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2

2006.09.12

선과 악, 인간 본성론

  • 입력2006-09-11 13: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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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 고자(告子) 말하기를, “성품은 웅덩이에 고인 물과 같아서 동쪽으로 터놓으면 동쪽으로 흐르고, 서쪽으로 터놓으면 서쪽으로 흐를 것이니, 사람의 성품이 착하냐 그렇지 않으냐를 구분할 수 없는 것은 마치 물의 동서(東西)를 구분할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에 맹자(孟子) 말하기를, “물은 진실로 동서를 구분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위와 아래의 구분도 없는가? 사람의 성품이 착하다는 것은 물이 아래로 흐름과 같으니, 착하지 않은 사람도 없고 아래로 흐르지 않는 물도 없는 것이다. 이제 물을 쳐 올리면 머리 위로 튈 수도 있고, 물길을 막아 거스르게 하면 산 위로 올라갈 수도 있지만, 이것이 어찌 물의 본성이겠는가? 그 형세에 따라 그렇게 된 것이다. 사람이 때로 나쁘게 될지라도 그 성품은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다.”

    [나] 소크라테스 : 자네 말은 이런 것이지. 재산, 권력, 건강, 영예 그리고 용기를 가진 사람이 행복하다고.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무엇보다도 자기가 가지고 있는 이런 것들이 유용하게 쓰일 때 그 사람이 행복하지 않을까?

    제자 : 그것도 그렇군요.

    소크라테스 : 그렇다면 만약 어떤 사람이 이와 같이 유용한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쓰지 않는다면, 과연 그것을 유용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제자 : 아니요, 아무 소용도 없겠지요.



    소크라테스 : 그러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지. 사람은 유용한 것을 가지는 데 그치지 말고, 그것을 사용해야만 한다고.

    제자 : 그렇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소크라테스 : 그러나 그저 사용하면 되는 것은 아니지. 올바른 사용법과 그릇된 사용법이 있을 테니까. 만약 목수가 연장을 잘못 쓴다면 재료를 버리게 되니 쓰지 않는 것보다 더 나쁜 게 아닌가?

    제자 : 그러면 목수가 연장을 올바로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소크라테스 : 목수가 톱이나 도끼를 올바로 사용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악사가 연주를 잘하고, 조각가가 조각을 잘하는 데는 무엇이 필요할까? 자기 일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 아닐까?

    제자 : 바로 그렇군요. 옳은 말씀입니다.

    소크라테스 : 그렇다면 먼저 말한 재산이라든가 권력, 건강, 영예, 용기 따위도 그것이 있기만 해서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참된 지식에 의해 올바르게 사용되어야만 선한 것이며, 만약 그것을 무지(無知)가 지배한다면 오히려 나쁘지 않겠는가? (2001년 수능)

    [다] 루소의 사상은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는 선하고 자유롭고 행복했으나, 사회와 문명이 들어서면서 악해지고 자유를 상실하고 불행해졌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는 ‘에밀’의 첫머리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세상 만물은 조물주의 손에서 나올 때는 선하지만, 인간의 손에 와서 타락한다. 인간은 어떤 땅에다 다른 땅에서 나는 산물을 재배하려 드는가 하면, 어떤 나무에 다른 나무의 열매를 열리게 하려고 애를 쓴다. 인간은 기후·환경·계절을 뒤섞어놓기도 한다. 무엇 하나 자연이 만들어놓은 상태 그대로 두지 않는다.

    루소에 의하면,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필요한 만큼의 욕구가 충족되면 그 이상 아무것도 취하지 않았으며, 타인에게 해악을 끼치지도 않았다. 심지어 타인에게 도움을 주려는 본능적인 심성까지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인지(認知)가 깨어나면서 인간의 욕망은 필요로 하는 것 이상으로 확대되었다. 이 이기적인 욕망 때문에 사유재산제도가 형성되고, 그 결과 불평등한 사회가 등장하게 되었다. 즉 이기적 욕망으로 인해 인간은 타락하게 되었고, 사회는 인간 사이의 대립과 갈등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이러한 인간과 사회의 병폐에 대한 처방을 내리기 위해 쓰여진 것이 ‘에밀’로서, 그 처방은 한 마디로 인간에게 잃어버린 자연을 되찾아주는 것이다. 즉 인간에게 자연 상태의 원초의 무구(無垢)함을 되돌려주어, 선하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게 하는 것이다. 루소는 이것이 교육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 교육의 실체는 가공(架空)의 어린이 ‘에밀’이 루소가 기획한 교육 프로그램에 따라 이상적인 인간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이 교육은 자연 상태의 인간이 본래의 천진무구함을 유지하면서 정신적·육체적으로 스스로를 도야해가는 과정을 따르는 것을 원리로 삼는다. 그래서 지식은 실제 생활에 필요한 정도만 배우게 하고, 심신의 발달 과정에 따라 어린이가 직접 관찰하거나 자유롭게 능동적인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유로우면서도 정직과 미덕을 가진 도덕적 인간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자연 상태의 인간을 중시하는 그의 인간관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루소의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공허한 외침으로 들리기도 한다. 루소가 말하는 자연으로 돌아가기에는 이미 인류의 역사가 너무 많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이 본래 무구한 존재라고 본 그의 인간관과 인간 사이의 유대를 도모하고 평등을 실천할 수 있는 인간상을 추구했던 그의 이상은 인간을 탐욕의 노예로 몰고 가는 오늘날에 더욱 빛을 발한다. (2000년 수능)

    수능 맛보기

    1. (가)와 (나)의 공통적인 말하기 방식은?

    ① 상대방의 인품을 거론하고 있다.

    ② 상대방과의 논쟁을 회피하고 있다.

    ③ 비유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④ 상황 논리를 들어 상대방을 설득하고 있다.

    ⑤ 상대방의 주장을 임의로 해석하여 말하고 있다.

    2. (가)의 내용을 풀이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고자 : 웅덩이에 고인 물 → 본디 악한 성품

    ② 고자 : 동, 서를 구분할 수 없는 물 →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없는 성품

    ③ 맹자 :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 → 본디 착한 성품

    ④ 맹자 : 아래에서 위로 거스르는 물 → 때로 나쁘게 되는 성품

    ⑤ 고자·맹자 : 물 → 인간의 성품

    3. 글 (다)에서 루소가 말하는 ‘교육’의 개념과 가장 유사한 것은?

    ① 교육은 지식의 습득을 기본 목표로 한다.

    ②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다.

    ③ 교육은 자아의 독립과 완전한 개성을 이루게 하는 것이다.

    ④ 교육은 특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⑤ 교육은 제멋대로 흐르는 개울을 반듯한 수로로 변하게 하는 것이다.

    논술 맛보기

    1. 글 (가)와 (다)에 나타난 인간 본성에 대한 관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200자 내외로 설명하시오.

    2. 글 (다)와 다음 에 나타난 교육에 대한 관점 중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교육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자신의 생각을 6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근대 학문의 목적으로서 ‘실용성’이 크게 강조되고 있다. 특히 1990년대에 우리 사회에서는 우리나라가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을 벗고 창조적 지식기반 사회로 거듭나기 위해 ‘신지식인’이 요구된다. 산업사회에서 지식인이 교수나 학자, 의사 등 특정 계층이었다면 지식기반 사회에서 지식이란 사회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식을 말하며, 이러한 지식인을 신지식인이라 부를 수 있다. 현대사회와 같이 무한경쟁의 시대에는 어떤 학문이든 그것이 사회적, 경제적 생활에서 어떤 실용성을 갖느냐가 관건이며, 따라서 교육에서도 이러한 신지식인을 육성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실질적인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오늘날과 같은 정보화 사회, 지식기반 사회로 빠르게 이행하는 현실에서 지식인은 자신의 영역에 관한 지식을 계속해서 습득하고 향상시켜 나가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지식의 생성, 저장, 활용, 공유를 지속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일이다. 이러한 네 가지의 지식활동을 해나가야 하는 이유는 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습득해야 할 지식과 그것을 익히는 방법이 극히 다양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문과 교육의 목적은 이와 같은 지식활동을 끊임없이 수행하면서 지식의 수준을 높이는 것은 물론 이를 생산과정에 투입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줄 아는 인간을 육성하는 데 초점을 모아야 할 것이다.

    정답

    수능

    1. ③ 2. ① 3. ③

    논술

    선과 악, 인간 본성론

    맹자의 초상화(왼쪽)와 다비드가 그린 ‘소크라테스의 죽음’.

    1. (가)에서 고자와 맹자는 성품을 물에 비유하여 말하고 있는데, 고자는 인간의 본성을 웅덩이에 고인 물과 같은 것이라고 한 데 비해, 맹자는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인간의 본성은 원래 선하다고 말하고 있다. (다)에서 루소는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는 선하고 자유롭고 행복했으나 사회와 문명이 들어서면서 악해지고 자유를 상실하고 불행해졌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 본성에 대해 고자는 중립적인 입장인 반면, 맹자와 루소는 선한 본성을 타고난다고 말하고 있다.

    2. (다)에서 루소는 자연 상태에서 선하고 자유롭고 행복했던 인간이 문명이 들어서면서 악해지고 불행해졌다고 전제하면서 이에 대한 처방으로 ‘자연 상태의 인간을 중시하는 교육’을 들고 있다. 그러므로 그의 교육은 자연 상태의 인간이 본래의 천진무구함을 유지하면서 정신적·육체적으로 스스로를 도야해가는 과정을 따르는 것을 원리로 삼는다. 그래서 지식은 실제 생활에 필요한 정도만 배우게 하고, 심신의 발달 과정에 따라 어린이가 직접 관찰하거나 자유롭게 능동적인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유로우면서도 정직과 미덕을 가진 도덕적 인간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게 된다.

    이에 비해 에서는 현대사회와 같이 무한경쟁의 시대에는 어떤 학문이든 그것이 사회적, 경제적 생활에서 어떤 실용성을 갖느냐가 관건이며, 따라서 교육에서도 이러한 신지식인을 육성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실질적인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즉,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의 지식을 생산과정에 투입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신지식인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참된 교육은 자유로우면서도 정직과 미덕을 가진 도덕적 인간으로의 성장을 중시하는 교육이다. 지금 우리 주위에서는 각종 범죄와 갈등이 끊임없이 분출되고 있는데, 특히 전문 지식을 갖춘 지식인의 잘못된 처신과 행태로 사회가 극도로 혼란해지고 있다. 그러므로 도덕적 인간을 바탕으로 사회에 유익한 인간을 양성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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