않아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선물 꾸러미를 들고 꿈에 그리던 고향으로 향할 것이다. 해마다 이맘때쯤 전 국토의 도로를 가득 메우며 고향을 찾는 이 엄청난 행렬의 의미는 무엇인가. 단순하게 본다면 그것은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우리 전통의 관성일 수 있다.

그러나 농경생활과는 너무도 다른 삶을 살아가는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그러한 전통을 지키도록 만드는 힘은 무엇인가. 어쩌면 그것은 잃어버린 고향과 아름다운 삶에 대한 원초적 그리움이자, 잠시나마 그것을 되찾고자 하는 열망인지도 모른다.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 낯선 타향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은 언제나 자신을 감싸주던 어머니 품속 같은 고향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꿈을 버리지 못한다. 그런데 그런 이방인들이 다름 아닌 도시 산업문명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이다.

대안적 삶이란 무엇일까. 낯선 땅에서 방황하는 쓸쓸한 삶에서 벗어나 잃어버린 고향을 되찾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한 삶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가 되돌아가길 꿈꾸는 고향은 어디인가? 대안적 삶을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잃어버린 고향, 우리가 되돌아가려는 고향이 어떤 존재인지를 규정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오늘날 우리네 삶이 어떠한 의미에서 고향을 상실한 이방인의 삶이라고 할 수 있는지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연후에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청산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고향에서 살아가는 삶을 되찾는 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고향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열망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낯선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근원적인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이다. 자연과 타인, 그리고 나 자신이다. 이 세 가지로부터 소외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어디에서건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안적 삶에 대한 우리의 꿈을 실현하는 길은 이 세 가지와 우리가 다시 합쳐지는 것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연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를 낳고 길러주는 영원한 생명의 근원이며, 모든 생명체가 의지하고 돌아가 쉬는 안식처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그런 자연으로부터 너무나 멀어져버렸다. 근대 이후 인류는 자연을 자신의 물질적 욕망 충족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하면서 함부로 착취하고 파괴해왔다. 그리고 자연을 파괴한 자리에 고립된 인공적인 문명의 성채를 쌓았다.

낯선 이방인의 삶 그대는 반성하고 있는가

대안적 삶이란 땀 흘린 농부가 거두는 풍성한 수확처럼 준비하고 노력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과실이다.

하지만 영원할 것처럼 견고해 보이던 그 성채는 곧 무너지기 시작했다. 밖으로는 파괴된 자연 생태계의 반격으로, 안으로는 생명 없는 도시문명의 삭막함을 견딜 수 없게 된 주민들의 반란으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생명을 가진 자연의 일부인 우리가 다른 생명들과 분리된 채 고립적으로 살아서는 결코 행복할 수 없음을, 아니 그렇게는 끝내 살아갈 수조차 없음을 이제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 속의 뭇 생명체들이 그러하듯, 우리도 자연 속에서는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자연의 순환 속에서 자족할 줄 알고 서로 나눌 줄 알던 우리의 삶은, 앞다퉈 물질적 재화를 차지하려는 경쟁사회 속에서 서로 싸워 이기려는 비정한 전쟁터로 내몰리고 말았다. 이러한 무한경쟁 사회에서 타인은 사랑하고 의지하며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이웃이 아니다. 어떻게 해서든 이겨야 할 경쟁 상대다.

그러나 경쟁과 승리, 정복과 지배의 논리가 판치는 전쟁터에서 사람은 행복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살벌한 생존경쟁에 지친 현대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경쟁 상대가 아니라 다정한 이웃이 되는 진정한 공동체를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는 사람은 끊임없이 타인에게 신경을 쓴다.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그들이 그것을 어떻게 얻으려고 하는지를 잘 알아야만 내가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추구하는 돈과 권력, 그리고 그것들을 얻을 수 있는 지위 같은 것을 남보다 먼저 차지하기 위해 내달린다. 그러다 보면 나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지금 내가 추구하고 있는 것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지를 알지도 못한 채 남들이 달려가는 방향으로 더 빨리 달리기 위해 기를 쓸 뿐이다.

반면 자기의식을 가진 인간은 결코 그와 같은 맹목적인 생활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없다. 남들과 휩쓸려 살아가다가도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내가 가는 방향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 하는 의문이 문득 자신을 엄습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계기를 통해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된 현재의 삶을 반성하고,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대안적 삶이란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 자연과 타인과 나 자신으로부터 소외된 삶과는 다른 삶,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삶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아무리 달라 보여도 진정한 대안적 삶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자연을 지배의 대상으로 삼아 정복하고 우리로부터 분리시켜 온 삶으로부터 우리 생명의 근원이자 안식처인 자연을 되살려 함께할 수 있는 삶으로, 경쟁 상대로서 타인을 누르고 지배하려는 삶에서 정다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으로, 그리고 타인들에게 휩쓸려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삶에서 자신에 대한 진지한 반성에 따르는 주체적인 삶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대안적 삶은 가능해진다.

자연 속에서 인간다운 삶, 꿈꾸는 자의 몫

대안적 삶은 현재의 ‘주류적’ 삶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추구해온 것을 버리고, 현재 내가 차지하고 있는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섣불리 덤벼들다가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던 삶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바람직하지 못한 삶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대안적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와 가치, 그것을 추구하면서 살아갈 때 부딪치게 될 문제와 어려움,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한 철저한 숙고와 준비가 필요하다.

대안적 삶은 결국 꿈꾸는 자의 것이다. 꿈꾸지 않는 자는 실현시킬 미래가 없다. 땀 흘린 농부만이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거두듯, 철저히 준비하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끝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 자연의 품속에서 이웃과 더불어 사는 대안적 삶의 꿈, 그 아름다운 꿈을 매일같이 꿀 일이다.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라도 착실히 해나갈 일이다.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꾸는 대안적 삶에 대한 필자의 꿈, 그 꿈은 언제나 이뤄지려나? 아직은 아득하기만 하다.



주간동아 555호 (p102~104)

이찬훈 인제대 교수·철학 bulid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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