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2

2006.09.12

4색 선율 감미로운 조화

  • 류태형 월간 ‘객석’ 편집장 Mozart@gaeksuk.com

    입력2006-09-11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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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색 선율 감미로운 조화
    홍일점인 베로니카 하겐의 멋진 연주 모습이 떠오르는 세계적인 실내악단 하겐 4중주단이 9월23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을 갖는다. 이번 공연은 1997년 10월 첫 내한 이후 두 번째. 잘츠부르크 하겐 집안의 4남매인 안젤리카, 베로니카, 루카스, 클레멘스가 하겐 4중주단을 결성했을 때 그들의 나이는 대부분 10대였다. 큰딸 안젤리카가 의약업계로 방향을 전환하고 그녀의 뒤를 이은 바네트 비크마저 팀을 떠난 뒤 라이너 슈미트가 제2바이올린을 맡고 있다.

    하겐 4중주단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때는 1981년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의 로켄하우스 실내악 페스티벌에 참가하면서부터. 뛰어난 기량으로 애호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이들은 82년 포츠머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84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데뷔했다. 이어 85년에는 세계적인 도이치 그라모폰과 전속계약을 맺는 등 초고속 성장을 계속했다. 도이치 그라모폰에서는 코다이, 베버, 하이든, 볼프, 야나체크, 드뷔시, 라벨, 베베른, 베토벤, 슈만, 브람스, 바르토크, 쇼스타코비치, 모차르트, 리게티 등 총 23장의 음반을 내놓았다. 올해는 모차르트의 해를 맞아 현악 4중주 전곡을 CD 7장으로 발매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 하겐 4중주단은 하이든 4중주 Op.74-3, 쇼스타코비치 4중주 3번, 드보르자크 4중주 13번을 들려줄 예정. 해외 페스티벌 등에서 하겐의 연주를 접해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말한다. 실연의 팽팽한 긴장감은 음반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이 중평. 자신들을 “멋진 음악이 가득한 풀(Pool)의 주인”이라고 묘사하는 하겐 4중주단은 “사랑하는 음악을 청중과 나누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말할 만큼 무대를 중요시한다.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물리다가 꽃잎처럼 부드럽게 스쳐가는 실내악의 매력을 눈앞에서 느낄 수 있는 무대가 될 듯하다.

    4색 선율 감미로운 조화
    내한공연 때 차갑고 날카로운 무대 매너를 보여준 ‘예민남’ 이안 보스트리지가 역시 민감한 성향의 작곡가 후고 볼프 가곡집을 내 화제다. 아이헨도르프 가곡집 5곡, 뫼리케 가곡집 17곡, 괴테 가곡집 2곡에서 발췌된 수록곡은 시기적으로는 볼프의 신경질환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이지만 독특하고 예민한 취향이 반영돼 있다. 아이헨도르프 가곡집을 낙천적으로 해석한 보스트리지는 뫼리케 가곡집에서는 날카로운 개성으로 작곡가의 신경질적인 정서를 잘 파헤쳤다. 진정한 연주의 질을 따지자면 반주를 맡은 안토니오 파파노에게 공의 절반 이상이 가야 할 것 같다. 보스트리지와 대화하듯, 유기체처럼 느껴지는 피아노 반주를 선보이는 파파노의 타건이 감탄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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