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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감염 : 문영민 개인전-혐오의 기억

화려한 색채, 섬뜩한 느낌

  • 이병희 미술평론가

화려한 색채, 섬뜩한 느낌

화려한 색채, 섬뜩한 느낌
수갑 혹은 권총의 부품처럼 보이는 기계적 형태들이 원 사이를 부유한다. 그 원들은 커다란 유기물에 의해 뒤덮여 있다. 수갑 혹은 권총의 형태들은 이 유기물들로 침투해 들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그것을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짙고 화려한 색깔의 커다란 유기물은 수정란처럼 보이기도 하고, 난자나 암세포 같기도 하다. 유기물들은 끈적하게 달라붙어 서로를 감염시키는 듯하고, 그것이 감싼 형태들을 잡아 먹으며 녹여버릴 것처럼 보인다.

유기물들은 흐물흐물하게 서로 엉겨 붙어 끈적한 침 같은 액체를 흘리면서 다른 유기물로 변이되는 듯하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형상은 곰팡이가 핀 음식물들이나 썩은 시체의 표면처럼 느껴진다. 어떤 때는 동물의 신경이나 혈액 속을 떠다니면서 그 보균자를 감염시키는 세균덩어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유기물들은 또한 인간의 성기, 성행위, 질병, 부패의 흔적을 연상시킨다.

작가 문영민의 그림은 이런 이상한 추상적 형상들을 보여준다. 그의 그림은 화려한 색채로 가득하다. 이러한 화려하고 장식적인 특성은 뭔가 섬뜩한 느낌을 더욱 강렬한 것으로 만든다.

화려한 색채, 섬뜩한 느낌
문영민의 이미지들은 우리 자신의 어떤 심리적 트라우마의 형상이다. 여성의 성기나 난자 같은 거대한 유기물이 작은 기계적 형태들을 위협하는 듯한 이미지는 여성성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를 표현한 것 같다. 거대하고 화려한 유기물들은 번식과 변이를 거듭하고 있다. 반면 기계적 형태들은 상처받은 에고의 은유적 형상으로, 왜소하고 연약해 보인다.

우리는 성적 경험이나 일상에서 폭력 또는 심리적 충격을 받곤 한다. 폭력이나 충격은 우리가 새로운 것을 만났을 때 두려움이나 공포를 자아내며, 심지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트라우마에 의해 무기력해진 주체는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어떤 단절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그리고 새로운 ‘나’로 거듭나기 위해서 일단 트라우마와 직접 대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문영민은 그 관문을 제시한다.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느낌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관객은 자신이 가진 두려움의 근원과 폭력의 기억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8월27일까지, 대안공간 풀, 02-386-4805.



주간동아 549호 (p76~76)

이병희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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