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9

2006.08.22

허리 쭈욱 펴니 건강도 꼿꼿

흉터, 출혈 적은 인공관절 치환술 각광 … 수술 일주일 후부터 일상생활 가능

  • 이윤진 건강전문 라이터 nestra@naver.com

    입력2006-08-16 17: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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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리 쭈욱 펴니 건강도 꼿꼿
    강원도 원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소영(52) 씨는 4월, 오랫동안 앓아온 허리 통증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대전의 세우리병원(080-474-8000)을 찾았다. 20년 가까이 식당 일을 해온 그는 드문드문 허리가 아프긴 했지만, 허리 펼 시간도 없이 바쁜 일상 탓이라고 생각해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다. 그런데 3개월 전부터 가족의 부축 없이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도 없을 만큼 증상이 심해지고, 무릎에서도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몸으로 병원을 찾은 그는 정호 원장에게 ‘요부변성후만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요부(腰部)는 허리, 변성(變性)은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퇴행성 증상, 후만증(後彎症)은 허리가 굽는 증상을 뜻한다. 생소한 병명이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꼬부랑 할머니’처럼 허리를 구부정하게 굽히고 다닌다면 이 병을 의심해야 할 만큼 흔한 병이다. 보통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척추 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을 떠올리지만 요부변성후만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들도 의외로 적지 않다.

    허리 쭈욱 펴니 건강도 꼿꼿
    복강 절개 부작용 훨씬 적어

    이 질환에 걸리면 무릎과 허리의 통증 때문에 걸을 때 엉덩이를 뒤로 뺀 채 허리를 굽히고 팔과 어깨, 목에 힘을 주어 뒤로 젖히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 그리고 조금만 걸어도 통증이 심해 5분 이상 걷지 못하고 주저앉게 된다. 평지에서 이 정도이니 계단이나 오르막길을 오를 때는 말할 것도 없다. 설거지를 할 때도 똑바로 서지 못하고 팔을 싱크대에 기대기 일쑤여서 이 질환을 오래 앓은 환자들은 팔에 굳은살이 박혀 있을 정도다.

    요부변성후만증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의 발병률이 월등히 높다. 이는 동양인의 좌식 생활습관과 관련이 있다. 또한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손걸레질이나 설거지 등 가사노동을 할 때 쪼그려 앉거나 허리를 굽히기 때문이다. 디스크 등 허리 질환을 오래 앓은 사람에게도 종종 발병하는데, 환자 연령대는 20대 중반부터 70대 후반까지 다양한 분포를 나타낸다. 이는 나이와 관계없이 걸릴 수 있는 질환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정 원장은 “증상이 가볍다면 물리치료 등 보조적 요법으로 악화되지 않게 할 수 있지만 심한 경우라면 수술밖에 방법이 없다”며 “최근엔 인공관절 치환술로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허리를 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허리 쭈욱 펴니 건강도 꼿꼿

    세우리병원 대기실(왼쪽). 요부변성후만증 환자를 수술하는 모습.

    세우리병원 의료진의 수술은 다른 척추 전문의들과 차이를 보인다. 먼저 절개 부위가 다르다. 흔히 척추질환이라고 하면 등뼈를 따라 절개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곳에선 복강을 절개한다. 등 쪽을 절개하면 신경과 척추를 건드릴 위험이 높지만 복강을 절개하면 바로 수술 부위로 접근할 수 있어 수술 후 부작용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기존의 수술법은 등에 30cm 이상의 흉터가 남았다. 하지만 복강을 절개하면 흉터가 배꼽 주위에 10cm 미만으로 줄어들어 부분마취로도 수술이 가능하다. 흉터가 작아서 수영복이나 등이 파인 옷을 안심하고 입을 수도 있어 환자들 사이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수술 시간도 1시간이면 충분해 5~10시간가량 걸리던 기존 방식과 비교할 때 환자의 부담도 훨씬 줄어든다. 수술 도중의 출혈과 정상조직 손상도 적은 데다 회복이 빨라 수술 후 마취에서만 깨어나면 바로 걸을 수 있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일상생활도 가능하다.

    또 수술 시 삽입하는 보정물이 다르다. 기존에는 나사 모양의 보정물을 척추 중간 중간에 깊이 고정시켜 인위적으로 허리를 받쳐주었다. 이것은 허리를 바로 펴는 효과는 있지만 고정된 부위를 움직일 수 없어 수술 후 환자의 운동성이 40~50%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척추 깊숙이 박기 때문에 수술 후 환부의 통증이나 각종 합병증이 나타났다. 그래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수술을 꺼렸다고 한다.

    내원 환자 5% 내외만 수술

    하지만 세우리병원에서 사용하는 보정물은 이른바 ‘볼 앤 소켓(ball-and-socket)’ 방식으로, 문에 달려 있는 경첩처럼 뼈와 뼈를 이어주는 구실을 한다. 그 덕에 정상인과 다름없는 운동성을 가질 수 있다. 폴리에틸렌, 폴리우레탄 등 내구성 높은 재질로 만들어져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20대 중반에 삽입해도 이후에 재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또한 환자들이 편안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요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같은 장점에도 아직까지 이 시술법이 일반화되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다. 이에 대해 정 원장은 “척추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하다 보면 좀처럼 복강 절개를 할 기회가 없어 복강에서 척추까지 이어지는 길을 찾기 힘들다. 때문에 경험이 없는 의사가 시술하면 오히려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아직까지 일반화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년간에 걸쳐 수백 건의 수술을 담당해온 베테랑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시술이라는 것이다.

    요부변성후만증 환자들에겐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자칫 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이라는 판정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술 경험이 많은 숙련의에게 진단 받지 않으면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 실제로 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으로 진단 받아 수술을 받은 뒤 오히려 허리가 더 심하게 굽고 통증이 심해지는 등 증상이 악화돼 정 원장을 찾아온 환자들도 상당수 있다고 한다.

    증상의 정도와 상관없이 함부로 수술을 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정 원장은 경고한다. 정 원장은 “가장 좋은 치료법은 수술을 하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요부변성후만증 역시 증상이 심하면 수술을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운동 치료나 자세 교정 등으로 질환이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세우리병원에서는 중증환자가 아니면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 병원 측이 전하는 수술률은 내원 환자의 5% 내외. 우리나라의 척추 수술률이 15%인 점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세우리병원을 찾는 환자 대부분이 이미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도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해 찾아오는 중증환자들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 수치는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정 원장이 전하는 진료 철학이다.

    “아무리 안전한 수술이라도 환자에겐 큰 부담이다. 따라서 우리 병원의 의사들은 수술이 항상 마지막 선택이 돼야 한다는 믿음으로 진료에 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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