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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충 봐주기? … 이건 아니잖아

한나라당 윤리위 ‘사고’친 의원들 북적 … 솜방망이 처벌 예사 도덕 불감증 악순환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또 대충 봐주기? … 이건 아니잖아

또 대충 봐주기? … 이건 아니잖아

피감기관의 골프장에서 골프를 쳐 물의를 일으킨 한나라당 공성진, 송영선(오른쪽) 의원이 9월 14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가 ‘사고’를 친 문제 의원들로 붐빈다. 최연희, 박계동, 정진섭 의원을 비롯해 홍문종 전 의원 등 각양각색의 ‘사고’를 친 의원들이 윤리위에 회부됐거나 징계를 받은 경험이 있다. 윤리위는 9월14일 김학송, 공성진, 송영선 의원 등 새 손님을 맞았다. 평일에 피감기관의 시설에서 골프를 쳐 물의를 일으킨 인사들이다. ‘바다이야기’ 관련 게임업체의 도움을 받아 외유에 나섰던 박형준 의원도 윤리위의 조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윤리위는 위원장을 비롯, 윤리관과 윤리위원 등 15명 내외의 위원들로 구성된다. 윤리위원들은 동료 의원을 상대로 벌이는 조사활동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당내 유력 정치인이 윤리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해명과 배려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인지 윤리위 징계는 솜방망이 처벌이 다반사다. 그렇다 보니 의원들도 윤리위를 겁내지 않는다. 이는 다시 소속 의원들의 도덕적 불감증을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5·31 지방선거를 20여 일 앞둔 5월9일 윤리위는 술집 동영상 파문을 일으킨 박계동 의원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다. 경고는 윤리위가 내릴 수 있는 4단계 징계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 당시 위원들은 “박 의원의 동영상 공개 배경에 공작 냄새가 난다”며 동정론을 폈다. 박 의원은 이날 윤리위에 출석하지 않은 채 전화통화만으로 당시의 상황을 진술했다.

2006년 2월 최연희 전 사무총장의 여기자 성추행 파문과 관련해 윤리위가 한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2월27일 윤리위 회의를 열어 최 전 총장의 탈당서를 접수한 일이고, 다른 하나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최 의원을 제소한 일이다. 윤리위가 이 두 가지 일을 수행하던 당시 당 밖에서는 최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정계은퇴, 형사처분 등 중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그러나 최 의원이 버티기로 일관하자 윤리위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동료 의원 조사 부담 위원장직 공석

당내에서는 윤리위의 기능을 보강, 실질적인 처벌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래야 소속 의원들이 윤리위를 의식하고 언행에 유의할 것이란 지적이다. 반면, 현재의 윤리위 규정을 적용해 소속 의원들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8월 수해지역인 강원랜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홍문종 전 의원(경기도당위원장)은 윤리위로부터 제명을 당했다. 그와 골프를 친 사람들도 1년간 당원 자격정지 등의 중징계를 받았다. 각 지역 당원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그들이 1년 동안 자리를 비우면 그 자리는 새 주인 차지가 된다. 당원 자격정지는 정치적 생명이 끝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에게 정치적 사망선고를 내린 사람은 이해봉 전 윤리위원장이다. 그러나 이 전 위원장은 중징계를 내린 후 심한 후유증을 앓았다.

“개인적으로 홍 전 의원과 친하다. 그를 징계하고 난 뒤 미안한 마음에 지금까지 전화 한 통 하지 못했다. 주변에서 동료를 왜 그렇게 심하게 징계했느냐고 물을 것 같아서 지금도 고개를 들지 못한다.”

이런 부담감 때문에 이 위원장은 홍 전 의원의 징계 결정 직후 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이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직은 공석으로 남아 있다.

위원장이 없는 한나라당 윤리위는 조만간 김학송, 공성진, 송영선 의원의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 위원장이 외풍을 막아도 솜방망이 처벌이 예사인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는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이를 우려한 듯 9월14일 당사무처 노동조합이 ‘1년간 당원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윤리위원들은 이들의 요구에 멈칫하는 표정이다. ‘뭘 해도 잘되는(?)’ 한나라당이 과연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교훈을 실천할 수 있을까.



주간동아 554호 (p15~15)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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